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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민간교류, 어떻게 새 길을 틀 것인가?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제6차 통일공감대화 개최

다시 맞은 남북교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북핵 국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교류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 남북교류 준비는 본격화되고 있다. 200여 개의 정당, 종교, 시민사회단체 협의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연 제6차 통일공감대화다. 이번 대화마당엔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권은민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훈일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수석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는 공용철 KBS PD가 맡았다. 이날 나왔던 다양한 논의를 분야별로 정리했다.

민화협 주최로 21일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남북 민간교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주제의 제6차 통일공감대화. 김훈일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권은민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공용철 KBS 피디,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수석연구위원,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문재인 정부, 좀더 과감하게 대북정책 추진하길”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고경빈 이사: 현재 조건에서 대북제재 허용 범위 안에서 대북교류로 가는 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근거 없는 이유로 남북교류 여론이 위축되어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좀 더 과감하게 대북정책 추진해도 된다. 현재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경제제재다. 봉쇄가 아니다. 따라서 비경제적 경제교류는 모두 허용되고 있다. 더군다나 인도주의, 올림픽 평화정신 관련 사업은 이런 제재와 무관하게 추진이 가능하다.

△정낙근 수석연구위원: 민간교류 협력은 서둘지 말아야 한다. 또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교류협력을 과거 진보정권 10년은 했고 과거 보수정권은 안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면 이념의 문제가 된다. 이건 멀리 봐야 할 문제다.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해야 한다는 것, 다만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역량의 문제다.

“민간교류 통해 신뢰 쌓지 안고서 평화체제 진입은 불가”

민간교류의 필요성

△고경빈 이사: 일각에서 대북 민간교류 협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 핵문제에 모든 문제가 기인한다. 극단적 가정, 예를 들어 북이 핵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다른 나라는 북한과 평화관계를 즉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즉시 평화가 오질 않는다. 북에 대한 적대가 온존하는 한 우리로서는 평화체제 진입이 어렵다. 남북민간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지 않고서는 평화체제 진입이 어렵다. 북이 핵 포기를 평화체제와 연관시키고 있기에 민간교류는 좀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김은주 소장: 6·15 정상회담 17주년 기념 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기대했고, 민간차원의 대북교류를 지원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하나 독특한 것은 청년들에게 북한을 넘어서는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꿈을 가져봐라 이런 제안도 하셨다. 아울러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를 토대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일단 민간교류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몇 가지 제약이 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이런 데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제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도 과제다.

△고경빈 이사: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철도연결사업은 모두 우리가 제안해서 시작한 사업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금강산관광도 우리가 중단했고, 개성공단이나 철도연결사업도 우리가 다 중단을 시켰다. 여기엔 정부의 어떤 정책적 목표가 작용했다. 정경분리가 어려운 이유는 남북관계에도 있지만 우리 내부에도 있다. 임기 제한이 있는 정부가 남북교류 추진하면서 장기보단 단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걸 끝까지 견지할 배짱있는 정부가 얼마나 될까. 장기목표, 단기목표가 충돌할 때 정부가 장기목표를 계속 추구하는 건 쉽지 않다. 장기목표는 민간이 맡아줘야 한다. 재정적으로 힘이 없고 인력이 부족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북핵 문제는 오히려 통일문제에 비하면 단기목표다. 북핵 상황과 상관없이 평화기반 구축을 위해 민간교류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민간교류 거부, 북측 태도 납득 안돼”

북한의 태도에 대해

△이태호 위원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불공정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북이 민간교류를 허용하지 않는 일이 합당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전 정부가 민간교류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을 때에도 북은 '민간교류 하자'고 제안하고 합의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민간교류나 접촉을 안하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여러 가지 전향적인 제안들을 하지만 남북, 북미 제안이 북의 입장에서는 미덥지 못하거나, 북미관계에서 (남북 관계가) 유지될지 포기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남한 정부가 인내심 가지고 계속 대화를 제의할 필요가 있다.

