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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전단지 한 장 제대로 뿌리지 못하는 이유탈북 청년들과 조심조심 꽃밭을 일구는 사랑다리학교를 가다


인천 부평역 근처에 위치한 사랑다리학교는 탈북자들이 공부하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2010년 10월에 개교했으니, 만 2년이 되었다. 30-40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이 학교를 접했다. 전체 탈북자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탈북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오후 10시까지 하루 종일 이 학교를 지키는 이는 조수아 간사. 30대이다. 학교를 시작하려 했을 때 기존 사역자들로부터 어린 나이에 섣불리 시작하지 말라는 충고도 들었다는 그는 “어린 게 아니라 젊은 것”이라며 이 일에 대한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개신교 선교단체인 예수전도단 인천지부 북한섬김사역 간사로 2006년부터 사역해오다가 2009년에 "너희가 너희 곁에 있는 북한 사람 한 사람을 아가페하는 것이 곧 나의 북한선교 전략이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인천 지역에 살고 있는 탈북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천 남동구에 탈북자가 많다는 정보를 듣고 무작정 그리로 향했다. 기타 하나들고 아파트 단지를 찾아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이따금씩 아는 탈북자들의 집을 방문했다. 아파트 단지를 찾아 기도하며 수개월을 보내던 어느 날, 한 북한 출신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본인이 아는 한 권사님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면 좋을 거라는 말이었다. 흔쾌히 만났고, 그곳에 탈북 청소년들이 있었다. 
“권사님께서 귀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들을 그곳으로 인도하신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간사님들과 함께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권사님 댁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하루에 두 과목씩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각각 과목을 맡아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4-5명 정도 되었어요.”

선생님들과 공부하기 전에는 시험 때 찍기 바빴다는 아이들은 “찍었을 때보다 점수가 더 안 나온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마음을 연 교제가 시작된 것이다. 다섯 번의 중간고사와 다섯 번의 기말고사를 한 마음으로 치루면서 "우리는 교육에 있어서는 비전문가였지만 우리의 작은 섬김으로도 하나님께서 친구들 안에서 무엇인가를 하실 수 있으신 분이시라는 걸 깨달았고, 아이들이 조금씩 공부에 집중해 가는 것을 보며 '교육'이라는 것이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삶은 1년 반 동안 지속됐다. 그러다가 큰 교회에서 이들을 정식으로 맡겠다고 하여, 얼마간 정착을 돕다가 다시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지역에도 그와 같은 학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침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알려졌고, 예수전도단에서 운영하는 NGO ‘써빙프렌즈’와 미래나눔재단이 힘을 합쳐 사랑다리학교가 만들어졌다. 2010년 7월이었다.

10월 오픈을 앞두고 개교 행사 준비로 바쁠 때였다. 선교단체, 재단 관계자들이 오는 큰 행사였다. 주요 언론사에서도 이 학교의 시작을 주목하고 기사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 젊은 책임자 조 간사가 행사를 취소하자고 연락을 돌렸다. 기도하는 중에 떠오른 생각 때문이었다. 행사 장면이 떠오르면서, 유명한 분들이 와 있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가운데 덩그러니 앉아 있을 탈북자를 떠올리니 죄짓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행사는 취소되었고 몇몇 ‘큰 어른’들에게 결례를 끼친 게 되었지만 학교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중에 1년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때의 상황을 탈북자들이 다 알고 고마워했다.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이었던 만큼, 다른 곳과는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 것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한 아이엄마는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다. “졸업하면 사랑다리학교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일하는 선생님들이 행복해보인다는 게 그 이유였다. 자기 집처럼 여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남편한테 이야기해서 온풍기도 사오고, 세숫대야가 깨져 있으면 새것으로 사오고 한다. 조 간사는 “내가 불쌍해 보이나 보다. 올 때마다 만두를 사오는 분도 계시다”면서 웃었다.

