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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나아간 북한이해「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 서평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실시해서 안팎이 시끄럽다. 그런데 이 ‘소동’을 겪으면서 떠오르는 첫 번째 단어는 ‘반복’이다. 핵실험에서 횟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건임과  동시에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반복’이 단순히 핵실험이라는 사건에만 그치지 않는 것 같다. ‘도발’, ‘비난’, ‘제재’와 같은 국내외의 반응을 포함하여 언론의 기사와 해설 심지어 TV 등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내용까지 마냥 똑같아 보인다. 어떤 북한 전문가는 같은 영화를 세 번 본 느낌이라고 할 정도인데 아마도 앞으로의 진행과정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지겨운 영화를 조만간 그리고 계속해서 볼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우울하다.

   
▲ 극장국가 북한(권헌익, 정병호 지음 | 창비 펴냄)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현상은 핵실험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분단과 전쟁이후 남북간의 크고 작은 충돌을 포함한 다양한 사건들이 근본적으로 반복의 연속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분단구조가 해체되지 않는 한, 혹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핵문제나 남북문제나 더 나아가 통일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어느 쪽에 서 있건 북한에 대한 이해가 편향되어있고, 이해의 범위나 깊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미 12년이나 지난 6·15의 기억으로 남북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40년이 지난 7·4 공동선언의 시점에서 통일을 말하거나 심지어 60년이 지난 한국전쟁의 경험에서 북한을 판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 혹은 정책 수립의 근거들도 그러하지만 학문적인 수준에서도 북한 이해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연구의 내용을 들여다보기 이전에 북한체제의 지지여부부터 따지는 (제대로 된 학문공동체에서는 가장 먼저 배척당하는) ‘목적론’적 연구의 천박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전히 북한연구를 김일성·김정일(이제는 김정은) 연구나 권력구조 연구와 동일시하거나 국제정치적 환경의 거대담론에서 북한을 종속되는 변수로 취급하는 경향은 여전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과학적 분석이나 일반이론의 적용자체에 대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현실에서 진지한 북한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타당성 있는 정책수립 더 나아가 통일을 위한 사회적 인식전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러한 문제들이 남북관계 ‘무한반복’의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헌익·정병호의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가 반가운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암담한 남북관계와 지지부진한 북한연구의 현실 때문이다. 일단 이 책이 특이한 것은 두 명의 남한 학자가 2012년 「North Korea: Beyond Charismatic Politics」를 미국에서 출판한 이후 필자들이 다시 한국말로 번역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 책이 ‘글로벌’ 독자를 먼저 의식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와 더불어 앞으로 자세히 검토하겠지만 이 책이 단순히 북한 문제를 넘어서서 보편적인 수준의 국가나 체제이론 그리고 사회변동이론을 논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판의 형식도 흥미롭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목할 것은 공동저자들 자체이다. 우선 이들이 전공이 인류학으로 정치학이나 국제정치학 전공자들이 ‘과점’하고 있는 북한 연구의 경향성과 어긋난다. 권헌익교수는 「캠브리지대학교」의 석좌교수로 사회주의체체였던 구소련 시베리아 연구와 체제전환국가인 베트남의 추모문화연구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의 정병호교수는 일본의 소수민족연구에서 출발하여 탈북자 적응문제와 북한에 인도적 지원문제 등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북한을 여러차례 방문하는 등 현장과 실천을 중시하는 학자이다. 인류학이라는 전공을 공유하면서도 이론·보편성과 실천·특수성을 적절하게 결합할 수 있는 절묘한 공동저자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 대한 소개가 다소 장황했던 것은 이 책의 성격과 지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특정 학문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연구의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다양성의 부족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경제학이나 사회학 그리고 문화연구자들이 북한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하였지만 그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각자의 영역에서 연구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은 까닭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학계의 ‘담쌓기’ 때문인지 권력이나 체제 등에 대해서 다른 전공자들이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현장연구가 필수적으로 생각되는 그래서 북한연구와는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듯 한 인류학자들이 북한의 핵심 권력문제를 다루었다는 사실이 의미있다.