“민간교류 협력인데 내용은 정치적”

민간단체 자성론

△정낙근 수석연구위원: 민민관관이란 말이 있다. 민은 민답고 관은 관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다. 보수정권 시절엔 관에 따라 민간영역이 굉장히 위축됐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인정한다. 그렇다면 진보정권 시절엔 관이 활동 안했을까? 했다. 다만 민간부문도 굉장히 정치적으로 했다. 그럼에도 민은 관이나 정치를 머리에 넣지 말고 교류협력을 했어야 한다. 민간교류 협력할 때 가보면 다 정치적인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교류협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민간교류협력에서 순수 민간교류는 가능하지 않음을 인정한다 해도 활동하는 분들은 머릿속에 ‘정치’를 지우고 가야 한다. 아니면 남을 속이기 위해 나 자신을 속이게 된다. 그렇지 않고 ‘정권이 바뀌었으니 지원 많이 할 거다’라고 생각하면 보수정권 때 별로 평가 못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가게 될 것이다.

△이태호 위원장: 남한의 국가보안법, 북한의 체제 관련법 때문에 민간교류가 쉽지 않다. 남북 민간교류는 태생부터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민간의 부문간 교류가 매우 정치적 행사라는 걸 정부는 인정해줘야 한다. 저랑 같이 단체 교류 참여했던 사람들 중엔 검찰에 기소된 사람도 있다. 그래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민화협 주최 제6차 통일공감대화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맨 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대북사업이 이산가족 상봉”

이산가족 상봉

△김훈일 신부: 평화를 위해서 교류협력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당장 북핵을 저지하기 위해 교류협력을 중단하는 것도 안된다. 변화하는 북한 사회도 주시하면서 비정치적 분야, 인도주의적 상황부터 개선할 의지를 정부가 가장 먼저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게 이산가족 상봉이다. 통일단체에서 너무 교류협력을 앞에 내세우기보다 순수한 비정치적 부문들, 민족이 아픔을 공유하는 부분들에서부터 나서주시면 좋겠다.

△정낙근 수석연구위원: 문재인 정부에서 이산가족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북한이 받아줄 수 있을 때 북한에 대한 긴급구호가 가능하다. 이걸 민족이 아닌 인간의 문제로 볼 때 허용 안할 수가 없을 것이다. 쓰나미나 네팔 홍수 때도 허용했듯이 말이다. 이산가족 문제든 대북인도적 지원이든 남북관계가 아닌 인간의 관점, 인륜의 문제로 전환해야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또 하나 이산가족 문제에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북은 어쨌건 교류협력 통해 경제적 이익 얻는 것이고, 우리는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두 개가 따로 아닌 하나로 가게 해야 한다. 이산가족 1세대가 돌아가실 때 고향방문을 하거나 고향에서 돌아가게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산이나 칠보산 같은 데 실버타운을 만들면 가능하다. 우리가 기술과 투자를 하고, 거기서 이산가족들이 휴양, 관광할 수 있도록 하면 되다. 거기서 매번 원할 때 상봉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이건 국군납북자문제 해결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고경빈 이사: 이산가족 문제를 국정의 우선순위로 올린 현 정부 입장을 적극 찬성한다. 최근 여야가 국회에서 8·15를 즈음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환영이다. 그런데 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조건을 달았다. 김련희 씨나 식당종업원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도 없다고 한 것이다. 북한이 탈북자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 조건으로 내건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조짐이 좀 다르다. 식당종업원이나 김련희는 북한이 계속 공을 들여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펼쳐왔다. 기자회견도 시키고 CNN 인터뷰도 했다. 북한 의도는 여러 가지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압박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고, 탈북에 대한 동요를 다독거리기 위한 것도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남북관계가 상당히 소강상태일 때로 복귀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마침 남한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말이다. 과거에도 꼭 이런 문제를 하나씩 끼워넣기 했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이산가족 상봉 요구에 대해 이인모 노인 소환을 요구했고, 김대중 정부 때는 미전향장기수 문제를 거론했다. 그런데 김정은 때는 좀 복잡하다. 이산가족 상봉은 법적으로 조선의 인민들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이다. 출신이 남이든 북이든 상관없다. 김련희 씨라든가 식당종업원 등 북이 소환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이유야 어쨌든 대한민국 사람이 된 사람들이다. 정작 송환이 필요한 사람은 북이 억류하고 있는 김정욱 선교사 등이다.

