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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게 다 똑같습니다.우리 주변의 인권 이야기『불편해도 괜찮아』..그리고 탈북자에 대하여


“내게 그런 핑계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90년대 유행하던 대중가요 속 가사다. 「인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영화」가 가진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풀어내면서, 아홉 개의 주제들을 ‘불편함’으로 바라보자는 ‘인권감수성’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핵심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핑계”

일상에서 마주치는 ‘청소년, 성소수자, 폭력 상황에 놓인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검열당하는 영화, 인종차별, 대량 학살’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시와 차별’로 응수한다. 그에 대한 핑계가 참 좋다. ‘다르다’는 것이다. 논리적이거나 그럴 듯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와 ‘다름’이 ‘그들’로부터 권리를 빼앗고 경멸하고 무시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 『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창비 펴냄, 2010.
저자인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는 아홉 장의 이야기 속에서 이런 「인권」 사안을 대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하나씩 짚어 가고 있다. 10대를 지나고 나면 청소년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그들’이 되고, 필요 이상의 통제를 받아 마땅한 존재로 취급된다. 이성애(異性愛)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성소수자’들은 배척하고 억압해야 할 ‘대상’이 된다. 미디어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장면과 외모 지상주의 가치관은 더 이상 불편하지 않고, 우리는 무감각하다. 장애인은 ‘무기력한 불구자’로 낙인찍거나 ‘불굴의 인간승리자’로 찬양하는 중에 ‘타자화’ 된다. 노동자들은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며 단결할 때조차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종교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적절한 대안 책을 마련해 주지는 않은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역을 기피하여 유학길에 오르거나 외국 시민권을 얻은 위선적인 지도자와 이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난을 퍼붓는다. 헌법에 ‘표현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국가가 ‘사전’에 영화를 검열하는 제도가 여전히 실행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차별 받는 한국인의 이야기에는 분노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에는 둔감하다. 대량 학살, 인종 청소가 벌어지고 있는 다른 나라 이야기에 ‘한국 교민’의 피해만 없다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금세 관심이 시들해진다. ‘우리 내면의 깊은 이중성’이 나와 ‘다른’ 존재들을 대하는 우리의 말과 행동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다름 vs. 열등”

나와 외모가 다르고, 말투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은 ‘다름’에 ‘우열’이 있다는 전제를 둔 것이다. ‘다름’에 차등적인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릴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는 자들이 존재한다. 더 나은 외모, 더 나은 건강, 더 나은 유전자, 더 나은 인종이 그렇지 않은 자를 지배하며 배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나름의 논리를 재생산한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내용을 통해, 독일 나찌의 홀로코스트의 명분이 되었던 ‘우생학’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우월한 사람이 열등한 사람을 지배하고 조종하고 불임시술하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는 이상한 믿음이 히틀러 같은 미치광이의 마음속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19세기를 지나 20세기 말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 인종 청소, 대량 학살(제노사이드)로 부활하는 비극을 맞이하는 사건들이 생겨난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이 책의 간결한 메시지는 「인권」이라는 다소 무거워 보이는 주제의 학문적인 탁상공론에 앞서, ‘다름’의 인정에서부터 출발하자고 제안한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며, 우리의 이웃이고, 나 역시 언제 그들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역지사지 易地思之>의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의 세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살 필요는 없지만, 다른 형태의 사랑이 존재함을 최소한 이해는 해야 합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그 범주에 들지 않으면 못생겼다고 차별하는 문화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 부족에 기인합니다. 다양성이 상실되어 몰개성화된 사회에서 희생자는 단순히 못생긴 남자, 못생긴 여자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들 모두 그 희생자입니다.”

“장애인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순수하고 낙관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심 많고 비관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100배의 연봉을 받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일까요? 육체로 인하는 사람들보다 정신노동자들이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사회 통념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과연 이런 생각들은 불변의 진리일까요?”

“기묘한 방법으로 병역을 피한 ‘신의 아들’들과는 달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시간을 벌거나 자기 한 몸 편하자고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닙니다. 병역의무 불이행이라는 원인은 똑같지만, 그 결과로 병역거부자들이 얻는 것은 유학도 미국 시민권도 아닌, 끔찍한 교도소 생활과 전과자의 낙인입니다. 지금 그들이 원하는 것도 병역면제가 아니라, ‘아무리 심한 일, 아무리 긴 기간이라도 상관없다’는 대체복무의 인정입니다.”

