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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이해하면 북한도 이해할 수 있다"남북 문화통합 연구하는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 인터뷰
  • 이범진 기자·조한나 학생기자
  • 승인 2012.11.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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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는 인간문제이다. 통일이 삶의 문제라는 것을 계속 각성시키는 것이 나의 일이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전영선 교수(HK연구교수)를 만나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과 문화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 교수는 문화예술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심상구조, 문화 ‘DNA’를 연구해온 학자다. 인문학자로서 인간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남북한 심성의 차이점과 접점 가능한 유사성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이 그러했듯, 차이점을 먼저 연구했지만 갈수록 공통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치·경제적 통일보다 문화적 통일이 왜 더욱 힘든지, 왜 더욱 중요한지 그의 인문학적 관점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31일 수요일, 건국대학교 인문대학 강의동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유코리아뉴스
 

- 인문학적 관점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은 인간이 하는 행위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원인을 찾는다. 우리가 북한 사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다면 북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처음에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 사람은 다 이상하게 보인다. 우리가 흔히 들었던, 북한에서 집에 불이나면 뛰어 들어가 장군님 사진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가 된다. 그 사람이 사진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범법행위가 된다. 더군다나 그 범법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부터 시작해서 자식까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출세하는데 까지 대단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내가 만약 부모라면 그 사진을 안가지고 나가겠는가.


- 북한과 남한의 심성은 차이점이 있는가?

남북한 간의 심성은 지금 많이 다르다. 같은 것을 봐도, 같은 노래를 들어도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가수 태진아가 평양에서 <사모곡>이란 노래를 불렀는데 다른 가수들보다 호응이 좋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모곡>을 들으며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지만 사실 북한에서 어머니는 바로 김정숙을 대표하는 것이다. 북한에는 어머니나 여성, 개인화 된 여성이 없다. 어머니에 대한 노래를 들어도 마음속에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 그럼에도 우린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

남북한의 심성이 다른데 더 황당한 것은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통일이 돼서 북한 사람이 삼성의 핸드폰을 구입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핸드폰 매뉴얼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탈북한지 5~6년 이상 된 탈북자들도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대한 개념을 모른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계약을 할 때 ‘독점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사회주의에는 독점권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결국 독점권이라고 할 수 없어서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현대아산에게만 준다’고 표기해야 했다.


- 그렇다면 남북한 심상의 유사성은 무엇인지?

북한 문화예술을 연구하면서 처음에는 차이를 발견하는 작업들을 많이 했다. 그런데 연구를 하면서 어느 순간 남과 북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면적 구조는 다를지언정, 다른 부분들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남과 북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과 북이 똑같은 것에 대해서 왜 놀라십니까?”라고 대답을 하곤 한다.
그동안 남북한의 차이를 반영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서 공통점을 확인하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통합이 정치통합이나 경제통합과 다른 점은 차이를 인정해주고 그 틈을 받아주는 것이다. 남북한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통일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른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통일이다.


- 북한 사람들의 심상을 이해하면 북한도 이해할 수 있나?
실제로 북한의 문화를 연구하고 나서 북한을 이해하게 되었다. 기본적인 인간의 이해이다. 북한에서 집에 불이 나면 다른 물건은 다 타도록 둬도 김일성, 김정일 사진을 갖고 나온다는 것? 범법이기 때문이다. 자식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중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남한에 온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사진이 비에 맞는 것을 보고 울면서 떼어간 것도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 
자기 지역에 김일성 일가의 이름을 딴 문화시설을 지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똑같다. 존경의 표시라기보다는, 김일성 일가의 이름을 붙이려면 높은 등급의 시설이라는 뜻이다. 좋은 시설을 자기 지역에 지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인간을 이해하면 북한도 이해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문화통합 여력(능력)은 어느정도라고 평가하는지?

대한민국에 통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북한학과가 있는 대학이 두 군데 밖에 없다. 그나마 북한학 관련 대학원을 포함해서 다섯 군데 정도 있다. 그 중에 문화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애견학과는 30개가 넘는다. 경호원이 되기 위해 대학에서 경호학만 4년을 배우는데, 통일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 너무 부족하다. 단기 교육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현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이 올 것이다. 마음의 준비가 없는 통일은 재분단의 위험이 있다.


- 장·단기적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입장을 떠나 이념의 중립지대를 완충할 수 있는 단체들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대북지원을 하면서 동시에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 시민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분단구조의 해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상대방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관계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적대적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열어두는 것이다. 이것이 되어야만 분단구조가 해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사물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군이냐 적군이냐, 진보냐 보수냐 이렇게 가르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통일문제는 중립지대를 확보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인간의 삶이 매개체가 되어 중립지대를 열어갈 것이다.


- 북한 영화를 연구하시는데 최근 변화된 것들이 있는지?

아동 영화가 많이 달라졌다. 북한 문화 자체에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판타지가 없고 매직(magic)이 없다. 로직(logic)이나 과학 원리는 있지만 과학주의에 어긋나는 귀신영화, 괴수영화, 불가사의는 없다. 과거에는 현대물의 아동 영화에서 동물 캐릭터를 주로 묘사했다.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킬 때 생김새나 모양을 맞춰서 (예를 들어, 염소는 노인이나 선생, 돼지는 게으른 캐릭터로 등장) 표현했다. 그런데 최근 영화에는 얼굴이 크고 눈이 큰 만화적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 북한 영화는 정치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렇다. 특별히 2000년 이후 지도자의 관심에 따라 영화가 재미없어졌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사가 90년대 이후로 단절되고, 문화가 정치에 완전히 종속된 형태로 나타났다. 경제 영화가 많아지면서 거의 다큐 형태로, 경제 교과서 같은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내용상으로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것인데 과학화가 왜 필요한가, 경제가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것 등이다. 경제 발전의 주체는 항상 제대 군인들이다. 그래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TV 화면에서도 한복을 입고 있던 사람들이 양장을 입고 나오고, 모니터도 대형 스크린을 이용하는 모습이 나온다.
북한만 욕할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자본을 가진 투자자에 따라서 영화가 바뀌지 않는가? 북한의 영화가 정치에 종속되는 것처럼 우리 영화도 자본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맥락을 이해하면 북한의 문화도 이해가 간다.


- 김정은 체제에서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과 도입은 결국 이미지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닌가?

   
▲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유코리아뉴스
이미지 정치가 맞다. 정치인들은 자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정치에 이용한다. 북한만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도, 미국도 이미지 정치를 한다.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정치화 시켜서 파는 것이 정치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본다. 문제는 무엇을 가지고 팔 것인가? 이다. 예를 들어, 대선 캠프에서 대선 주자의 정직성을 부각시킬 것인가 능력을 부각시킬 것인가 아니면 패기, 열정 등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무엇을 가지고 할 것인가? 혈연적 정통성이다.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업들을 하는 것이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행보를 최대한 김일성과 같이 맞추는 것이다. 김일성을 따라갈 것인가, 김정일을 따라갈 것인가는 선택이다. 김일성을 쫓아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 김일성의 행보를 따르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그리고 혈연적 정통성에 김정은 자신만의 색깔을 더할 것이다.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젊음이다. 젊음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은 변화로부터 찾는다. 젊은 지도자를 통해 무엇인가가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다. TV에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면 변화를 느끼게 된다. 문화는 한 번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 인터뷰 정리 : 조한나 학생기자 

이범진 기자·조한나 학생기자  84hanna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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