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문화
나는 비로소 꿈을 봅니다[서평] 김성원의「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를 읽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나라 50대의 90%가 투표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62.5%는 ‘변화보다 지금 이대로’를 선택했다. 노동자들이 자살을 하고, 언론이 재갈에 물려도, 청년들이 일자리 구하기에 청춘을 소진해도, 자식 낳기가 두려워도,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를 꺾고 대통령이 됨으로써 나라가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냥 이대로 내 집 값을 지키는 데 올인하는 투표를 했다.
결과적으로 ‘욕망의 정치’는 다시 성공했다. 5년 전, 도덕이 먹여살려주나, 하며 ‘묻지마 투표’를 하던 국민들은, 다시 뭔지 모르지만 그가 우리를 먹여살려줄 것이라고 믿고 투표했다. 이 나라의 투표는 언제나 욕망이 이기는 게임으로 전락해버리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미국이 선택한 길을 우리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에서 드러난 미국의 현실은 슬프다. 5명 중 1명이 밥을 굶고, 45명 중 1명이 집이 없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증가분의 93%를 차지하는 나라이다. 더 이상 좇아야 할 가치를 상실한 최후의 제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입법부의 핵심인 하원의장이란 사람이 말한다. “주변에 가난한 이웃, 가난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청소관리인들의 조수로 고용하면 됩니다. 바닥을 쓸게 하고 화장실 청소를 시키고 돈을 주면 되지 않습니까?”
또 유력 정치인이 말한다. “월가를 비난하지 마라. 대형은행을 비난하지 마라. 당신의 직업이 없고 가난한 것은 당신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
미국은 그래도 이런 악을 주장하는 세력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자본의 욕망으로 치달아가는 공동체의 추락 속도를 멈추고자 애쓰지만 이 나라는 그런 노력마저도 기울이지 않은 채 시궁창으로 치달아간다.
더 이상 희망은 사라진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절망한다. 도덕이니, 약자에 대한 배려니, 정의니, 공정이니, 평등이니 하는 가치들은 그저 무기력한 깃발에 지나지 않는가. 종교조차 가치 아닌 욕망에 투신해버릴 만큼, 이 땅은 욕망의 늪에 빠져버린 것인가.
 

그래서 “의료행위를 하고 돈을 받는 게 아직도 어색해요”라는 그녀의 말 한 마디가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나보다.
여전히 이 욕망의 늪에도 희망의 끈이 드리워져 있음을 나는 발견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한의원을 경영하는 김지은 원장이다. 북한을 떠나와 남한에서 14년째 살고 있는 이른바 ‘탈북자’이다. 남한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그렇게도 고통스러운 변신을 거듭하였고, 그 결과 직원 7명에 의사도 2명인 한의원 원장이 되었지만, 아직도 놓칠 수 없는 한 가지는 의료행위를 돈의 가치로 바꾸어선 안 된다는 의식이었다.
세계에서 빠지지 않는 경제력을 가진 나라로 자랑하며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묻지 마 투표’를 하는 이 나라가 깡그리 잊고 날려버린 그 소중한 가치 하나를 그녀, 김 원장이 말하고 있다.
그녀의 말에 밑줄을 긋고 나는 거듭하여 읽는다. 사라진 인간의 존엄을 붙잡는 심정이다.

   
▲ 김성원 지음, 토기장이 펴냄.
탈북인들을 위한 뉴스 사이트 ‘유코리아뉴스’의 김성원 대표가 쓴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토기장이 펴냄)는 그렇게 김 원장 같은 탈북인들, 남한에서 산소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해준다.
그들은 하나 같이 남한사회에 정착하기 위하여 자살 같은 극단의 아픔을 경험하였다. 그들의 아픔이 통곡하는 지점에서 나는 섬뜩하였다.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는 어쩌면 저 극단의 시간을 오랜 시간에 걸쳐 통과해 온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웬만한 독극물을 먹어도 견뎌내는 내성을 지닌 몸처럼, 우리는 인간이라면 고통스러워야 할 어떤 환경에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을 만큼의 내성을 교육 받은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그들이 지나온 그 고통의 정착시간이 오히려 안타깝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고통 속에서 자신의 괴롭히던 온갖 욕망들, 그러니까 불안 의심 불평등 억울함 같은 것들을 떨쳐냄으로써 더욱 소중한 자신의 존재를 회복하였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적인 정착은 이런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나는 안심하였다.
그 증거가 이것이다. 남한사회에서 비로소 웃음을 찾는 순간 그들은 자신이 떠나온 땅 북한의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편안해질수록 오히려 고난의 행군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북한의 형제자매에게 마음을 기울인다. 그리고 사람이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걸 방치하는 사회는 결코 옳지 않음을, 증명하고자 몸부림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통일이 절절한 꿈이 된다. 바람 거센 이 땅에서 가물가물 꺼져가는 그 꿈을 그들이 온몸으로 지켜내는 것 같다. 통일이란 남과 북 모두에게 축복이며, 하나 됨 그 자체가 주는 위대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그들이 온몸으로 말한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가 말하는 꿈이란 바로 그것이다. 통일이고, 통일 이후의 세상이다. 그 꿈을 위해 그들이 목숨을 건 위험한 시간들을 건너온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이다. “그들은 남북한 모두를 동시에 각성시키는 고난 받는 종 요셉을 떠오르게 한다”는 어느 목사의 서평에 귀 기울이게 되는 까닭은.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온 사람들, 그들 가운데 누군가는 차라리 ‘나는 조선족이다’라고 말하며 불신의 눈초리를 피하여야 할 만큼 남한사회는 그들에게 여전히 나쁜 사회이다. 결코 대가 없이 그들을 받아들이려는 착한 마음은 어디에도 없다. ‘탈북자’라는 단어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어둡고 야박하고 퉁명스럽다.
그걸 알면서도 나조차 ‘탈북자’라는 단어의 색깔을 회색빛 암울함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였다.
그런 나에게 열일곱 명의 김지은 씨가 말해준 것이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라고. 그 꿈이야말로 그들만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내 아이들이 결코 꺼트려선 안 될 꿈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이것이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책이 선사해준 희망이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이 책 한 권을 우리 아이들에게 통일을 꿈꾸는 다음 세대들의 교과서로 추천하고자 마음을 먹는다.



박명철 <기독신문><뉴스엔조이><기독교사상>기자를 거쳐 <아름다운동행> 편집장으로 기독교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해왔으며 신앙을 삶으로 살아내는 현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 매진해왔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청소년 큐티잡지 월간 <Q> 및 CBS, <복음과상황><크리스채너티투데이> 등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박명철  aimpark@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우리는하나 2013-01-12 22:54:22

    음.. 저와는 다른생각이네요.. 저는 탈북자분들을 변절자라 모욕을 준 그런분들이 있는,
    그런곳은 솔직히 별로입니다.. 또 안정감도 없구요..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