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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분단·탈북의 상처, 극복할 수 있을까?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소통, 치유, 통합의 인문학'으로 심포지엄 개최


인문학으로 통일에 접근하고자 연구중인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단장 김성민)이 지난 23일 토요일 인문학관 401호에서 ‘문학치료학을 통한 역사적 트라우마 극복’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다양한 문학작품을 치유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고자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총 3부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은 1부에서 문학치료학의 기존 연구 성과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이론적 탐색을, 2부에서는 남북의 설화, 영화, 경험담 등 다양한 이야기를 활용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별히 3부는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문학치료의 실제 적용사례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한 탈북여성과 함께 문학작품을 대하며 트라우마 극복 가능성을 살핀 박재인 연구원(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원)은 “탈북 여성이 겪을 수밖에 없는 외상에 대한 문제점은 많이 연구되어 왔으나 그에 따른 대안은 아직 구체적인 게 없는 현실”이라며 “해결방안으로 문학치료학을 도입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이 시도한 문학치료 프로그램은 탈북여성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인과 목욕하고 금부처가 된 남자’ ‘지네 각시’ ‘지붕에 소 올리기’ 등 16편의 설화작품을 함께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들은 각각 자녀, 남녀, 부부, 부모 등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어, 프로그램 참여자가 이야기를 따라오며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풀어내는 형태다. 여기에 연구자는 별도의 분석문항(자기서사진단도구-서사분석형 16문항)을 토대로 참여자의 반응을 살피며, 최대한 정밀하게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어 박 연구원은 “참여자는 특별히 설화 중에서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부분에서 큰 호응을 보였다”며 프로그램 진행 중에 있었던 세부적인 반응도 공유했다. 탈북여성이 ‘한번 이런 모험을 해서 삶을 변화시키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구질구질하게 사는 것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학치료학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작품이 참여자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때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 이어진 참여자의 고백이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해준다.
‘저희 집 그래서 며칠 밤에 다 거지가 됐죠. 거지가 되다나니까, 저희 할머니가 자식이 많아요. 일곱 식구(웃음). 일곱 형제인데 딸 셋에, 남자 넷인데, 저희 엄마가 제일 맏이거든요. 그래서 모험을 해요. … 그게 오 년이 안 되고 이삼 년 정도 되니까, 그게 일어서드라구요. 삼촌 넷이 다 돈 벌고, 이모 둘 나가 돈 벌고, 엄마는 막 모험적인 장사를 하고’

연애문제에 있어서도 욕망을 부인하는 말도 이어졌다.
‘제 인생에 사랑이 있을 것 같진 않네요. 남자? 그런 거 필요 없어요. (…)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혼자서 좋아해도, 시간이 지나면 지쳐서 안 좋아하거든요. 둘 다 같이 좋아하던가,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줘야 더 오래가기 때문에.’

이를 두고 박 연구원은 “상처받을 것을 예상하고 먼저 그 상처로부터 자신을 차단해버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들에서 로맨틱한 사랑에 대한 갈망을 자주 드러낸 바 있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참여자는 이와 관련해 자기를 스스로 진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가 좀 뭐지, 안 봐도 됐을 것들, 겪지 않아도 됐을 것들, 그런 것들 때문에 이런 게 확 닫혀버린 것 같아요. 그런 게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고. 막 애들이 나는 네가 좋다, 그러면 이 새끼 미친거 아니야? 이래요. 내가 왜 좋은데, 이렇게 똘기 많고, 쌀쌀맞고, 여자 같지가 않은데. (…) 받아들이기가 힘들죠.’

박 연구원은 “프로그램 참여 회기를 거듭할수록 스스로 취약점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예전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말해준다”며 문학치료의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평을 맡은 정충권 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한 인간의 삶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인데 탈북의 경험을 관련짓거나 이끌어 내는 것에서 연구자의 편견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포용력과 아량이 부족한 면이 있을 것 같다’는 연구자 중심의 참여자 판단이 치료에 어느 정도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며 더욱 정교한 프로그램 진행을 요청했다.

   
▲ 23일 토요일 건국대학교 인문학관 교수연구동 401호에서 진행된 '문학치료학을 통한 역사적 트라우마 극복' 심포지엄 현장 ⓒ유코리아뉴스 이범진

이어 탈북 청소년의 전교회장 당선사례와 ‘어사가 된 막내사위’ 설화를 비교한 나지영 연구원(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원)은 “전교회장이 된 탈북청소년은 어떻게든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는 오히려 매일 기쁘고 흥분된 상태였지만, 막상 그 자리에 오르고 나니 앞 일이 막막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전교회장이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즐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면 답답해지고 마음이 무거워 진다고 한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설화 속 막내사위가 자신을 무시하던 처갓집 식구들을 어사가 되고나서도 벌주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면서 잘 살게 되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회장 당선 이후에도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통, 치유, 통합의 통일인문학’이라는 모토로 인문한국(HK)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은 해당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 문학치료 참여 문의는 02-450-3885, tongil@konkuk.ac.kr로 하면 된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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