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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 북한이탈주민이 없다국감서 방만한 예산운영, 탈북자 아닌 남한 사람 위한 과도한 인건비&경상비, 전시성 사업 등 지적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처음 가는 곳은 합동심문소. 정부·정보, 군·경 등 관련 기관들이 입국한 탈북자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서 가는 곳은 탈북자 정착교육 시설인 하나원. 여기서 3개월 가량 남한 적응에 필요한 기초교육을 받게 된다.

그게 끝이 아니다. 통일부 산하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란 데가 있어 탈북자 정착을 돕는다. 지난해 이곳에 배정된 1년 예산만도 250억원. 여기다가 하나원, 통일부 등에 배정된 탈북자 정착지원금은 모두 합쳐 1100억원이 넘는다. 예산만 보면 남한 내 탈북자가 잘 정착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가 못하다. 다른 기관은 차치하고 재단만 보자. 무엇보다 지원 대상인 탈북자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는다. 취재든 개인적으로 만나본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재단의 심각한 문제점을 자세히 다뤄달라”며 하소연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재단의 문제점은 방만한 예산 운영, 탈북자보다는 재단 내 남한 사람들을 위한 과도한 인건비, 재단 책임자에 대한 불만, 담당자들의 비전문성 등을 들고 있다.

재단의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며칠 전 국감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을 보도한 곳은 비교적 신생 일간지인 아시아투데이뿐이다. 아시아투데이는 민주당 김성곤·심재권,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 등의 발언을 소개하며 재단의 탈북자 취업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의 과다 집행, 채용박람회 관련 특정기업 특혜, 동포사랑 TV와 인터넷 화상영어 사업 등의 전시성을 꼬집었다. 이런 것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탈북자 정착 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여타 언론은 무시하거나 침묵했다. 무관심 때문이었으리라.

김성곤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자 실업률은 12%(남한은 3.4%), 탈북자의 76%가 월 150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 월 수입 100만원 미만의 탈북자도 33.2%나 된다. 전체 취업자의 46%는 일용직·임시직 근로자다. 같은 기간 남한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73만원이었고,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18.7%였다. 남한 사람들도 삶이 버겁기는 마찬가지지만 탈북자에게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들이 기댈 언덕은 재단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재단 예산 250억원은 탈북자들의 생활 안정과 사회 적응, 취업훈련, 장학사업, 정착교육 등의 사업에 쓴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예산의 약 3분의 1은 인건비와 경상비로 나갔다. 나머지 사업비 역시 탈북자가 아닌 남한 기업들을 위한 것이거나 집행에 필요한 예산을 제외하면 탈북자들에게 돌아가는 체감 예산은 50% 미만일 거라는 게 탈북자들의 주장이다. 인건비의 경우, 2011년 재단 책임자의 연봉은 1억 1000만원, 상임이사 2명은 각각 9000만원, 50여명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3700만원이었다. 정규직 58명 중 탈북자는 7명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탈북자 정착 지원을 위한다는 재단의 정체성은 의미를 잃고 만다.

탈북자 정착 문제는 이주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의 국내 정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탈북자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곧 민족의 숙원사업인 통일을 성공적으로 이루느냐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남한 내 탈북자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소외돼 있는 상태에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통일하자고 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좌우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예 탈북자에게 제공되는 정착지원금이나 기초생활수급 같은 걸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6.25 전후에 남한에 온 실향민들의 예를 보면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니다. 정부 지원 없이도 얼마든지 성공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법을 근거로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공식적인 정부기관이다. 그 예산은 물론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하고 있다. 공식 기구로 세워진 만큼 탈북자들이 공식적으로 기대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재단에 대한 탈북자들의 불평과 원성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만큼 재단 운용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거기엔 물론 수치로 드러나진 않지만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탈북자들은 자신들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관련 기관 공무원들을 보면서 분노와 자괴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이같은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재단 하나에 대한 불만이나 원성 쯤으로 가볍에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남한 정부에 대한 불만·원성이고 나아가 남한 사회에 대한 불만·원성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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