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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미사일과 대북제재 국면 속 대북지원,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가 21일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이 주도하는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약 91억 원)를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통일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어 유니세프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와 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 WFP의 탁아시설과 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식품 지원 사업에 450만 달러를 각각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통일부는 “대북인도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정부의 일관된 원칙과 실천 의지 등 여러 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통일부가 21일 개최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모습. ⓒKTV 화면캡처

하지만 잇따른 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지금이 대북 지원의 시기인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 다음날인 22일 조선·중앙 등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보수적인 학자들을 동원해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꼼수’, ‘독재정권 강화’ 등의 표현을 썼다. “북한의 우방국들도 북한 제재에 동참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꼼수를 쓰는 것이다”(서강대 김재천 교수), “인도적 지원을 해봐야 간부들만 먹고 독재정권을 강화시켜 주게 된다. 김정은에 핵·미사일 강화하라고 지원해 주는 꼴이다”(숙명여대 김진무 교수).

<조선일보> 사설도 이 같은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민족을 절멸시킬 수소폭탄 추정 실험을 한 상황이다. 그래서 유엔이 북 수출의 3분의 2를 막는 제재를 시행하고 북 해상을 완전히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북 지원책이 논의되고 결정됐다”며 “북핵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역시 ‘문 정부, 끝내 800만 달러 대북 지원 결정’ 기사 제목에서 드러나듯 정부의 결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한 지 이틀 만에 정부가 교추협을 열겠다고 결정(14일)하고, 그 다음날 북한이 화성12형 미사일을 쏘는 상황에선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신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신 교수는 “국제사회를 통한 지원은 거의 매년 해왔고 인도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큰 방향에서 맞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조선·중앙은 사설에서 지금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할 적기(適期)인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공히 인정하고 있다.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 지원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조선), “굶주리고 병든 어린이와 임산부를 돕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중앙).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도대체 언제, 어떤 상황이 대북 인도적 지원의 적기인가 하는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했던 바다. 물론 실행은 안됐지만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결정은 ‘대북인도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과 실천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뭐가 잘못인가.

김병대 통일부 공동체기반조성국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정부의 이번(교추협의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흐름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나,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1874호(2009년 6월)부터 일관되게 대북 인도적 지원까지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특히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에는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이 처한 심각한 어려움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조항까지 추가되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결의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 김 국장은 “이는 평양 등의 표면적 현상”이라며, “특히 영유아·임산부 등 취약계층의 인도적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역대 정부는 이러한 북한 취약계층의 열악한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해 1996년부터 거의 매년 국제기구 사업에 대해 공여해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 스위스, 스웨덴,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도 국제기구의 취약계층 대상 대북지원 사업에 공여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정부로서도 지금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이고 추가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지원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추진한다고 일관되게 밝혀온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금의 북핵·미사일 위기 국면은 올해 내로 미국 정부와 ‘결판’을 보려는 김정은 정권의 조바심이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거기다 트럼프의 돌출 발언과 예측 불가 성격이 한반도의 위기와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말처럼 한반도 전면전을 몰고올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법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그 길로 가는 첩경이 바로 남북관계 개선이다.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가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다. 당장 눈앞에 벌어진 북핵·미사일 위협만 바라볼 게 아니라 위협 너머 다가올 새로운 판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부의 이러한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언론은 <한겨레>가 거의 유일하다. “지원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극한 대치 속에 완전히 끊겼던 남북관계를 잇는 가는 줄 하나가 맺어진 셈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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