한글판의 책 제목이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은 ‘극장국가’의 이론틀을 중심으로 북한의 권력을 분석한다. 극장국가는 세계적인 인류학자 기어(Clifford Geertz)가 인도네시아를 연구하면서 만들어낸 이론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북한연구 사학자 와다 하루키 (Wada Haruki)가 북한분석에 일차적으로 적용하였던 이론이다. 극장국가는 물리적 강제가 아닌 상징과 의례를 통하여 정통성과 권위를 재생산한다는 이론이다. 북한의 정치현상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극장국가이론을 통하여 북한체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와 더불어 이 책의 영어제목에서 강조되고 있는 베버의 카리스마 이론도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잇닿아 있다. 베버가 정당성과 권위의 설명과정에서 중시하고 있는 카리스마 이론은 개인에 기초한 정당성의 토대이면서 합리적 권위와 전통적 권위와는 또 다른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요한 권력현상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맥락에 다소 무리하게 단순화시키자면 ‘극장국가’이론으로 북한권력의 현실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며, 개인적 차원에 바탕을 두고 있는 ‘카리스마’가 어떻게 개인을 넘어서서 대를 이어서 지속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1장은 대국상, 2장은 현대적 극장국가, 3장은 총대, 4장은 혁명렬사릉, 5장은 지도자에게 바치는 선물, 6장은 도덕경제의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대국상(大國喪)은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의 죽음을 의미한다. 유일체제의 핵심이자 ‘영원한 수령’인 김일성의 죽음에 따른 북한주민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대국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북한국가에 대한 기존 이론들이다. 저자들은 탈사회주의의 사회적 정치적 전환에 관한 기존의 대중적·학문적 관심에서 식민·탈식민의 역사에 대한 주목이 부족했다고 주장하면서 유럽중심의 협소한 시각을 넘어서서 폭넓은 비교역사적인 지평을 고려할 것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1장은 다시 유격대국가, 가족국가, 새로운 가족국가, 그리움의 정치로 나누어져 있다. ‘유격대국가’는 와다하루끼가 북한의 정치를 항일무력투쟁의 분파가운데 하나였던 김일성과 빨치산이 1967년이후 북한의 권력을 독점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활용한 개념이다. 가족국가는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민중과 최고지도자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북한의 권력체제를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유격대국가론이나 가족국가론의 기본입장에 동의하면서도 이것이 구현되는 스펙터클(대국상)과 문학예술현상을 포함하는 국가적 서사에 주목한다. 특히 김일성의 사망으로 북한국가의 구성과정에서 상징이 변화하고 베버가 이야기하는 개인적 카리스마가 세습적 카리스마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장(현대적 극장국가)에서 저자들은 전근대의 정치체제의 분석을 통해 전개된 극장국가의 개념이 현대적 혁명국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가를 검토하고 있다. 2장은 과시적 권력, 꽃파는 처녀, 피바다, 전통의 재 발명으로 짜여져 있다. 저자들은 북한의 대표적인 행사인 ‘아리랑 축전’이 일반적인 대중공연을 넘어선 것으로 폐쇄적인 국가와 외부세계를 매개하는 거대한 층위를 형성한다고 본다. 즉 이 스펙터클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는 도덕적·정치적 슬로건을, 국제사회에는 핵심적인 외교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대표적인 혁명가극의 서사가 아리랑으로 이어져졌다고 보면서 1930년대 김일성의 영웅적 행위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재현되고 재경험되는 살아있는 전통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유격대국가는 극장국가의 예술정치에 내용을 제공하고 극장국가는 유격대 국가의 전설과 통치권 패러다임의 형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와다를 비롯해서 극장국가가 전근대적 권력체제의 설명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과 달리 저자들은 북한이 효성을 정치적 충성의 원리로 바꾸어낸 것을 현대적 극장국가의 구성요소로 주목하고, 개인화된 카리스마를 세습적 카리스마로 바꾸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3장의 제목 총대는 김형직이 김일성에게 그리고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주었다는 두자루의 권총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두 개의 권총을 김일성의 생애사 중 성장기의 전설적인 에피소드로 보고 1994년 김일성 사후 그의 역사적 유산을 북한의 도덕적·정신적 기반으로 삼으려는 노력의 핵심요소로 본다. 3장은 선군정치이론, 총이라는 선물, 총대철학, 총의 힘·사랑의 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들은 권총이야기가 유격대국가 개념, 가족국가의 구성, 세습적 카리스마 권력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면서 총대이론은 혁명적 폭력수단과 힘은 물리적·기계적인 것일 뿐 아니라 윤리적·이데올로기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총대철학은 대체 불가능한 개인적 카리스마를 세습적 카리스마로 대체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격화된 형태로 카리스마를 변모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명렬사릉의 제목을 갖고 있는 4장은 다시 북한의 국립묘지, 혁명열사들을 위한 기념물, 만주 빨치산의 정치적 사후세계, 세습적 카리스마의 완성으로 나누어져 있다. 4장에서 저자들이 갖는 질문은 한국전쟁의 기억이 어떻게 승계 드라마에서 그려졌는지 그리고 한국전쟁의 기억이 얼마나 만주 항일투쟁의 유산만큼 중요하였는가다. 