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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성-15형 발사, ‘본격대화’ 신호탄?

지난달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죠. ICBM의 핵심기술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화성-15형 발사를 계기로 미국에 ‘협상’ 요구하는 모양샙니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기조도 기존 ‘제재’ 중심에서 ‘대화’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북한의 움직임인데요. 북한은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틀 뒤인 지난 1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저녁 대동강변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도 벌어졌습니다. 아울러 5일에는 자강도, 남포, 라선시 등 전국에서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군중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같은 ‘화성-15형 발사 성공’을 계기로 미국과도 본격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 방북했던 러시아 의회 대표단의 말인데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우리의 국회의장)이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화성-15형 발사 다음날인 30일에 김 상임위원장이 러시아 대표단에게 말했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북한이 이제 핵무기가 완성됐으니까 미국 등 국제사회와 본격적으로 협상에 돌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7일(현지 시간)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받기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북한이 무엇보다도 안전보장에 대해 미국과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대화의 중개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해볼 사건이 있습니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의 방북입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지난 5일부터 오늘이죠. 8일까지 북한 초청으로 방북중인데요. 6일엔 박명국 외무성 부상을 7일엔 리용호 외무상을 만났습니다.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인 8일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엔은 펠트먼 사무차장의 이번 방북에서 정치적인 이슈를 포함해 광범위한 토론을 북한과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성공한 다음날인 11월 30일에 공식 초청장을 보냈다고 하니까 이 역시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본격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미국 국무부 외교관 출신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보다는 군사 옵션 카드를 다시 꺼내드는 모양샙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2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맥매스터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무력충돌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지만, 그는 점점 더 전쟁에 가까워지고 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강경파인 미국 상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3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가족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맥매스터 보좌관이 말한 것처럼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있고,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며 “한국에서 지금부터 미군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으로 교체하고, 톰 코튼 상원의원을 CIA 국장으로 앉히는 미국 정부 외교안보팀 재편 작업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일관되게 대북대화론을 견지해온 인물인 반면, 폼페오 국장은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최종 완성단계에 이르자 우리 정부의 전략도 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북한이 지난달 29일 새벽 평양 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고각 발사하고 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지난 4일 열린 통일연구원 주최 학술회의에서 통일부 김남중 통일정책실장은 북핵 해법과 관련해 비핵화를 포함한 포괄적 방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실장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이른바 중국이 제안하고 러시아가 지지하는 쌍중단, 쌍궤병행을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북한의 핵무력의 완성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5형 발사 이후 북한은 미국에 협상을 얘기하고 있고, 한국도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미국만은 군사옵션을 꺼내들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 중국도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언급하고 있어 사실상 협상을 통한 해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 옵션’ 언급과 시행 사이엔 워낙 간극이 큽니다. 그만큼 군사 옵션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이 같은 군사옵션 카드도 실제 행동보다는 결국 북한과의 협상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탈북민인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윤애 연구원은 8일 팟캐스트 시즌2 ‘서울에서 평양까지, 뭘 타고 가나?’에 출연해 “북한의 핵개발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시작됐고 1990년대 초반, 중반의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와 식량난·경제난을 거치면서 확고한 정책으로 굳어졌다”며 “한마디로 북한에게 핵무기는 자존심과 같은 것으로 결코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을 대화국면의 신호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대내 선전용인지에 대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 등에 대해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와 추원서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이 자세한 분석을 제기해주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서울에서 평양까지, 뭘 타고 가나?’ 바로 가기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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