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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탈북자 간첩 사건’ 쟁점을 파하다국정원·언론·탈북자 유씨, 이것이 문제다

1월 21일 월요일, 아직 출근 준비도 하기 전인 이른 아침. 한 탈북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소식 들었어요?” “무슨 소식?” “지금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네?”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 그는 필자와는 여러 번 만났고 유코리아뉴스와 필자의 책에도 소개한 바 있었다. 그가 간첩 혐의로 붙잡혔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그 전화 이후로도 탈북자들로부터 대여섯 통의 전화를 더 받았다.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거였다. “유씨가 간첩이면 도대체 어떤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서 간첩 아닌 사람이 있겠느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뉴스를 검색하니 “탈북 공무원 간첩혐의 구속-탈북자 1만명 정보 통째로 북한에 넘긴 정황”이란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가 떴다. 그걸 본 모든 사람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을 것임은 물론이다. 남한 사람들은 탈북자가 무서워서, 탈북자들은 자신도 수사를 당하거나 직장에서 잘릴까봐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사건이 보도된 지 두 주가 지났지만 탈북자들의 ‘멘붕 상태’는 해소될 줄 모른다. ‘탈북자 간첩 사건’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유가 뭘까. 유씨가 워낙 친구도 많고 서울시 공무원이란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납득할 수 없는 수사와 보도 때문이다. 만약 검찰 수사(나아가 재판 결과)와 언론의 보도가 끝끝내 탈북자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물건너가고 만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면 직접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시라.

   
▲ '탈북자 공무원 간첩사건' 보도 이후인 지난달 29일 열린 유코리아뉴스 주최 탈북자와의 토크 장면. 이 자리에서 탈북자들은 유씨 사건과 관련한 정부와 언론의 태도에 대해 "모든 탈북자들을 잠재적 간첩으로 만들었다"며 깊은 우려를 쏟아냈다. ⓒ유코리아뉴스 구윤성

이 사건의 수사와 보도 과정 등을 보면서 사건의 쟁점을 제대로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모든 언론은 1월 21일자 기사 이후로 남한 사회에 암약하고 있는 탈북자 간첩을 뿌리뽑을 태세다. 비슷한 혐의의 탈북자들을 내사하고 있다고도 하고, 탈북자 신문 시스템도 보완하겠다고 한다. 1월 27일에는 국정원, 검찰 등 이른바 ‘공안당국’ 이름으로 역대 정부의 간첩 현황과 그 중 탈북자 숫자를 통계 낸 자료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나섰다. 4일부터 28일까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고충 및 피해사례를 접수하겠다는 것이다. 남한 내 ‘탈북자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서다.

탈북자를 두 번 죽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탈북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탈북자 공무원 간첩사건’ 보도로 한번 죽이고, 그것도 부족해서 탈북자들을 돕는 재단에서까지 나서서 탈북자들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고충·피해 사례 접수가 어떻게 탈북자를 죽이는 일이냐고? 모든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 탈북자 사회에서는 이참에 정부 지원도 받고 이름을 내보겠다고 탈북자들을 신고하는 일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이 소식을 전하는 탈북자는 기가 막혀 했다. 어쩌다가 탈북자 사회가 이 지경이 됐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입장을 바꿔보면 간단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인 교포 한 명이 강력강도 혐의로 미국 정부에 체포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참에 한인 강도를 뿌리뽑겠다며 모든 한인들을 상대로 행적이 의심스러운 한인들 사례를 신고받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되면 한인 사회는 어떻게 될까. 서로 의심하고 신고하느라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고 말 것 아닌가. 물론 그 전에 미국 정부에 강력 항의하는 일이 일어나 이 계획은 취소되고 말 것이지만 말이다. 모든 탈북자들을 ‘잠재적 간첩’으로 몰아가는 수사와 보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피해사례 접수가 그와 같은 짓이다.

서두가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쟁점은 이렇다.

1만명 탈북자 리스트를 북한에 넘겼다?

