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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 속 힘겹게 대북지원 맥 잇다2012년 한국 기독교 통일운동의 평가와 전망①

이 글은 지난달 30일 기독교통일포럼과 평화한국이 공동 주최한 ‘2012년을 회고하며’ 주제의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제했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2012년 한국 기독교 통일운동과 관련 ①남북 평화 및 교류, 대북 지원 ②북한 인권 및 탈북자, 통일 기도모임, 북한교회 재건 ③향후 전망과 제언 등 3회에 걸쳐 평가하고 제언하는 글을 싣는다. -필자 주

2012년 한국교회는 연합기관의 파행과 분열, 교단의 추행, 개교회주의 만연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노출시킨 해였다. 이렇게 산산이 분열되고 추락한 교회가 과연 남북 통일이니 화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통일을 감당할 만한 의지나 역량이 있기나 한 것인가. 마치 남북통일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온갖 파행과 분열, 추행을 일삼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강경론에 스스로 발목 잡혀 최악의 대북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한국교회는 그저 정부 탓이나 하며 자신을 합리화한 채 마땅히 해야 할 대북지원이나 남북 교류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는가. 만약 한국교회가 앞으로 남북통일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순종코자 한다면 이에 대한 통절한 자기 반성과 회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 일각에서는 통일과 남북 화해를 하나님의 뜻으로 삼고 실천해온 움직임이 없지 않았다. 마치 북풍한설 속에서도 푸른 이파리를 떨어뜨리지 않고 있는 풀잎처럼이나 감동적인 장면이라 하겠다. 비록 미미하지만 이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2012년 기독교 통일운동을 정리해봤다. 한국교회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영역, 즉 남북 교류 및 평화, 대북 지원, 북한 인권, 교회 연합, 기도, 탈북자 사역, 북한교회 재건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한 자료는 국민일보, 기독교연합신문, 기독공보 등 주요 교계신문을 참고했다.

◇남북 평화 및 교류
지난 2010. 3. 26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며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인적·물적 교류를 잠정적으로 중단시켰다. 이른 바 5.24 조치다. 주요 내용은 ①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②남북교역 중단 ③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④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⑤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다.

이에 따라 방북을 통한 교류나 대북지원 등이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남북 관계의 숨통을 틔우던 대북 민간교류도 거의 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계 일각에서는 ‘신앙 양심상 5.24 조치를 따를 수 없다’며 대북 지원이나 교류를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대표적이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는 지난 3. 20∼21 중국 심양에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 관계자들과 만나 △5월 초 개성에서 남북교회 공동기도회 개최 적극 노력 △교회협과 조그련의 부활절 남북교회 공동기도문 발표 △2011년 10월에 합의한 NCCK 지도자 평양 공동예배를 10월 말경 시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물론 5월초 개성, 10월 말 평양 공동예배는 5.24 조치로 인해 실행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 2∼5 NCCK 대표단이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방북하는 성과도 있었다. 당시 방북 의의에 대해 NCCK는 이렇게 밝혔다. “이번 방북의 목적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따른 모니터링이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모니터링은 현실적으로 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신앙고백과는 다른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아무 조건 없이 보내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이고, 본회 또한 이 신앙고백을 따라 앞으로 아무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속히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밖에도 NCCK와 조그련은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공동 보조를 취해왔다. 4. 6엔 부활절 공동기도문을, 9. 25엔 일본 우경화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단체가 (사)조국평화통일협의회(대표회장 진요한 목사)다. 보수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지난 3. 20에도 중국 선양에서 조그련과 만나 ‘오는 6.23∼25 평양 봉수교회에서 평화통일기원 남북공동기도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성사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부활절엔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기도회를 개최한 바 있다. 올 10. 26엔 베이징 평양관에서 조그련 오경우 서기장 등을 만나 2013년 부활절 기간인 3. 27∼29 평양 붕수교회에서 ‘남북 공동 조국평화통일기원 기도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주제도 ‘주여! 조국의 평화통일로 온 세계에 빛을 발하소서’로 정하고 3차례 예배, 조그련과 공동으로 통일선언문을 작성, 발표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새 정부 이후 남북 관계가 나아져서 개최가 성사될지 아니면 또 다시 취소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려는 기독인들의 몸부림은 곳곳에서 있었다. 3. 1엔 평화통일기독인연대(평통기연), 성서한국 등 13개 기독 단체들이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기독교 3.1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1990년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동서독교회가 보여준 성숙한 화해와 협력이 동서독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며 “그동안 한국교회가 목숨 걸고 사랑과 관용의 길을 걷지 못했음을 참회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키리졸브 군사훈련 중단 및 서해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 마련 △인도적 지원 재개 △한반도 비핵화 협정준수 △남북이산가족 상봉 및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화해를 위한 조치를 남북 양측에 촉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박귀근 목사)의 담화문도 의미가 있었다. 예장통합은 과거에도 통일과 관련한 교회의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이번 성명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교회의 죄책을 먼저 회개했다는 점이다. 예장통합은 북한선교주일인 6. 24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다가오는 통일을 맞이하기 위하여 분단 현실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우리 안에 있는 불신과 갈등, 분열을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선교는 분단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신 하나님의 소명이요 사명”이라며 “다음세대에까지 분단된 나라를 그대로 물려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채수일 총장)도 10. 19∼20 ‘통일과 화해’를 주제로 한 제41차 정기학술대회에서 ‘평화통일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서는 “한반도 분단현실의 종식을 위해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며 “정교, 정경분리의 원칙 위에서 경제교류를 활성화하고 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남북 당국 모두에게 강조했다.

