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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영화에 등장하는 '탈북자' 우리랑 다르다”'무기력한 탈북자' '차별하는 남한사회' 지나친 과장의 근본 원인은?

탈북자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별받고, 무기력하고, 소극적으로 상징되는 영화 속 탈북자들의 모습이 더 이상 일반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오영숙 HK연구교수의 연구에 따른 결과로, 지난 3일 오후 3시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세미나를 통해 공개됐다.

오 교수는 1인 감상, 집단 감상, 토론, 인터뷰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탈북자들이 영화에서 나타난 ‘탈북자’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갖는지 연구했다. 참여자는 총 10명으로, 한국에 들어온지 10년 이내의 청년들과 주부들로 구성된 탈북자들이었다. 이들이 감상한 영화는 <무산일기><댄스타운><무적자><겨울나비><두만강><줄탁동시> 등이다. 탈북자들이 집중 조명되거나 주요하게 다뤄지는 대중영화, 혹은 독립영화이다.

   
▲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오영숙 HK연구교수   ⓒ유코리아뉴스 이범진기자

   
▲ 오 교수는 1인 감상, 집단 감상, 토론, 인터뷰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탈북자들이 영화에서 나타난 ‘탈북자’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갖는지 연구했다.   ⓒ유코리아뉴스 이범진기자



연구에 따르면, 이 영화들을 모두 감상한 탈북자들은 한 목소리로 “사실과 너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이 연변말을 한다’ ‘북한에선 저런 헤어스타일이 없다’ 등의 사실성 여부에 문제제기하면서, 특별히 국정원에서 심문을 받는 장면에서는 모두 의아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들이 주고받은 대화들이다. 
‘국정원이야? 국정원이면 한국 넘어온 거잖아. 근데 왜 저래?’ ‘저건 고문이잖아.’ ‘국정원에서 저렇게 심하게 안 한다. 북한에서 암만 죄를 많이 지은 살인범이라 하더라도 (국정원에서는) 이렇게는 안 대하잖아.’

오 교수는 “참여자들은 <두만강>이나 <겨울나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탈북자의 삶, 혹은 북한사람의 삶과 너무 다르게 묘사했다고 말했다”며 “특별히 <무산일기>나 <댄스타운><줄탁동시>를 본 참여자들은 극중 인물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무산일기>의 주인공이 답답하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고 김 씨(45세)는 “저렇게 적응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 씨(22세)는 “난 여의도에서 공원에 의자 수백 개 놓는 알바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괄시하지 않는다. 북한 사람이라고 하면 더 따뜻하게 해준다”라며 영화에서 보여지는 심한 차별은 현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남한사람들이 탈북자 주인공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에서 강 씨(25세)는 “한국에 저런 사람들이 정말 있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박 씨(18세)는 “나는 맨날 피씨방에 가고 검정고시도 떨어지고 목사님한테도 혼난다. 그래도 저렇게 괄시 받은 적은 없다”며 거들었다.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묘사되는 탈북자 주인공이나,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한 사회역시 현실과 다르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 영화 '무적자' (2010)
이에 오 교수는 “참여자들은 영화 속 탈북자의 고통에 공감하기보다는 그 장면들이 일반화 될까봐 걱정한 것 같았다. 영화의 상징적 장치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항상 ‘탈북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말했다”고 참여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런 반응은 대중영화 <무적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는 주진모, 송승헌 등 인기 배우가 출현한 것으로 남성다움과 의리를 소재로 다루고 있었지만 마약관련 사업을 하는 깡패로 그렸다는 이유로 많은 참여자들이 불편해했다는 것이다. 박 씨(18세)는 “실제로 북한에서 마약장사를 많이 한다. 그런데 이 영화보면 북한사람이 다 범죄자인 줄 알겠다. 이 영화를 보고 한국 사람들이 ‘재밌다’고 그러지 않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탈북자와 북한을 다루는 영화들이 ‘현재’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먹을 것이 없어 인육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 <겨울나비>가 비평의 대상이 됐다.
‘97년 고난의 행군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화폐개혁도 거치면서 북한 사람들도 면역이 돼서 저 정도는 아니다.’
‘왜 요즘은 보여주지 않을까, 요즘 모습도 보여주면 좋은데.’
‘남한 사람이 보면 북한이 아직도 이러는 줄 알겠다.’

영화 자체가 ‘탈북자 전체’를 나타낸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탈북자’에 대해 다룬 것이기에 참여자들의 반응은 굉장히 예민한 수준일 수도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언급이다. 그러나 오 교수는 “영화가 보여주는 것이 결국 탈북자를 대상화하는 것이고, 우리의 문제를 투사하여 탈북자의 문제인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이라 한다면 탈북자들은 더욱 불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탈북자에 대해 보여주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이데올로기적 안도감이 큰 전제로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탈북자들이 이런 영화들에 거부감을 표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전제를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안 그런데 우리 사회에 버림받은 새로운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우리가 이들을 내버려두면 안 돼!’라는 생각자체가 너무 불쾌한 것이죠.”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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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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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방 2012-12-11 18:33:11

    평소에 궁금했는데 기사 잘 읽었습니다.

    이전에 나온 '태풍'이나 '국경의 남쪽' '크로싱' 같은 영화에 대한 반응도 궁금하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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