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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조의 한반도 위기, 탈출구는?

북미 대결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냥 말싸움, 무력시위 정도로 그치겠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제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금 한반도가 처한 위기의 현주소다.

지난달 23일 밤, 미국이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휴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최북단 인접 지역까지 은밀하게 전개시키고, 북한은 이를 ‘선전 포고’로 받아들인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미국 발 대북 ‘군사 옵션’ 내지는 ‘선제 타격’ 발언과 그에 대응한 북한의 ‘전면적 대응’ 방침 천명은 조그만 행동으로 이어지더라도 곧바로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의 천명대로 탄도미사일을 괌 주변 해역에 발사하거나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에 대응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고, 이는 북한의 즉각적인 대응 사격과 함께 전면전으로 확대된다. 어떤 식으로든, 누구에 의해서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지금 최접점에 와 있는 것이다.

21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7(서울 아덱스 2017)에서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서울공항 상공을 저공 비행하는 모습을 일반인에게 뽐내고 있다. YTN 화면캡처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 마이크 폼페오 국장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안보포럼에서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완성하는 데는 앞으로 수개월 남았다”고 밝혔다. 폼페오 국장은 “미국 정부는 그들이(북한이) 목적 달성의 끝자락에 와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들의 목적은 미국을 타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보 수장의 이 같은 언급은 그만큼 북핵 개발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존의 북핵 해법 관점으로는 타결이 어렵다는 토로이기도 하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21일 브뤼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국장의 발언과 관련 “북한의 핵무장 완성까지 얼마나 걸릴 것이냐에 대해 혹자는 내년 말 정도를 얘기한다. 폼페이오 국장이 그렇게 얘기한 것은 굉장히 압축적인 시간을 얘기한 것 같다”며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하는 데까지) 굉장히 빨리 다가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6차의 핵실험을 통해 핵위력은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건은 미국 본토를 실제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바 있다. 폼페오 국장은 그 개발 시한을 수개월로 본 것이다. 실제 국내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핵·미사일 개발 속도로 봤을 때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ICBM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사력을 다해 ICBM 개발을 완성하려고 하고 있고, 미국은 사력을 다해 이걸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극적인 국면 전환이 없는 한 한반도 위기는 당분간 최정점 상태에서 몇 개월을 끌 수밖에 없다.

“지금은 1차 핵위기 때보다 더 상황 엄중”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보다 현 정세가 훨씬 엄중하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1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가) 매우 엄중하다. 내일이라도 당장 북한이 아이시비엠(ICBM)을 최대 사거리로 시험발사하고, 미국이 크루즈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북한이 이에 다시 대응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텐가? 지난 10개월여 동안 그와 같은 사태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다.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그러면서 “여기서 일단 멈춰야 한다. 잠재적인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한다거나,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는 등의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조건을 서로 확인하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북한이 대화를 거절하는데 그 마음을 돌리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하고, 대화하자고 말을 꺼내기 위해서도 대화를 해야 한다”고 통일부에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반도 위기 해법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빈번하고 설득력있는 건 갈루치 전 특사, 추미애 대표의 언급처럼 북한과의 대화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지난달 26일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위기의 한반도 평화적 해법은 무엇일까’ 특별강연에서 “미북 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비밀리에 보내 극적인 타결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최근 북한 특사를 자원하고 나선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 않다”면서 평화협상을 위한 고위급 대북특사 파견을 공식 제안했다. 트럼프 정부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또 다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번엔 본인이 대북특사로 방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방북할 용의가 있다”며 “하지만 친구이자 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인 허버트 맥매스터에게 ‘그들(백악관)이 언제든 필요로 한다면 내가 여기 있다’는 뜻을 전했으나, 현재까진 부정적인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의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계획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 6월 판문점을 통해 전격 방북, 김일성과의 담판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클린턴 정부도 카터의 방북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은 ‘대북 대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지난달 7일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금이야 말로 대화할 때다. 일단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고, 청와대 참모들도 같은 목소리로 계속 설득하면 결국 통한다”며 “책임감, 진정성을 통한 설득이 네오콘에 둘러싸인 부시도 바꿨듯이 오락가락 하는 트럼프의 성향은 더 쉽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 방법으로는 북미 접촉, 1.5트랙(민관), 대북 특사 등을 제시했다.

일단 비핵화를 포함해 어떤 것도 전제하지 않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결국 핵동결, 궁극적인 비핵화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문재인정부의 국가전략’ 주제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남북 및 북·미간 물밑접촉을 통한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 개시 → 대북 특사 파견 → 고위급 대화채널 마련’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을 포괄적으로 추진하고 최종단계에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를 일괄 실현하는 방법으로 이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가 가시화될 경우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미국은 물론 국내 보수층 설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6일 오후(현지 시간) 베를린 알테스 슈타트하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新 한반도 평화비전'(신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SBS 화면캡처

북한은 일단 비핵화 협상엔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 발표에서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북한핵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북한은 미국의 지속적 위협 속에 살고 있으며, 최근에도 미국 항모와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유례없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이며, 지금의 상황은 잠재적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든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대화에 임하라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협상은 없다는 점을 못박은 것이다. 북한 핵을 인정한 상태에서 북한과 대화하기? 미국으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일단 이 상태에서 핵 비확산을 위한 대화를 하고, 관계 개선을 통해 비핵화로 나아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최 국장의 말을 뒤집어 보면 ‘자신들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 대화라면 응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북한핵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일단 미국이 조건없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나서는 게 핵동결이든 비핵화든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는 게 명확해진다.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긴장 축소의 기회로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북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이미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평창 올림픽을 북한이 참석하는 평화 올림픽으로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문정인 명예특임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콘라드아데나워재단에서 열린 ‘코리아 글로벌 포럼’에서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핵 및 미사일 활동을 중지하고, 한미는 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동맹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우리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미국과 상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이 발언은 보수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19일 세종연구소 주최 국가전략포럼에서 좀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인 내년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을 ‘쌍 중단’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평창 패럴림픽 기간이 한·미훈련 기간과 겹친다”며 “올림픽 휴전을 북핵 동결 방안과 연결해 구상하면 어느 정도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혹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를 안하더라도 패럴림픽까지 대화의 접촉점을 꾸준히 마련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철학과 지속적인 국내외 설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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