〔평가〕교회는 어떤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북한 교회와의 교류, 협력’이라는 굳건한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 서독 교회가 동독 교회를 향해 보여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 않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한국교회의 대북 관계나 교류가 변한다면 신앙이나 신념에 따르는 것이 아닌 정치권 눈치 보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협력과 교류의 당사자인 북한의 신뢰도 잃고 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변화무쌍한 남북관계에 상관없이 불변하는 원칙을 견지할 때 한반도 평화의 사도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북 지원
1. 12 기독교북한선교회 주최 ‘김정은 시대의 전망과 북한선교의 방향’ 워크숍에서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은 다음과 같이 한국교회에 조언했다. “한국교회는 기도회라는 이름을 극단적 반공 극좌 이데올로기와 신념을 강화하는 데 활용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대남전술을 극복하고 탈북자 사역, 대북 인도적 지원에 힘써야 한다.” 사회적 지탄까지 받아온 기도회 이름의 정치집회 대신 남한에 와 있는 탈북자 대상의 사역, 대북 인도적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교회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의 5. 24 조치 속에서도 한국교회의 대북지원은 간간이 이어져 왔다. 1. 31 (사)민족사랑나눔(이사장 림인식, 회장 이수영)은 2억 2000만원 상당의 생약 성분의 기관지 관련 의약품을 북한에 전달해 달라며 한 의료기관에 맡겼다.

3. 15 NCCK 산하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은 밀가루 153톤(1억원)을 중국 애덕기금회(Amity Foundation)를 통해 조그련에 지원했다. 애덕기금회는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국가적 재난과 긴급구호를 위해 지난 1985년에 설립한 비정부기구(NGO)다. NCCK는 9. 21에도 154톤의 밀가루를 단동에서 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에 실어보내기도 했다.

   
▲ 지난 9월 2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단동에서 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에 지원한 밀가루 154톤. ⓒNCCK

월드비전은 3, 4월 두 달간 북한 밀가루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했고, 4. 8 부활절연합예배는 부활절 헌금을 북한 어린이 돕는 데 쓰기로 한 바 있다. 4. 17∼5. 1 유진벨재단은 평안북도, 평안남도, 평양 등 6개 결핵센터를 방문한 데 이어 10. 15∼ 11. 1에도 방북하고 돌아왔다. 남북 경색 국면에서도 두 차례나 북한의 결핵센터를 방문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지속적인 대북지원이 북한으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란 게 스티브 린튼 회장의 설명이다.

기아대책(회장 정정섭)은 9. 6 인천항에서 6억원 상당의 의류, 신발 4만여 점을 황해북도 주민에게 보냈다. 수해를 당한 황해북도 황주 및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평가다.

10. 5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기아대책, 남북평화재단, 어린이어깨동무, 굿네이버스 등 7개 민간단체가 태풍 피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밀가루 500톤을 판문점을 통해 지원했다. 이밖에 총신대가 북한 고아원 돕기 CCM 자선콘서트를 진행했고, CCC가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작은 떡 나눔운동’이란 이름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11. 8 남북평화재단이 ‘북녘 희망의 등불 만개 밝히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심각한 전력난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도 마음껏 할 수 없는 북한 청소년들에게 1만개의 태양열ㆍ자가발전식 LED 랜턴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평가〕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한국교회만큼은 명확하게 답을 알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것은 바로 아무 조건없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퍼주기’니 ‘군용이나 정치권 전용’이라는 우려나 비판도 있지만 그것은 정치권이나 사회단체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할 일은 굶주린 자를 불쌍히 여기며 실제로 먹을 것을 주는 것이다. 비록 그 대상이 형제나 동포가 아닌 원수라고 할지라도 말이다(마 5:41∼48).

남북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해서 한국교회가 함께 교류와 지원을 단절할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대북지원 캠페인이나 대북지원을 위한 인식 개선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한국교회를 향해 남한 사회가 돌을 던지기는커녕 오히려 감동할 것이다. 그런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고 북한 주민들도 결국 감동하게 될 것이다.(계속)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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