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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에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를 수 없는 이유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와 미국, 그리고 통일을 생각하며

3 .1절이다. 해마다 이때가 돌아오면 마음은 창공을 날았던 것 같다. ‘독립’ 혹은 ‘독립 의지’라는 역사에 대한 감격이, 긴 겨울을 끝내고 새 봄을 맞는다는 계절의 변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때문이리라. 오늘 3.1절의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3.1운동은 일제로부터 강제 병합된 식민지 백성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걸 국내는 물론 세계 만방에 알렸던 쾌거였다. 당시 조상들의 절절한 염원은 ‘민족의 독립’이었다. 마치 지금 우리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치는 것처럼. 조상들은 완전하고 자주적인 독립. 그 꿈과 신념 때문에 모진 고문을 견디기도 했고, 혈혈단신 국경을 넘기도 했다. 같은 이유로 장준하 선생 같은 분은 만주의 일본 군영을 탈출해 충칭(중경) 임시정부를 향한 6000리 장정에 오르기도 했다. 일제로부터 독립만 되면 이 민족의 얽히고설킨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될 줄 믿었다.

그러나 해방은 독립이 아니었다. 1945년 여름에 맞은 광복 혹은 해방은 일제에 의해 찬탈당하고 짓밟힌 조국을 또 다른 제국(미국과 소련)에 내어주는 일이었다. 해방이 우리의 힘이 아닌 외국, 즉 연합국의 힘으로 이루어진 탓이다. 중국에서 30년 넘게 망명정부의 일원으로, 수장(주석)으로 독립을 추진했던 김구 선생이 해방이 된 지 3개월이 지난 1945년 11월 늦가을에야, 그것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귀국해야만 했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국민 대통령’ 김구 선생은 이후로도 미국 군정의 견제, 감시를 받아야 했고, 결국 정파 싸움에서 밀리고 암살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꿈(그것은 국민들의 꿈이었다)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국의 광복이 우리의 힘이 아닌 외국의 힘으로 된 탓이었다.

그토록 열망하던 조국의 해방, 그것은 어느날 하루아침에 우리에게 주어졌다. 조상들은 그것을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 믿었다. 일제의 잔혹한 통치가 끝장났다는 의미에서 그건 맞는 말이었지만 축복(해방) 이후 벌어진 상황은 그 같은 믿음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했다. 그것은 좌우 대립으로 인한 대혼란, 또 다른 외세의 통치, 마침내는 모든 비극의 총아인 전쟁의 씨앗이 되었던 것이다. 준비 안된 해방이기 때문이었고, 우리의 힘이 아닌 외국의 힘에 의한 해방이기 때문이었다.

   
▲ 올 3.1절에 게양한 태극기. ⓒ남민지 페이스북

일제의 통치를 완전 종식한다는 명분으로 미국과 소련이 그은 3.8선은 좌우 대립, 미소 대결의 상징이 되었고, 한국전쟁의 시작과 종결, 동족상잔의 심벌이 된 채 3.1운동 98주년, 광복 68주년을 맞는 201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전쟁 위기’의 한반도 정국은 다시 한번 심각하게 ‘독립’을 생각하게 한다.