그런데 김련희를 북으로 송환하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 차단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송환은 곤란하다. 김련희 송환 이후에 탈북자가 남한에 와서 경제문제나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북한에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다. 북이 간첩을 보내는 통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안전장치 다 마련한 후에 본인 확인 절차도 밟아야 한다. 또 하나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을 북한에 송환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이인모 노인을 북에 소환할 때도 법적 근거가 없어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10년간 북한에 보내는 걸로 했었다. 이인모 노인과 함께 북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지금 북한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셈이다. 이젠 이 문제를 논의할 때가 왔다. 북이 이산가족 상봉과 식당종업원을 연계하는 건 스스로 자가당착이다.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홍 의장은 "남북문제를 5년, 10년이 아닌 100년이라는 긴 안목으로 보면 길이 보인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공을 들여 만든 민화협의 사명을 위해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홍 의장의 임기는 이번 달까지다. ⓒ유코리아뉴스

“법·제도 정비돼야 개성공단 재개 가능”

개성공단 재개

△권은민 변호사: 국제제재를 자세히 보면 개성공단 관련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북한근로자를 사용하는 업체에 보고를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제재를 한다. 운송업체도 제재 대상이다. 개성엔 우리은행이 있었는데 이 역시 재개한다면 국제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실을 봤을 때 현재 상황을 단번에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제재 대상이 아닌 사회문화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다음 상황 봐서 경제분야로 넓혀가야 한다. 물론 예외조항도 있다. 북한근로자를 사용한 기업의 경우 직접 근로자에게 현지 통화로 지급하고 북한 당국자에게 지급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되면 예외라고 한 것이다. 결국 미국을 설득하고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서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한다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개성공단 장기 발전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난 후 기사 제목을 쭉 봤는데 “개성공단 재개해도 누가 거기 들어가겠습니까?”라고 되어 있었다. 이런 걸 보면 지난해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어서 입주 기업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제대로 된 보상을 못받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건 법과 제도로 정비되어야 재진출이 가능하다. 5·24조치로 모든 대북사업이 중단됐다.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지만 다 졌다. 법원은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지만 이건 위법이 아닌 위험상황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손해보상에 대해서는 법에 없다는 이유로 보상 못받았다. 지금은 헌법청원, 입법청원 등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게 빨리 정비되어야 개성공단 재개도 가능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 아닌 개발협력 모델 만들 때”

인도적 지원

△김훈일 신부: 북한 당국자는 ‘인도적 지원’이란 말 자체를 싫어한다. 단순 군사적 측면만 강한 게 아니라 민생도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린 이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예전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절 생필품 부족이 시달리던 현상은 이제 다 벗어났다고 보여진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을 만들 때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북에서 우려하는 측면이 과거 미얀마 태풍 사태 때(2008년 5월) 엄청난 재해가 생겼는데 국제사회가 낙하산으로 공수할 정도로 국제적 구호가 많아졌다. 그 구호 활동을 벌이면서 국제사회의 많은 물자지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이 미얀마 민주주의를 자극했다. 미얀마 민주화는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북이 우려하는 것도 이런 것인 듯하다. 분명한 것은 북도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 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남측과 교류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걸 북한도 알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 단체들의 지원은 긴급구조의 단순물자들 위주였다. 이젠 북이 이런 단계를 넘어섰다. 과거엔 비닐이나 밀가루였다면 지금은 밀가루, 비닐 만드는 공장이나 기계다. 새로운 변화에 맞춰 우리도 과거 시각에 머물지 말고 다양한 개발방식을 만든다면 북한도 호응해 올 것이다.

