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언틸 더 데이’가 공감을 얻는 이유북한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의 공존 때문

‘언틸 더 데이’(Until the day. http://cafe.naver.com/untiltheday) 공연이 열리고 있다. 얼마 전 아는 탈북자와 함께 이 공연을 보러 갔다. 총 좌석수가 260석인 문화일보홀에서 관객과 친밀한 거리에서 연일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언틸 더 데이’는 북한 지하에서 기도를 바치는 사람들과 관련된 뮤지컬이다. 뮤지컬이라는 것을 극장에서 본 것은 두 번째. 배우의 육성을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다. 실제 인간이 전하는 메시지는 매체를 통해 듣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영화와 텔레비전이 아무리 보급된다 하더라도 무대 예술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무대 위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순간 관객에게 호소하는 메시지가 강력했다. 그것은 ‘탈북’ 자체가 주는 메시지의 강력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뮤지컬의 감독 오진하는 탈북자다. 그는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공연을 계속하면서 한국 배우들이 자꾸자꾸 북한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배우란 무대에서 대본만을 읽는 사람이 아니다. 감정 이입을 위해 상황이나 배역 당사자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무척 노력한다. 마침내는 자신을 그 배역에 몽땅 투여해서 아예 그 사람이 되려고 한다. ‘언틸 더 데이’에서는 남한의 배우들이 북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북한의 실정이나 사람의 생각 등을 묻는다. 이를 통해 실제 북한을 느끼게 된다.

공연을 통해서는 물론 보통 생활 속에서 전하는 북한은 한국 사람에게 강하게 침투해 들어갈 것임에 틀림없다. 배우들과 뮤지컬 관계자가 북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자신의 피부로 직접 느끼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기 때문이다. 아마 뮤지컬을 통해서 전하는 것이 보다 더 신선하게 북한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북한학을 공부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이른바 전문가의 의견은 생각보다 재미없다. 전문가들은 주로 북한의 문헌 등을 분석하기 때문일까. 북한 문헌을 분석하면 왜곡된 글들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의 북한 연구는 대체로 이런 패턴을 따른다. 과거에 쓰여진 논문을 사용하며, 그 논문에서 말하는 것을 부정하며 논리를 전개한다. 결국 이것은 논리의 반복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연구가도 있다. 전문가나 연구가 본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에서의 북한에 대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에서 봉사활동을 해본 사람들의 보고를 들으면 납득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내용을 들어온 한국인이 북한 현장에서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들을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서 자연스럽게 신선한 ‘기쁨’이 솟아난다. 나도 북한에 세 번 다녀왔는데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확실히 좋았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긍정적이고 좋은 인상을 가지고 전하는 소감들은 의혹의 눈으로 제작한 사진이나 문서, 연구 보고서를 보는 것보다 분명히 큰 영향을 준다.

개인의 소감은 주관이다. 학술계에 있으면서 ‘학술적 근거가 없는 주관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그야말로 그것은 의미가 없는 ‘미신’이라고 느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학술적’인 것이 아니고 ‘감동적’인 것이다. 사실에 입각한 훌륭한 것이었다고 해도 사람의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 노래 등 창작된 대중예술이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학문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지식 중심의 분석은 생각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학자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에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필요 이상 학문(학력)을 높이 받드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대학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지하철역 이름이 대학교 이름인 경우가 많다. 혹시나 대학 이름이 없는 역에서도 안내방송을 통해 “***대학은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라고까지 얘기한다. 일본인인 나한테는 굉장히 낯선 풍경이다.

‘언틸 더 데이’ 뮤지컬을 보고 “감동적이었다” “눈물을 흘렸다”는 탈북자가 있어서 이유를 물어봤다. “나도 평양에서 지하활동을 하는 크리스천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수용소 모습도 생소했다고 한다. 감독은 ‘논픽션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뮤지컬을 본 탈북자는 “그런 사람(크리스천)도 있을 거예요”라고 반응한다. 아무리 사실에 근거한다고 하더라도 뮤지컬은 창작이다. 그러나 그 창작물 속에 사실이 있기 때문에 감동을 준다. 북한의 체제를 비판하는 것이어도 거기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려고 한다. 이것이 공감과 감동을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오 감독은 당초 북한 출신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했는데 그때의 반응은 별로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인 스태프들과 함께하면서 반응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북한 단독 작업보다는 남북 공동 작업이 더 반응이 좋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밖에서 쉬고 있는 오 감독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순수한 눈으로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단지 혼자 먼 곳을 응시할 때는 진지한 눈으로 바뀌곤 했다. 이 두 가지의 눈을 가진 감독이 만드는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어쩌면 그의 ‘언틸 더 데이’도 이러한 모습 때문에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동국대 북한학 박사과정>

 

와다 신스케  nohosen@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