   
▲ 직접 저녁을 함께 먹는다. 밑반찬은 인근 개척교회로부터 후원받는다. ⓒ유코리아뉴스 이범진기자
   
▲ 사랑다리학교 게시판 ⓒ유코리아뉴스 이범진기자


신학대학원 졸업논문으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한국교회의 목회적 과제와 방안>을 쓴 조 간사는 탈북자들을 예쁜 꽃을 대하듯 섬세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겉으로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도 그중에서 어떤 친구들은 상처를 받고 있었습니다. 북한 친구들이 남한에서 지나치게 특별하게 대접받는 것은 좋지 않고, 여럿 중에 하나로 무가치하게 취급당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존귀한 한 사람 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라고 부름 받았습니다.”
 

북한에 문이 열리면 크고 유명한 사람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들과 섬세하게 교제해왔던, 삶으로 직접 그들과 유대관계를 맺었던 개미군단들이 주역이 될 거라는 뜻이 담긴 말이다. 북한선교의 뜻을 갖고 있는 조 간사는 그래서 학교 근처에 교회도 개척했다. 탈북자교회다. 밥 먹을 때만 오겠다는 사람도 있고, 밥만 해주러 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조 간사는 있는 그대로 아가페를 실천하는 것에 기쁘다.

아가페 실천을 위한 전문성도 갈고 닦는 중이다. 커리어 컨설팅 전문업체인 'CPPAHR'로부터 교육을 수료했다. 탈북자들 각각에 맞는 소망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다. 이 업체의 컨설팅은 한 사람을 계속해서 꾸준히, 그리고 깊이 있게 다가가는 접근 방법을 고집하고 있기에 탈북자를 상대하는 조 간사에겐 최적의 선택이었다. 심도 있게 개인을 파악해 그에 맞는 장점을 개발하고, 진로 탐색을 돕는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조 간사는 이 사역에 있어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매주 목요일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기도회를 하는 모임에서였다.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 선생님들끼리만 참석하는 기도회였다. 그런데 어느 날은 탈북 학생이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고, 그는 항상 해오던 ‘북한 식량난’을 주제로 기도하였다. 뭔가 느낌이 달랐다는 게 조 간사의 기억이다. 기도모임을 하던 모두가 하나같이 눈물을 쏟았다.
“왜 같은 기도였는데 그 친구가 했을 때는 눈물이 났을까요? 저는 그것이 진정성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께서는 북한에서 온 친구들을 사랑하시고 그들에게 아주 좋은 마음밭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친구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가르치실 것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 학교를 찾는 이들은 주로 20-30대 탈북 청년들이다. 최근에는 토익700을 맞아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어 그동안 영어공부를 포기했다가 뒤늦게 공부를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이 늘었다. 그중에는 ABC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이제야 왔느냐’는 질문을 하면 “창피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래도 오는 사람은 다행이다. 조 간사는 이곳에도 오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탈북 청년들에게도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저녁에 자기 할 일을 마치고 이곳에 온다는 것은 열정이 있는 멋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곳에도 오지 못하는 분들이겠죠.”

지금까지는 이 학교에 대해 알리지도 않고, 그 흔한 간판도 달지 않았었는데 조금씩 생각이 바뀌는 이유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탈북자들이 거리감 없이 찾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조 간사는 이미 만들어 논 ‘학생 모집’ 전단지는 끝내 뿌리지 못했다. 이유를 묻자 ‘모집’이라는 단어가 계속 걸린단다. 그는 “모집이라고 하니까 학교도 뭔가 이익을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모집'이 목적인 학교가 되어버리진 않을까 우려해서다. 그의 이런 결벽은 탈북자 사역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가끔 서운한 말도 듣지만, 조심조심 자신과 학교를 돌아보며 결정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사랑다리학교는 그가 말했던 것처럼, 꽃을 다루듯 섬세하게 한발 한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집’ 전단지 한 장 제대로 뿌리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광고를 해주어야 할 듯하다.
‘조심조심 꽃밭을 일구기 원하는 탈북 청년들은 부평역 근처 사랑다리학교를 찾아갈 것. 자유롭게 내 집같이 드나들 수 있음.’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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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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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디모데 기자 2012-11-01 00:16:38

    아름다운 삶의 간증입니다.
    많은 은혜 받고 갑니다. 한번 찾아 가보고 싶어 지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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