엄청난 희생자를 배출한 전쟁 전몰자에 대한 묘소가 결여되어 있는 특이한 북한 국립묘지에서 만주빨치산을 강조하면서 한국전쟁의 피해와 유격대 경험을 결합시키고 있다고 저자들을 본다. 특히 혁명렬사릉에서 김일성의 빨치산 부대원들은 최고의 권위를 부여받고, 가족국가의 도덕성을 확고하게 하면서 애국적 가족유대의 중심으로 김정숙이 상징화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5장 지도자에게 바치는 선물은 외부에서 북한지도자에게 바친 선물들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북한의 국가주권과 가족적 정치체제를 국가지도자와 그의 빨치산 동료들의 선물이라는 차원에서 북한 정치주권의 구성원리가 국제사회와의 관계에서 선물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5장은 글로벌 조선, 국제친선전람관, 제3세계의 지도자, 북한예외론으로 구성된다. 국제친선전람관의 수많은 선물들을 통하여 김일성은 북한에만 국한된 영웅이 아니라 전세계의 혁명적인 인민들이 존경하는 ‘글로벌’한 인물이 된다. 특히 제3세계의 영역에서 북한의 영향력을 과시한다. 국제적 선물경제의 의미는 지도자와 인민간의 국내적 선물관계의 망과 뒤얽혀 있다. 일종의 ‘민족학박물관’이 국제친선관을 인민들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도덕경제, 고난의 행군, 공존의 윤리의 세부분으로 짜여져 있는 6장 도덕경제에서 저자들은 북한의 정치경제체제가 특수하게 정치화된 형태의 인간적 호혜관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가족관계 특히 부자관계를 모델로 한 가족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성체임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구사회주의사회의 탈사회주의 과정에 대한 연구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도덕경제 개념은 시장주의 혹은 이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와 공동체적 생존과의 충돌을 이야기하는 경우 주로 활용된다. 저자들은 이를 생계와 생존윤리의 문제로 정리하면서 이를 토대로 비극적인 ‘고난의 행군’ 시기를 분석한다. 저자들은 이 시기를 살펴보면서 북한은 도덕경제의 원칙에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선군시대 북한은 긍지에 찬 유격대국가이지만 실패한 가족국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한은 만주 빨치산의 영광스런 유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어야 하고 유격대국가 패러다임 자체를 개혁하여야 함을 주장한다. 

권현익과 정병호는 유격대국가와 극장국가의 이론을 통하여 북한의 국가와 정치를 설명한다. 그들은 북한이 개인적 카리스마를 세습적 카리스마로 적절하게 전환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북한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핵무장계획, 그리고 인민의 생존과 생계의 권리보다 군의 권력과 보전을 우선한 것을 ‘잔인하고 비도적적인 경제정책’으로 비판하고 있다. 현대적인 정치적 권력과 권위의 본성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예술정치는 한계가 있다고 보면서 역사의 힘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통해서만 카리스마 권력의 위엄이 의미 있는 사회적 유산으로 지켜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극장국가로서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극장국가 북한」이 갖는 의미는 일차적으로 북한 특히 북한정치 이해의 폭을 넓힌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북한연구의 핵심주제인 권력문제 그리고 권력세습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의 이유가 된다. 새롭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관습적이고 피상적인 차원에서 북한권력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권력이 유지되고 세습되는 과정을 공연이나 예술작품 그리고 일상의 수준에서 설명하고 있다. 정치연구에서 그 동안 부족하였던 정치과정 특히 권력의 작동 양식의 또 다른 차원을 설명함으로써 ‘별스러운’ 혹은 ‘시대착오적인’ 북한 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학문적 차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도 중요하다. 선입견에 바탕을 둔 소모적이기만 한 논쟁은 차치하다면 남한사회에서 북한연구에 대한 학문적 토론은 부족했고, 이론적 성찰과 관련된 북한연구도 충분하지 않았다. 질적 수준에 대해서 논란이 없지 않지만 ‘내재적 접근법’ 논쟁이나 ‘보편-특수’ 논쟁이 그나마 학문적 토론이었지만 이것도 주로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른 경향이었다. 반면 이 책은 유격대국가이론, 극장국가이론, 카리스마이론을 통하여 북한을 연구함으로써 이론적 접근의 유용성을 증명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위의 세 가지 이론 뿐아니라 사회변동과 발전론, 체제전환이론, 사회주의체제론 등 다양한 기존 논의들과 영국왕실의 행차에서부터 베트남의 전후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역사적 지역적 사례를 활용함으로써 비교역사적 맥락의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책에서 주목하여야 또 다른 부분은 통섭적인 접근이다. 