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탈북자에게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기 전에일본인의 눈으로 본 남한 그리고 북한(3)

“여러분은 자유 민주주의의 나라에 와 있습니다. 노력하면 그만큼 이룰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십시오.” 며칠 전 탈북자들이 모이는 집회에 참가했다. 으레 유명인사들이 축사를 하고, 축사가 끝나면 상투적인 박수가 뒤따른다. 박수를 보내기는 한국인도 탈북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박수를 보낸 탈북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어떤 탈북자는 “그러면 한국에 온 지 7년이 되는 제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이군요”라고 말한다. 아마 축사자가 그 말을 들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지 모르지만 좀 더 노력하면 괜찮아요. 열심히 해보세요”라고 말할 것 같다. 그러면 대화는 중단되고 만다. 그 이상 말하다간 대화는 곧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축사자의 이 말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족’을 느낀다.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는 과거에 어떤 역사를 떠맡았다고 하더라도 노력만 하면 성공한다’라고 하는 말은 사실일까.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꼭 개인의 노력만이 ‘운’도 어느 정도 개인의 인생에 따라다니며 성공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에도 점쟁이는 존재한다. 심지어 저명한 정치가나 사업가도 점쟁이를 찾아간다. 그것은 노력마저도 운을 탈 수밖에 없다고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운’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서 매춘부의 딸로 태어난 한 소녀. 그녀에게는 매일같이 다른 남자가 집에 찾아온다. 그녀는 그것이 싫어서 16세에 집을 나간다. 가정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었던 그녀는 술집에서 일해 어느 정도 돈도 벌고 결혼도 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혼을 하고, 불안 끝에 정신병에 걸려 거주지를 바꾸고 결국 본인도 매춘부가 되고 만다. 병이 들고 생활보호를 받으며 적적하게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날 아침 돌연 죽고 말았다. 그런 그녀에게 젊은 나이 때부터 사회가 가르쳐 준 것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어도 남자는 술을 마시면 다 똑같다’는 거였다. 그녀는 자유의 나라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도대체 언제, 어떤 노력을, 스스로의 판단으로 할 수 있었는가.

나는 운을 타고 난 사람은 조금만의 노력으로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운 좋은 사람은 95%의 좋은 운 위에서 나머지 5% 노력으로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노력이 얼마나 굉장한지는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선수 자신은 100% 노력해 왔기에 자신의 힘으로 한 것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선수의 노력도 전체의 5%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선수의 노력은 이보다 더 적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은 약간의 사건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 본질과는 조금 다른 ‘사고 방식’은 교육이나 환경에 의해서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사고 방식을 가져 버린 것도 ‘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인이 선택해서 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인생을 매우 강하게 좌우한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25년, 중국에 5년 살다가 온 탈북자가 있다. 그는 북한에서 ‘국가는 나를 압박하는 곳’이라고 실감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자유의 나라를 믿으라”고 말할지라도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탈북자와 한국인의 벽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만약 탈북자라는 이유로 국가가 그 사람을 남한 사람과 구별했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예를 들면 ‘너는 북의 스파이인가?’라고 의심했을 경우다. 그 탈북자는 ‘국가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버릴 것이다. 국가는 믿어선 안 된다고 하는 사고 회로에 점화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사고방식이 되도록 25년의 경험을 쌓아온 그 사람에게 ‘여기는 자유의 나라’라고 말만 전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내가 아는 탈북자 상당수는 대학에 다닌다. 그들은 입학과 학비에 대해서만큼은 일반 학생과 비교하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이외의 면에 대해서는 일반 학생의 노력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국의 교육제도에 맞춘 커리큘럼 따라가기, 학비 이외의 생활비 마련, 연령적인 핸디캡 등이 그렇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직할 곳도 없다. 그러나 30세를 훌쩍 넘어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 불안을 떠안은 채 그들은 남한 적응을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노력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운이 없는 그들에게 ‘노력을 하면 된다’라고 간단히 말하는 것은 자칫하면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다. 탈북자들도 ‘노력하면 그만한 성과가 나온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성과물이 일반 한국인과는 차이가 있다고 느낀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좋겠다. “인생은 ‘운’이 크게 좌우한다. 북쪽에서 태어난 당신들은 운이 없다고 보인다. 그러나 그 운이 없는 것을 아무리 원망해도 답은 없다. 운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노력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운이 트이고 성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노력하면 지금보다는 행복해질 수 있다. 당신들은 혼자서는 성공할 만한 운을 갖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니 함께 힘내자.”

‘운’에 신기한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사람의 운을 받을 수 있다. 운은 독점하려고 하면 없어지지만 다른 사람에게 주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운 좋은 사람은 사람을 불러, 새로운 인간관계 속에서 새로운 운을 부른다. 탈북자 앞에서 말씀을 하시는 ‘운 좋은 연설자’가 ‘노력하면’과 함께 ‘나와 함께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도록 힘내자’라고 하면 내가 느끼는 ‘부족’이 많이 없어지리라 생각한다. ‘노력을 하면’만을 말하면 ‘나는 노력했다. 당신들도 해라. 그럼 안녕!’식으로 차갑게 들린다. 역시 남이 된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교토대 졸업, 동국대 북한학 박사과정>

와다 신스케  nohosen@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5
전체보기
  • gggg 2013-02-03 02:11:23

    "예를 들어 북한에서 25년, 중국에 5년 살다가 온 탈북자가 있다. 그는 북한에서 ‘국가는 나를 압박하는 곳’이라고 실감하고 있다 ~ 만약 탈북자라는 이유로 국가가 그 사람을 남한 사람과 구별했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예를 들면.. 여기는 자유의 나라’라고 말만 전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이부분이 정말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쓰신 글 중에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삭제

    • 김화순 2012-09-27 11:14:48

      제가 다음 달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상대로 탈북대학생들을 대하는 자세라는 내용의 강의를 하는데, 요건 좀 꼭 인용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글입니다. ^^ 허락 바랍니다. 그 외에도 와다씨 글을 인용했으면 하는데요. 남한사회도 저도 이런 식의 언어폭력을 많이 해왔다는 반성이 드네요. ^^   삭제

      • 아구아구 2012-09-24 14:51:51

        운은 나눠가질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이 보입니다. 운이 좋아 성공한 사람들이 그 운을 탈북자들에게도 나눠줬으면 한다. 다 같이 잘 살아야지...   삭제

        • 이룸이 2012-09-16 01:13:21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 솔숲길 2012-09-13 06:02:53

            옳으신 말씀입니다. 운은 운을 부른다... 서로 기대어 부대끼며 노력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운이 찾아 올 수도 있다.. 꼭 그 운을 바라서가 아니라, 그리고 그 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불안감, 절망감.. 이런 게 아닌, 기대와 희망를 가지고 함께 노력하는 것. 불안해 하는 사람은 지고, 설레는 사람이 이긴다. 그리고 그 기대와 설렘은 서로 전염된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