“기존 법 제대로 지켰으면 개성공단 중단 없었을 것”

관련 법 정비

△권은민 변호사: 지금은 상당한 교류협력을 하다가 중단을 거쳐 새로 모색해야 하는 단계다. 이 상황에서 정비해야 할 게 법체계다. 남북교류 관련 대표적인 법이 남북교류협력법이다. 1990년 제정됐다. 이 법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남북이 교류가 전혀 없다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때 남한에서 북에 가는 걸 뭐라고 이름 지어야 할지, 여권을 들고갈지 말지, 남한이나 북한에서 물건을 수출하면 수출이라고 해야 할지 반출이라고 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정리해놨다. 이게 그동안 잘 작동이 됐는데 전혀 예상 못한 일이 생겼다. 5·24조치를 취했다. 북한이 핵실험 하니까 갑자기 개성공단도 중단했다. 이런 상황을 법은 예상 못한 것이다. 법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래서 개성공단기업 사람들이 시위도 하고 소송도 내고 해야 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이라고 있다. 2005년 제정했다. 법에 따르면 남북합의서 체결할 때는 국무회의 의결 및 대통령 재가를 거치게 했다. 그리고 재정 부담이 생길 경우 국회 동의를 얻도록 했다. 아울러 사정 변경으로 남북교류를 제한하려 할 때도 국회동의를 얻게 되어 있다. 이걸 지켰더라면 개성공단 문제는 굉장히 노하우가 쌓였을 것이다. 아울러 작년에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시키는 일은 못했을 것이다. 국회동의는 여러 여론수렴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건 우리한테도 중요하고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이 일방적으로 변경이나 폐기를 요구하려 할 때 남한은 국회동의를 전제로 북한 요구를 순화하거나 막을 수 있다.

“변화하는 북에 맞춰 우리도 변해야”

대북 민간교류의 새로운 방향

△김은주 소장: 딱히 새로운 방법이 있겠냐고 정낙근 박사가 얘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전환점, 방법, 목표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이때 중요한 게 우리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북한 사회를 두고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다. 핵문제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변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많은 시장들(500여개의 장마당)이 작동하고 있다. 북한 주민 대다수가 시장을 매개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성장해왔다. 기존과 다른 방식에 의한 생활방식들이 북한사회에 자리잡고 있기에 이런 북한사회의 변화가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나 인도주의단체에 뭔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북한 사회 변화가 다른 방법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 사회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객관적으로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금 여성들이 앞서서 경제를 굴리고 있다. 여성이 비사회주의 영역인 시장에서 주체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장마당은 어머니 세대가 말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동경이 없는 그들이 유일하게 존중하는 것이다. 부모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탈북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이 깨닫는다. 남북교류도 이런 변화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낙근 수석연구위원: 진보, 보수 정권 모두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 보수적 시각에서 봤을 때 어떻게 교류협력 해가야 할까? 교류협력이라고 하면 대개 목표 자체를 민족동질성 회복과 평화증진으로 잡는다. 저는 여기에 하나의 목적을 더 넣으면 좋겠다. 그건 바로 인간다양성 존중이다. 남북교류를 민족 차원에서 보다 보면 이념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위험성이 있다. 민족을 버리고 인간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 인간을 들고 나오면 굉장히 다양한 방법이 나올 수 있다. 교류협력단체의 성격을 ‘인간다양성’으로 하면 다양한 아이템들로 엄청나게 확대될 수 있다.

△이태호 위원장: 긴 안목에서 30년을 보면 제재, 햇볕 모두 다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평화를 수단으로 정책을 편 것은 2000년 6월부터 11월까지 불과 5개월밖에 안된다. 그래서 북은 핵을 가져야겠다는 야심이 결국 국가법으로 공표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게 쉽게 바뀔까? 어쨌건 민간단체도 이 조건에서 평화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저는 지금이 최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간단체 역할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북은 우리가 못미더운 상황인데, 남북이 각자 제기하려는 의제가 뭔지 서로 말할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민간대화든, 정부당국 대화든, 반관반민 대화든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포괄적 접근을 통해 민간역할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간도 ‘이제 남북관계가 너무 꼬였다’고 너무 조심스러워 해선 안된다. 할 말은 해야 한다. 과거 6·15남측위 협상 실무를 제가 맡았었는데, ‘핵을 만들면 안된다’고 북에다 얘기해서 이틀간이나 논쟁이 벌어졌었다. 테이블을 엎기도 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한다. 2007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주빈석에 세우지 않겠다고 북측이 주장을 해서 남북 행사가 하루 연기된 적도 있다. 이걸 우리 민간단체에서 반대했다. 핵문제건 인권문제건 민관대화에서 얘기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이걸 막았지만 우린 계속 추진했다. 거기서 인권문제, 핵문제도 얘기했다. 남한의 정서를 북한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 제기하고, 공식적으로는 얘기할 수 없지만 이면에서는 충분히 얘기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김훈일 신부: 지난 9년간의 단절기가 남북 서로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그에 대한 준비를 남한은 이제 하기 시작했고, 북한도 새로운 생각으로 남북민간교류를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햇볕정책은 아주 훌륭했지만 우리 민족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황은 많이 변했다. 민간교류도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연구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도 답이 없지만 다음에 조선가톨릭협회 쪽 사람들 만나면 교류에 대해 더 많은 얘기 꺼내려고 준비중이다.

