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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북한 어린이들이 ‘바나부’를 신는 그날까지백두산 들쭉 이야기(2)

2010년 3월 26일, 한반도는 또 한번의 몸살을 앓았다.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짐에 따라,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교역과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북한 선박의 우리측 수역 항해를 금지하는 5.24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북 민간 교류는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백두산 블루베리 단일 품목만을 유통하던 (주)조안 역시 존폐 위기를 맞이해야만 했다. 우회로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 ‘Made in DPRK’를 ‘Made in China’로 표기하여 판매하라는 권유도 있었다. 고심 끝에 (주)조안의 존재 목적이 단지 ‘통일’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통일 한반도를 살아가게 될 청년 기업으로써 우리에게는 ‘통일’ 못지않게 ‘정직한 기업’으로서의 가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백두산 블루베리를 유통하던 짧은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영수업을 받는 시간이 흘러갔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도태되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정직•겸손•사랑’이라는 푯대는 (주)조안의 인재상이자 내적 가치(Inner Value)로 더욱 공교해졌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작동 원리는 같다.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그 가치대로 살아감을 대치할 수는 없다. 말과 생각은 육신을 입고 현실에 나타날 때 능력이다. (주)조안은 추구하는 바 경영 영역에서의 가치가 공허한 이상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이 바램은 날마다 부딪히는 모든 상황에서 도전이 되었고 멈춰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외부로 파는 시간(Outer Value)보다 통일 시대를 살아갈 청년 벤처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기업 가치관을 내적으로 충실하게 다져나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011년 봄, 어떻게 북한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조안의 식구들은 다함께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에 참석했다. 그날 홍정길 목사님을 통해 북한의 어린이, 즉 우리의 다음세대를 사랑으로 섬겨야 한다는 감동을 받았고 (주)조안은 북한의 어린이를 위한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사회적 기업인 ‘Table for Two’를 모델로 블루베리 선물세트를 주고 받을 때 북한 아이들에게 선물이 전달되는 내용으로 "TBM(Thank you Berry Much)"을 기획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불신이 한껏 고조된 상태에서 북한을 도울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칠레산 블루베리와 라즈베리 원액의 수입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제품 디자인과 수익금의 10%를 북한 어린이들에게 환원한다는 제품 기획을 마친 상태에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무엇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믿을 만한 경로를 찾기에 고심했다.

2011년 11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요량으로 필자는 심양, 연길 및 조중 접경 지역을 거쳐 북경으로 나오는 일정으로 중국행에 올랐다. 외국 시민권 자격으로 북한을 오가며 사역하는 분들의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연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미국에서 카이로프렉틱 석사 과정만을 마치고 북한에 들어가 평양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S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삶의 이력과 북한을 품게 된 계기, 미국인 아내를 만난 일과 평양에 가게 된 배경,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카이로프렉틱 박사 학위를 북한에서 받게 된 경로에 대해 듣게 되었다. 북한선교사로 헌신하겠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펄펄 뛰시던 아버지께서 평생 하시던 신발 제조 사업에서 은퇴하신 후, 아들과 함께 나진-선봉지역에서 OEM 방식으로 신발 공장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는 사뭇 큰 감동이었다. ‘바나부’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원자재를 들여다 나진-선봉의 북한 근로자들이 방한 부츠를 제작하여 해외 시장에 내다파는 그림이었다. 비즈니스상으로는 돌아가도 한참을 돌아가는 복잡하고, 어리석고, 무모하고, 위험 요소가 지나치게 많은 모델이다. 안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사업인 것이다. 그런데 그 길을 걸어가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아버지와 함께 북한을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 위에 더 감사하다고 거듭거듭 말하는 S선교사의 모습. Thank you Berry Much의 주인공이 되기에 적합한 예비된 그 사람이었다.

북한의 위쪽 지역은 한겨울에는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린다. 변변한 신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린아이들은 겨울에 발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동상에 잘 걸린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주)조안은 (사)선양하나를 통해 TBM 수익의 10%를 나진-선봉에서 제작되는 바나부 어린이용 방한화를 구입하여 추운 지역에 있는 북한 어린아이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고 그 걸음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운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민권자와 남한 청년간 구간 협력의 시대가 열렸다. 길게는 20여년 전부터 북한 내지에 시민권자의 자격으로 디아스포라 한인과 외국인들이 구제 사역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제 북한에 물고기를 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십수년의 세월을 모금 활동에 의지하여 인도적 차원의 구제사역에 전념해 온 선교사 및 NGO 활동가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데에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특히, 연길에 거점을 두고 나진-선봉 지역을 오가야 하는 사역자들은 오가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이제는 남한의 전문성을 갖춘, 특히 북한 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청년들과 함께 걸어가야 하고,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오랜 시간 북한과 부딪히며 그곳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온 1세대 사역자들과 시선을 미래로, 외부로 향하여 자신의 전문성을 투자하는 남한 청년들이 손을 맞잡고 협력할 때, 북한은 비로소 상생(相生)으로서의 기회의 땅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둘째, 이 시대의 청년은 역사 앞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무한대로 발산시킬 의무와 기회를 제공받은 세대이다. 북한은 여전히 비즈니스 관점으로 보자면 진입 장벽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역사는 부정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만을 하는 자에게 새 시대를 열어주지 않는다. 장벽은 뛰어넘으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넘고자 하면 지혜가 샘솟고, 넘을 때마다 강해진다. 한반도의 청년들에게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거대한 장벽이 남아 있다는 것은 축복의 세대임에 대한 역설과 반증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뒤로 물러가지 않고 긍정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자에 의해 돌아간다. 5.24 조치로 남북경협 중단 조치에 가로막혀 백두산 블루베리를 들여올 수 없었던 시간에 조안은 계속 창조적으로 소망했고, 꿈을 꾸었다. 직접 갈 수 없다면 돌아서라도 가기를 원했다. 우리는 상상한다. 얼마 전, 북한에서 블루베리를 수확했던 소년 하나가 나타났듯이 어느 날엔가 바나부를 신고 그 해로부터 내 발이 얼지 않았노라고 말하는 어린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을. 얼다 녹다를 반복하는 내 발이 그때로부터 따스한 소망의 기운을 머금고 어디론가 달려가보고 싶은 꿈을 꾸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유현주·(주)조안 CEO

 

   
 TBM 구입문의 : 070-8650-6055

유현주  jar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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