우선 “北탈출 주민 서울지원 정착업무 탈북 공무원 간첩혐의 구속-탈북자 1만명(국내 거주 탈북자의 42%) 정보 통째로 북한에 넘긴 정황” 제목의 1월 21일자 동아일보 보도다(이 보도 때문에 모든 국내 언론들이 ‘탈북자 공무원 간첩사건’을 다투어 보도했다). 국내 거주 1만명 탈북자를 통째로 북한에 넘겼다? 이 정도면 빼도 박도 못하는 간첩이다. 아니 엄청난 거물급 간첩이다. 동아일보는 1만명 탈북자 리스트를 넘긴 근거로 “유씨가 1만여명의 서울 거주 탈북자 지원업무를 전담해왔다”는 걸 들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씨는 서울시 정보 접근에 있어 제한된 신분이었다”고 밝혔다. 1만명 탈북자 리스트를 다 들여다보고 관리할 만한 정보접근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번 ‘서울시 탈북자 공무원 간첩사건’의 핵심이기도 하다. 단순히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북한에 드나든 것을 가지고 간첩으로 보기엔 물의가 있다는 게 법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간첩 혐의’로 수사 중인 유씨가 ‘간첩’이 되기 위해서는 1만명 혹은 상당한 수량의 탈북자 리스트를 북한에 넘긴 혐의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 유씨를 기소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증거들’을 토대로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1만명 리스트를 북한에 넘겼다고 보도한 동아일보는 다음날(1. 22) 유씨가 화교 출신 간첩이었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의 전언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여러 명의 탈북자들은 “5년 전 유씨가 화교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며 “소문에 따라 당시 수사당국이 유씨를 수사했지만 갑작스럽게 수사가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이 이미 5년 전 유씨가 화교인 걸 알고서 덮었다면 수사당국 역시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유씨가 화교인 줄 알고서도 탈북자로 계속 인정해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법상 북한 주민이 아닌 화교는 탈북자가 될 수 없다. 그에 대한 책임 지적 없이 ‘허술한 탈북자 신문제도나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5년 전 유씨 수사 관련자의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 유씨가 학력을 속이고 고향을 속였다는 보도도 곁가지이긴 마찬가지다. 학력을 부풀리거나 속인 경우가 일반사회에도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왜 언론에 흘렸을까? 

정보기관, 즉 국정원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모든 탈북자들을 ‘멘붕 상태’에 빠뜨린 1월 21일자 동아일보 보도는 국정원의 정보 제공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유코리아뉴스의 판단이다. 기사투가 ‘국정원’이 주어로 되어 있고, 국정원의 정보 제공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성격의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왜 굳이 언론을 통해 이걸 흘려야만 했을까. 여기에 탈북자들의 우려와 불만이 집중돼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유씨가 간첩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탈북자 공무원 유씨 간첩사건’ 보도로 모든 탈북자들이 ‘잠재적 간첩’으로 내몰려 있다는 데 있다. 결과가 빤한 방법을 국정원은 왜 굳이 택했을까.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서, 그것도 오래된 카드를 말이다. 새 정권 눈치를 보는 일부 국정원 인사의 과잉 충성이 빚어낸 결과, 나아가 이 정부가 얼마나 탈북자들을 ‘동네북’으로 다루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란 게 탈북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쏟아놓는 말들이다. 언론에 흘리지 말고 조용히 처리해도 될 일을 말이다.

하지만 보도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했을 때 유씨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북한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든지, 그러면서 일부 탈북자 리스트를 북한에 넘겼다든지, 화교 출신이었다든지, 학력을 속였다든지 하는 게 모두(혹은 일부가) 사실이라면 ‘공무원 유씨’로서는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가 탈북자여서가 아니다.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남한사회의 공무원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씨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유씨를 접견했지만 수사당국의 강압에 의한 결과가 상당 부분 있다”고 밝히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유씨의 책임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결과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씨가 책임을 지든 국정원이 책임을 지든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탈북자 사회에 대한 무너진 신뢰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남한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접었다” “더 이상 꿈도 없다”며 절망하는 탈북자들의 가슴은 누가 어루만질 것인가. 이거야말로 탈북자 사회의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는 김정은의 책동에 엄청나게 기여한 일 아닌가. 이번 사건은 국정원 관계자와 언론의 공적 쌓기가 만든, 탈북자 사회에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남게 됐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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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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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ve 2013-03-12 21:28:18

    대다수의 언론이 유씨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느낌인데....
    소수의 유코리아뉴스가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자랑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진솔한 얘기로 과거 한국정치사를 봐도 정치라는 것이 대의(관계자들의 권력을 위해??)라는 명분하에
    소(탈북자 한명정도)를 희생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둡니다.

