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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평가와 풀어야 할 숙제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7.07.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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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의 리더십 공백을 극복한 정상외교

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발생한 대통령 리더십의 공백 사태는 한반도 4월 위기설로 절정에 달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빠르게 공백이 메워지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 당일부터 시작된 19개국 정상들과의 전화외교와 미·일·중·러 4개국 외에 EU, 아세안공동체, 인도와 바티칸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면서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지 5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서둘러 개최하였다. 이것은 7월 7~8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정상회담과 같은 다자회담에 앞서 한미 정상이 만남으로써 우리 외교의 우선순위가 한미동맹에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정상회담의 이름에 실패란 없다’는 말처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어낸 회담이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했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식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했던 한미 FTA 재협상도 한미공동성명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지 않는 등 나름대로 선방했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한반도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9년간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됐던 북핵문제의 해결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는 G-20 함부르크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13개국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상견례를 겸한 회담을 가진 뒤 7월 10일에 귀국하였다.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 대면외교를 펼치면서 특사외교의 성과를 이어갔으며, 이와 별도로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우리 외교는 차이점을 놔두고 공통점을 찾아간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외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한·중 및 한·일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나 군대 위안부 재협상을 둘러싼 이견은 놔두고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였다. 이 때문에 중국, 일본과의 첫 정상회담이 미봉(彌封)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지만, 당초 목적이 신뢰조성에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G-20 계기의 한중 정상회담은 향후 문재인 외교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우리 외교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관계의 복원에 치우치면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맞춘 과거 정부의 동북아 외교구도로 끌려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낳았다. 우리 정부는 제재·압박을 가하면서도 대화로 문제를 푼다고 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장차 한반도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 행사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한국외교의 또 다른 난제로 등장할 수 있다. 7월 3일에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데 이어, G-20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사드 배치에 대해 또다시 반대 입장을 강조하고 북중 관계가 혈맹이라고 밝히면서 각을 세웠다. 시진핑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였다. 이처럼 사드 문제는 두고두고 한중 관계의 발목을 잡을 기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 시간)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하기 위해 베를린 시청(알테스 슈타트하우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의 ‘신 한반도 평화비전’ 제안과 남북관계 전망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때부터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문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남북관계 회복과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남북관계의 공식, 비공식 협상창구가 될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의 수장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에게 맡긴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신청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측의 일방적인 파기로 6.15공동행사가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6.15 남북공동성명 기념식에 참석해 남북관계 복원과 대화 재개의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6월 24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문 대통령은 장웅 북한 IOC 위원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공동입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나 G-20 계기의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에 대해 동의를 얻어내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였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한층 강화하되, 군사력의 사용을 배제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7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하여 대북정책의 원칙과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비전에서는 지난 6월 30일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바 있는 ‘4 No 원칙’을 구체화하여, 대북정책 3원칙으로 △대북 적대적 정책, △북한정권의 교체와 붕괴, △인위적인 통일 가속화 등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화하였다.

향후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밝힌 ‘신 한반도 평화비전’은 구체적으로 ‘5대 정책방향’과 당장 행동에 옮길 ‘4대 실천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5대 정책방향’은 △평화 우선, △체제보장의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교류협력의 지속 추진 등이며, ‘4대 실천과제’는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DMZ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의 재개 등이다.

이와 같은 우리 측의 적극적인 남북대화 재개 의지표명에 대해 북측의 반응은 아직까지 싸늘하다. 북한은 새 정부의 출범과 무관하게 각종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시험발사 했고, 민간단체의 6.15공동행사와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해 트집을 잡아 거절했다. 또한 남북단일팀 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장웅 북측 IOC위원장이 “(남북단일팀 구성은)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실시한 ICBM급 탄도미사일 ‘화성 14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 이번 ‘화성 14형’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성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상시화 되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되, 이제부터라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신 한반도 평화비전’의 발표는 시의적절 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당국도 우리가 내민 민족화해의 손을 뿌리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호응해 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대북, 외교안보 정책의 숙제들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의 우려와 불안을 딛고 5개월 동안 비어 있던 한국외교의 공백을 대체로 무난하게 메워나갔다. 대통령선거가 7개월이나 앞당겨지는 바람에 정책과제들을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해 공약에 대한 행정부의 뒷받침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북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도 산적하다. ‘신 한반도 평화비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대북, 외교안보 정책들을 보면 커다란 밑그림이 보이지 않고 단편적 정책들을 성급하게 얽어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남북대화를 제안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대통령의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 대북 강경 발언과 한·미·일 공조 강화 등은 대북 및 대중 관계에서 부작용을 낳을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한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중심역할을 맡았던 외교부 핵심관료들이 문 대통령의 초기 대북, 외교안보 정책의 틀을 만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의 본질을 이해하기보다 무늬만 시늉내고 있어 앞뒤가 모순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 어설프게 설정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외교안보 정책이 장기적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외교안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과 미구에 닥쳐올 과제들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당당한 협력외교’를 추진하기 위해 어떠한 외교적 지렛대를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경쟁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개최가 결정되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드 문제의 해법으로는 철회, 수시배치, 상시배치 등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이제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국익의 판단에 기초해 다양한 옵션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둘째, 한반도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미국이나 중국 등의 입장과 관계없이 우리 독자로 대북정책을 전개하는 방법, 다음은 한미간의 합의 틀 속에서 제한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방법, 마지막은 남북간의 협의를 선행하면서 반대로 미국이나 중국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새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친 뒤에 대북 제의를 발표한 것으로 볼 때 ‘제한적 주도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 주도권에서 시작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점차 남북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중을 설득해 나가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오도록 창의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최대압박(maximun pressure)과 관여(engagement)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과거 어떤 보수정부보다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국제 대북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최대압박에 동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조건 없는 보건의료·인도적 지원과 남북대화, 남북정상회담을 얘기하고 있다. 최대압박은 미국이 담당하고 관여는 한국이 담당하는 역할분담론도 현실성이 없고, 최대압박 후에 북한의 변화를 기다려서 관여를 한다는 것도 과거 회귀에 불과하다. 압박과 관여를 병행하여 조속한 북한의 선택을 이끌어낼 필요는 있다. 다만, 제재와 압박이 지나치면 관여 자체가 불가능하고 관여에 치중하면 압박을 스팀아웃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여를 위한 압박 수준의 적절성 문제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넷째, 북핵문제의 해법에 대한 보다 정교한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입구로서의 ‘동결’과 출구로서의 ‘비핵화’라는 2단계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그런데 동결과 비핵화가 유예(모라토리엄), 불능화와 어떻게 구분되는지 좀 더 정교하게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한·미 군사연습의 ‘유예’를 불법행위와 합법행위라는 차이만으로 거부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남북간 접촉 또는 제3국 중재를 통해 조정하면 될 일이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함으로써 대화가능성을 차단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라도 동결에 앞선 유예의 조건을 검토하고, 불능화를 동결의 최종형태가 아니라 비핵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개념화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외교안보환경은 엄중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당당한 협력외교를 추진하는 데 좋은 여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단순한 민주당의 정부가 아니며 대통령 개인의 정부는 더더욱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쌓여온 적폐와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국정논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국민 모두의 정부이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역사적인 책무를 자각하고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담대한 구상과 강한 실천력으로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서 제공합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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