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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아픔은 치유의 사랑이 되고탈북 대학생 이수빈씨의 첫 시집 '힐링 러브'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만의 아픔과 슬픔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 꽁꽁 감춰 놓고 몰래 꺼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픔은 나눌 때 치유된다.”

탈북 대학생 이수빈(34·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3년)씨가 자신의 시집 ‘힐링 러브’(북마크)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이다. 제목이 말하고 있듯 ‘힐링 러브’는 순전히 시인 자신의 생채기를 드러내는 고백이다. 아직도 남한 적응 과정에 있고, 대학생이지만 시인이 선뜻 용기를 낸 데는 자신처럼 아픈 청춘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 싶어서다.

   
▲ 이수빈씨의 시집 '힐링 러브' 책표지.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걸어왔던 쉽지 않은 길들을 시로 엮어내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그분들이 신발끈을 고쳐 매고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도록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어요.”

시인의 고향은 평안남도 안주군이다. 만 19세가 될 때까지는 부족함을 몰랐다. 하지만 북한 전역에 몰아닥친 식량 위기, 이어서 기작된 ‘고난의 행군’은 시인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떠밀리듯 중국에 산다는 친척을 찾아 국경을 건넜다. 엄청난 고난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어렵게 찾아간 친척은 그녀를 외면했다. 한족 교회를 찾아가 세례를 받았지만 공안의 눈을 피해야 했기에 언제나 외톨이 신세였다. 먹고 살아야 했기에 식당일은 물론 건설현장에서 벽돌 쌓기, 통나무 나르기, 미장 삽질 등 손에 피멍이 들도록 밤낮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이 망가지도록 일을 해도 허기만 겨우 달랠 정도의 극한의 삶의 연속이었다.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스무살 소녀가 감당하기에 삶은 너무나 버거웠다.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문득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구나. 부모님이 주신 생명으로 한번도 나누는 삶을 살지 못했구나.’ 후회가 밀려왔다.

다시 일어섰다. 삶을 이어갔다. 제대로 된 취직을 위해 6개월간 중국어 공부에 매달렸다. 유창한 중국어에 가짜 신분증 덕분에 2001년 베이징으로 건너갔을 때는 어렵지 않게 학교에서 한국어 교사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행복했다. 배우고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타 지역 출신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면서 중국 생활도 접어야 했다. 그해 11월, 시인은 한 교회의 도움으로 제3국을 거쳐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드디어 내 나라에 왔다’는 감격도 잠시, 낯선 대학 생활에 낯선 언어(영어)는 또 다른 내면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역사를 익히고 언어를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던 생각은 ‘무엇을 어떻게 나눌까’였다.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연탄 나르기부터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 쌀 나누기, 중국어 통역 자원봉사, 방통대 멘토링 자원봉사, 강원도 농어촌 자원봉사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체득한 게 있다. 이 시대 자체가 외로워하는 시대라는 것,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만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

시인은 자신이 갖지 못한 물질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 그리고 글로써 사람들을 사랑하기로 했다. 무작정 ‘시’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픔이 치유되고, 미운 사람이 용서되는 걸 경험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준 자신,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비롯해 탈북, 정착 과정에서 또 다른 가족이 되어준 목사님, 친척, 친구들에게 시를 통해 은혜를 갚을 수 있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 출판을 위해 지금까지 모아놓았던 장학금을 몽땅 내놓았다. 시인에게 이 시집은 단순히 책 한권이 아닌 자기 자신이자 사랑이기 때문이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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