북한은 핵보유국(그것은 핵무기 보유를 말한다)임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했고, 미국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비핵’ 대신 ‘비확산’이란 표현을 잇따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핵무기 보유는 인정하되 외국에 수출하거나 하거나 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여전히 ‘비핵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어쩌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고, 인정한다고 해도 뚜렷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입지가 그다지 넓지 못하다는 게 어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례뿐이겠는가. 얼마 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때가 말해주듯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우리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 북한에 비해 우리의 군사력이 월등히 뒤지기 때문도 아니고, 우리가 남달리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도 아니다. 재량권, 엄밀히 말하면 미국의 군사보호(혹은 통제) 아래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율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독립된 자유민주국가’로서는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사실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이 2006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2015년까지 완료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환수’가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대한민국 건국과 곧바로 이어진 한국전쟁을 통해, 그리고 이어진 휴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보면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전작권을 행사한 적이 없는 것 같고, 행사할 권리도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신문 기사를 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오바마 정부의 전직 무슨 핵 담당관이라는 자와 현직 주한 미국 대사가 ‘남한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면 전작권 이전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서울의 공개 석상에서 날짜와 장소를 달리해서 말이다. 두 사람의 발언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던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핵보유와 그로 인한 긴장, 그것을 통해 지금의 오바마 정부가 한반도를 향해 가지고 있는 의중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사실상 용납해 왔다. 그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이 유발해온 핵개발로 인한 끊임없는 위기를 미국이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사실이 말해준다. 미국이 진정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를 원했다면 1990년대 초반부터 촉발되기 시작한 북한의 핵실험 발언과 핵사찰, NPT 탈퇴 등의 혼란 정국 속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저지했어야 옳다. 그리고 미국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외교력, 군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다. 2006년, 2009년의 북한의 1, 2차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개발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용납한 게 아니라면 그만큼 북한의 외교력과 뚝심,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이에 대한 미국의 공식 답변이 뭔지 궁금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반도에 엄중한 상황을 초래했다. 대북지원이니 대화, 교류라는 말은 상당 기간 꺼내기조차 힘든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맞서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하자’고 주장하는 이도 간혹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 미국이 용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자 무력화시킨 바 있다. 남한의 핵무기 보유는 곧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쇠퇴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눈감아 준 것은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중국을 견제해야 하고, 그러려면 ‘한반도의 위기’라는 명분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평화의 한반도’에 미국이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남한을 통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안보와 동북아 질서의 균형자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와 평화와 남북의 화해,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때가 됐다고 본다. 부시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존재’를 이유로 일으켰던 이라크 전쟁은 결국 ‘무모한 도발’이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 때문에 부시 정권이 규정한 이라크, 이란, 북한 등 ‘악의 축’ 혹은 ‘깡패국가’는 결국 미국이 뒤집어쓰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미국의 역할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남북 통일은 남북이 뜻을 모아, 손을 잡고 이뤄가야 하는 일이다. 물론 외국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한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남북한 사람들의 뜻이다. 남북한 사람들의 뜻을 확고하게 세운 다음에 외국을 차근차근 설득하고 지지하도록 이끄는 게 우리의 몫이다. 지금 이 위급한 상황에서 남북 당국자간 대화가 꼭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 민족끼리’ ‘자주 통일’이란 말이 비록 북한, 일부 좌파 진영의 전유물처럼 변질되긴 했지만 남북 통일의 주역, 당사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민족, 나 자신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 마치 남북 통일이 국제 정세에 의해서, 외국의 압력이나 외교로 가능할 것처럼 믿고 행동한다면 남북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1919년 3월, 전국을 태극기로 물들이며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짖은 지 26년 후 축복처럼 찾아온 대한민국 광복이(독립이 아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독립은 분단된 조국의 몸뚱아리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 그리고 그 이어짐이 다른 누구의 뜻이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뜻과 힘으로 될 때 완성되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가슴에서 우러나는 ‘대한 독립 만세’를 차마 부를 수가 없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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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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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문규 2013-03-03 12:53:13

    감기자님의 의견에 90 퍼센트 동의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핵을 용인했다는 견해에는 반대입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과 한국의 북한 정책의 확실한 실패의 결과입니다. 군사적 균형이 깨어진 상황에서 당장 미군철수를 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지요. 그러나 한국은 자주국방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그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전작권도 당연히 찾아와야 하구요.   삭제

    • ㅉㅉ 2013-03-02 20:08:53

      내가 볼 때는 외국에 기대지 말고 주인의식을 갖고 통일을 일궈가자는 것 같은데... 그걸 적화통일로 해석하면 북한을 너무 위대하게 보는 것 아닌감요?   삭제

      • ㅇㅇㅇ 2013-03-02 01:13:37

        삼일절에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를 수 없는 이유가 김씨왕조가 3차 핵실험까지 했는데 아직도 미군이 철수하지 않아서 원하는대로 적화통일이 되지 않아서 아니냐?   삭제

        • ㅇㅀㄴㄴ 2013-03-02 00:54:45

          어찌 적화 통일하자는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네... 보수 우파가 볼땐 적화통일하자는 소리라고 할거같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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