    이번 사건은 구태정치의 잔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됩니다. dddd님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삭제

    • love 2013-03-12 21:10:19

      저 또한 이 사안으로 국정원으로 부터 전화로 조사에 응했지만 간첩은 아니라고 진술했습니다만,,

      한반도 경계인으로 서러운 삶을 사는 탈북자들을 정치적 이슈거리로 전락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국정원에서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남한정착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면

      충분히 내부적인 조사로 마무리했을 사안을 언론에 찌라시를 뿌리네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삭제

      • dddd 2013-03-02 01:10:49

        ㅁㅁㅁ님 같은 경우는 탈북자라도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어느 정도 자본주의에 적응하신분인거 같네요..공무원 탈북자 사건의 쟁점을 제대로 파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글을 썼다는게 웃기네요.   삭제

        • ㅁㅁㅁ 2013-02-08 20:47:58

          허허님..제 요지는 어차피 벌어진일, 나중에 재판에서 보면되고,
          이런 안좋은거 잊을라고 하는데, 자꾸 상기시켜주니..곤란한 사람도 있다는겁니다.
          그래서 다른주제를 올려달라는입장에서 북한 핵실험얘기 쓴겁니다..

          그리고, 다른 탈북자전문매체 보면, 북한핵문제까지 다룰정도로 주제가 넓어요..
          탈북자분들도 대한민국국민이니까 보통 대한민국국민처럼 관심이 많은거지요.
          설마 국민으로 인정안하는건 아니겠죠?   삭제

          • 하나 님. 2013-02-08 15:55:06

            정황(情況): 일의 사정과 상황. 님께서 언급하신, 그리고 동아일보가 보도한 '정황'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정황은 아직 사실이 아닙니다. 추측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이것은 의도성이 짙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니 수사 결과, 나아가 재판결과를 차분히 기다려 보세요. 신문보도가 다 진실은 아니니까요.   삭제

            • 허허 2013-02-08 06:42:57

              아래 땡땡땡 분. 유코리아뉴스는 탈북자 전문 매체잖아요.북한이나 핵문제 전문 매체가 아니 잖아요?   삭제

              • ㅁㅁㅁ 2013-02-08 02:41:19

                저기요.. 유모씨 화교간첩 주제는 이제 그만하지요.. 어차피 재판할거 아닙니까...
                그보다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집중하고있는데,

                이런 기사를 올려주세요.. 북한핵실험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알고싶습니다..
                들어와서보면,, 맨날 이 주제만 있으니.. 참고로 딴 사이트는 새로운주제가 계속나옵니다..   삭제

                • 제3국 2013-02-07 01:45:30

                  댓글 다시는 분들, dddd님은 상대해주지마세요. 탈북자를 닭에 비유하셨던 분입니다. 사람을 동물과 비유하며, 탈북자를 무슨 보균자가 되는 것처럼 말씀하셨던 분입니다. 아무래도 논리나 그런 것들이 북한 보위부나 정보관련 일하시는 분인 것 같은데, 탈북자들 겁을 주려고 이런곳까지 침투한 모양입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런 면도 다뤄주시는 곳이 있어 감사합니다.   삭제

                  • 1111 2013-02-05 23:51:11

                    여기서 화교출신인걸 5년전에 알았는데.. 수사를멈췄다...휴 무섭네..

                    2004년 화교출신을 탈북자로 받아준게 노무현정부시절인데,
                    거기다 지금부터 5년전이면 노무현정부말인데,, 수사를멈추다니...

                    이건 진짜 심각한겁니다..그리고 화교란 소문이 파다하면서도 2011년에 서울시공무원으로 채용한것도 문제같은데요..이것도 책임져야합니다.. 그당시 서울시장도요..
                    그리고 탈북자로 행세한 유씨도 이부분은 벌받아야합니다.   삭제

                    • dddd 2013-02-05 22:50:06

                      자책을 할거 같습니다.사람들은 피해망상에 젖어 있다보면 우울증이 생기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굉장히 피해에 찌들려 있는 글로 보이는데요.여기 글 쓰는 분들을 보니 변호사님도 계시고 목사님도 계시고 와다 신스케도 있고 좋은 친구들도 많은거 같은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주변 분들이 따금한 충고도 해주시고 고민도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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