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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멀었다!‘탈북자 공무원 간첩 사건’ 관련 탈북자들의 절망 앞에서

‘탈북자 공무원 간첩 사건’의 태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어제 여덟 번째 탈북자 토크가 열렸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탈북자들의 표정은 무거웠습니다. 발언은 높은 톤에도 불구하고 시종 착잡했습니다. 참석자 중엔 지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유씨의 친구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탈북자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젠 희망이 없다”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나는 늘 혼자였다”

   
▲ 29일 저녁 서울 역삼동 카페 Viaggio에서 열린 유코리아뉴스 주최 제8회 탈북자와의 토크에서 참석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구윤성

그렇다면 대안은? 대안을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대안은 없다”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탈북자 간첩사건)이 더 심해질 것”이란 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쥐구멍에도 해 뜰 날이 있겠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고작이었습니다. 그것마저도 전혀 희망적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탈북자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여러 명 탈북자들이 쏟아내는 말들은 온통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 말들은 마구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사정없이 제 머리와 가슴을 때렸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 나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있었습니다.

1년여 전, 유코리아뉴스를 시작할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남한에 잘 정착한 탈북자들을 집중 소개함으로 다른 탈북자들에겐 도전과 희망을 주고 남한 사람들에겐 탈북자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자.’

그래서 열심히 기사를 썼고,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롤 모델이 되는’ ‘긍정적이고 성실히 살아가는’ 탈북자들은 실제 많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팩트였습니다. 그러나 그 팩트는 지극히 일부였습니다. 마치 밖으로 드러난, 아니 드러내고 싶었던 빙산의 일각이라고나 할까요? 수면 아래엔 한숨짓고 절망하는 무수한 탈북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남한 사회의 냉대를 온몸으로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가끔 저항도 해보다가 결국 체념하고 맙니다. 탈북자이기 때문입니다. 고향을 떠나온,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목소리를 내는 건 감히 엄두도 못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탈북자 간첩사건’이 터질 때마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려야만 했습니다. 그때마다 대한민국은 모든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현실을 몰랐거나 애써 외면하려 했습니다. 취재 여건이 안된다는 핑계로.

한 탈북자의 말이 제 가슴에 비수가 되어 박혔습니다. “지금은 북한 인권이 아니라 탈북자 인권을 얘기할 때다.”

전세계에서 탈북자들에게 가장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그 품 안에 사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말해야 한다뇨? 21세기도 훌쩍 넘긴 2013년 대한민국의 처절한 현실 아닙니까.

저는 ‘통일은 이미 시작됐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 곁에 있기 시작한 탈북자들, 그들과 한데 살아감을 통해서입니다. 또한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는 풀뿌리 통일 준비, 통일 연습을 통해서입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쏟아놓는 부인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 앞에 제 생각은 한없이 초라할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한낮 꿈이었고 낭만일 뿐이었습니다. 하여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아니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일은 아직 멀었다!!! 제 발로 남한에 찾아온 탈북자들을 제대로 대하지 못하면서 북한 주민들과 함께 산다? 가당키나 한 얘기입니까.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이하 생략) <이육사의 ‘절정’(絶頂)>

2013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탈북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요? 과장, 왜곡하기 좋아하는 탈북자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감정으로 치부해 버리면 되는 걸까요? 지금 탈북자들을 절망(절정)의 끝으로 내몰고 있는, 그래서 통일을 요원하게 만드는 주범은 과연 누구일까요?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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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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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형신 2013-02-01 20:29:54

    답변 감사합니다.
    주로 대학생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여쭤본 것이었는데,
    다른 기사에 토크콘서트 전문이 실려있었군요.   삭제

    • ukoreanews 2013-01-31 13:16:19

      탈북자는 5명 모였고, 그 중 직장인은 2명, 대학생은 3명입니다.   삭제

      • 정형신 2013-01-31 12:40:31

        기자님. 사진상으로는 9명이 모인 것 같은데,
        토크에 참여한 탈북자는 몇명이었나요?

        그리고 그 중에 직장인은 몇명이었습니까?   삭제

        • ㅂㅈㄷ 2013-01-31 01:05:23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인정하지않는다.. 굳이 이런식으로 쓸 필요가 있습니까...
          이럴수록 긍정적으로 다가가야죠.. 여기서 절망만 한다면, 김정은의 탈북자들의 와해를 노리는 술수에
          우리가 말려드는꼴입니다.. 북한의속셈을 정녕 모르십니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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