“외국인에 의한 범죄 증가도 문제지만, 외국인에 대한 범죄도 똑같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강사들이 한국여성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격분하지만,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한국남성들의 범죄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습니다. 그래서 입장을 바꿔놓고만 생각해도 문제의 절반 이상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류라는 거대한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사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은 똑같이 고귀한 것입니다. 생명의 귀중함을 인식하는 것은 인권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다문화 시대의 글로벌 시민 역량

지구촌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글로벌 역량을 키우고, 글로벌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서 ‘글로벌 인재 육성’을 강조한다. 이 시대적 부름(?)에 응하고자 모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 조기 교육을 시키고, 온갖 ‘리더십’이 들어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며, 학교 마치자마자 쉴 새 없이 ‘학원’으로 돌린다. 우리나라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한 사람들은 소위 ‘선진 교육’을 배울 수 있는 나라로 조기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만 하면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다름’에 대한 이해와 포용, ‘다양성’의 존중, ‘역지사지 정신’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이 아닌가 싶다. 지구촌 사회를 살아가는 세계 시민이라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간접 경험의 좋은 도구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친절하고도 쉽고 간결한 설명을 덧붙인 이 책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역지사지 적용하기”

우리 사회에 소수자로 존재하면서 열악한 인권 상황에 놓여 있는 대표적인 그룹 중의 하나가 “탈북민”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 사고방식이 다르고, 열악한 경제 상황 속에 성장기를 보낸 젊은 친구들의 경우, 체격이 왜소하다보니 금방 구별되기도 한다. 고향이 달라 말투가 다르고, 외부 문화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남한에 이주하여 겪는 일들은 새롭고 낯설기만 하다.

여러모로 ‘다른’ 탈북민을 향해, 남한 사회가 보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오랜 세월 반공교육을 통해 각인된 공산주의자들(소위 ‘빨갱이’들)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가진 상태에서, 국가 세금으로 이들의 정착 지원금이 제공된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력서에 북한 출신임을 밝히면 서류 통과조차 쉽지 않다.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탈북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자기네 구역을 지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세워 막아놓은 경우도 있다. 자세한 내막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가족을 두고 혼자 왔다며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기도 하고, 얼마 전 공무원으로 채용되었던 화교 출신 위장 탈북자가 간첩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하자, ‘너도 간첩 아니냐?’며 도끼눈을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범죄자 중에 탈북자가 있으면 꼭 ‘탈북자 ○○씨’라고 밝히고, 탈북자 중에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남한 살이의 어려움을 극복한 ‘불굴의 인간 승리자’로 칭송한다. 그렇지 못한 다른 탈북민들은 자연스레 ‘네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게밖에 못 사는 거야’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해야 한다.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설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비난만 퍼붓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내뱉은 한 마디에 탈북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과 불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낙인이 찍혀 공직이나 대기업 등 유망한 직장으로의 취직은 앞으로 물 건너갔다며, 탈북 청년들은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에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남한 사람들의 편견에 지레 겁을 먹고 어디서든 절대로 자신이 북한 출신임을 밝히지 않고 살아가는 탈북민들도 많다. (미국의 남북 전쟁 이후 흑인들이 백인들에 의해 린치 당해 사망한 숫자만 3천 명이 넘었다는 내용이 책에도 등장한다. 북한 관련 안보 사건이 터질 때마다 탈북민들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겪는 심리적 위협 또한 만만치 않다)

자신의 정체성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살아가는 탈북민들을 보면 안쓰러움과 함께 이 책에서 말하는 인권감수성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 ‘무산일기’에서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주변을 계속 맴도는 주인공 승철의 모습에서도 ‘주변화’된 또 하나의 ‘타자’를 보는 불편함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북에서 온 탈북민들도 똑같은 대한민국 시민이다. 경제난, 정치적 압박,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 종교의 자유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 남한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이다. 비슷한 이유로 이민을 택한 재외동포들이 타국에서 오해와 차별과 무시를 당하는 소식에는 격분하는 사람들이 정작 탈북민들의 좌절 앞에서는 냉담하다.

물론 분단 구조 속에서 형성된 북한에 대한 인식과 안보 불안에 대한 정서적 트라우마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름’을 전제하여 배제하는 것이 일상화된 남한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그룹을 ‘다양성’의 시선으로, ‘다름’을 존중하는 포용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적용’을 기대한다면 큰 무리일까. 이 책에서 강조하는 <역지사지 易地思之>의 정신이라면 불가능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 이 글은 중앙다문화교육센터(http://www.nime.or.kr/Front/notice/issueView.asp?no=2168)에 실린 글입니다.  

김단 기자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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