권력구조가 저자들의 학문적 관심사지만 이것이 구현되는 방식으로 다양한 행사들과 예술작품 그리고 경제현상들을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연구나 이해에서 특정부분을 제한적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부분적으로 정치과 경제 그리고 정치와 문화를 결합시키는 경우가 있었으나 구체적인 작품이나 행사를 미시적인 차원과 거시적인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종합한 경우는 드물었다. 역사적인 배경도 충실하게 검토하면서 현실과 배후를 교차하면서 진행된 이 책은 인류학적 연구로 국한시키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차원에서 「극장국가 북한」이 거둔 성과를 평가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점에서는 아쉬운 점도 남아있다. 첫째, 북한연구의 근본적이면서 공통의 문제이지만 사회구성원 즉, 북한주민의 차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국가 혹은 지배집단의 기획이나 정책은 충실하게 설명되고있지만 극장의 ‘관객’에 대한 입장에 대한 고찰이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없는 까닭에 잘못하면 북한인민들은 수동적인 수용자로 생각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이 책에서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설명하고 있는 다양한 기획들(아리랑에서 혁명렬사릉 그리고 혁명가극들까지)이 어떻게 차별적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사례들의 의미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다른 효과를 거두었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병렬되어 있는 각각의 사례들의 위계관계도 살펴본다면 상징권력에 대한 이해도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격대국가와 극장국가 그리고 카리스마의 세습이라는 기본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사례들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오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이론적인 검토부분과 북한 현실에 대한 판단 부분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마지막 도덕경제 부분에서는 체제비판과 대안제시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의 장들의 구성이나 흐름과는 어색한 느낌이다. 물론 현대적 극장국가를 성취하고 세습적 카리스마를 구축한 북한정치에 대한 설명이 체제에 대한 동의는 아니겠지만 ‘성공적으로’ 권력구조를 안정화한 북한이 위기로 가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학문적인 평가를 떠난다면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북한과 한민족임을 주장하면서도 인위적인 북방경계선 너머의 동포들이 겪는 고통에 관한 공동체적 생존의 윤리를 망각했던 것으로 보이는 남한이 바꾸기를 바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체제문제를 지적하는 저자들의 판단이나 주장에 대하여 독자 입장에서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극장국가 북한」은 북한연구의 문제를 고민하는 전문가나 학자들에게 다양한 차원에서 자극이 될 것은 분명하다. 또한 관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북한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북한 비판이 아니라 수준 있는 북한연구가 활성화되고 발전하기를 바라본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호주나 유럽지역에서 북한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관련된 책자들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반가웠지만, 상대적으로 더욱 절실한 남한의 북한연구는 오히려 침체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착잡한 마음도 금할 수 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한줌밖에 안 되는 북한연구자들의 후속세대는 드러나지 못하고 있고, 의욕적으로 북한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활여건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북한문화예술관련 사전을 준비하면서 북한의 사진이나 예술작품을 첨가하는 경우 일일이 보안검토를 받아야한다는 현실을 접한 경험이 있는데 의욕이나 자질이 있더라도 북한사진이나 작품을 충실하게 활용한 이 책과 같은 연구가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에서 먼저 출판이 되었기에 이러한 책이 가능하지 않았는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이와 같은 연구 성과만은 발전적으로 ‘반복’되어도 좋을 것이고, 이러한 ‘반복’이야말로 소모적인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우영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 이글은 이우영 교수의 재능기부를 통해 유코리아뉴스에 전문 게재되었습니다.(요약문은 중앙일보에 실렸습니다)

이우영 교수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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