△김은주 소장: 북한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중심이 2가지다. 그 하나가 여성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장마당은 여성이 들어가 장사를 할 수 있게 했다. 그것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게 남성 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심은 여성에 의해 키워지는 장마당 세대다.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지금 20대 초반의 나이 세대다. 이 두 집단을 우리가 어떻게 만나느냐가 핵심이다. 2015년 남북여성교류 문화행사를 개성에서 가진 바 있다. 120명의 남북여성들이 서로 만든 미술품, 공예품을 전시하고 교류하고 공연하고 격의없이 대화를 나눴다. 북한에서 그림을 그리는 여성은 ‘아침에 원두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작업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 얘길 들으며 북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반면 북한 남성들은 경직되어 있다. 북한 여성들의 꿈은 아주 소박하다. 내 아이에게 좀더 좋은 옷을 사주고 싶고 더 맛난 거 먹이고 싶은 것이다.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도 남북여성들 만남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오랜 경색국면에서 비정치적이고 생활면의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성 교류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태호 위원장: 보수층도 뭔가 이런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직간접적으로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표방해 왔었다. 보수쪽은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려 하는 입장인데 그러다보니 보수정부의 대북정책은 온건하든 급진적이든 뻣뻣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새 정부 출범한 마당에 보수시민단체도 못이기는 척 하고 북한과 여러가지 관심사를 가지고 북한 얘기 들어주면서 자기 의제를 펼쳐보는 게 앞으로 한반도 상황 전개에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정낙근 수석연구위원: 보수단체들의 편협성, 한계 등 다 현실적으로 인정한다. 난 자유총연맹, 경우회, 재향군인회 이런 조직들이 북한과 교류협력에 나서기를 계속 바랐던 사람이다. 보수진영에서 북한과 교류협력에 나설 때 북한에서 처음엔 경계하겠지만 그 속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맨날 교류협력을 얘기하는 사람들 속엔 늘 그러니까 새로운 인식 얻기가 힘들다. 민주평통은 보수적인 조직이다. 이걸 북한을 쳐다보는 1대1 채널로 만들었다면 진보단체보다 속도는 늦지만 굉장히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 안에 위원회가 20개 정도 있는데, 대국민 계몽 이런 게 아니라 북한과 관계 속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해 폭을 넓혀간다면 우리만 아니라 북한도 상당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교류협력은 만족전략(양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감동전략으로 가야 한다. 아프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민간교류는 보완은 되지만 근본적으로 북한문제를 풀 수 없다. 시의적절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민화협 주최의 제6차 통일공감대화 모습 ⓒ유코리아뉴스

“북을 흡수통일 하지 않겠다는 공감대 필요”

국민 컨센서스

△김훈일 신부: 저는 실무현장에 많이 있었다. 통일이란 용어 자체가 남북이나 민간에게 주는 위압감이 크다고 생각한다. 민족이라는 이유로 꼭 도와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 내 식구만 도와야 한다면 진정한 인도주의가 아닌 것이다. 인류보편적인 기준으로 북을 지원할 때 북도 여유가 있고, 우리도 전복적인 의미 벗고 주도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권은민 변호사: 교류협력에서는 사고를 실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상호이익을 찾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활발한 교류, 다시 10년간의 중단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이 판을 못깨게 하려면 상호 이익이 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전 같은 개성공단 구조에다가 북한기업, 중국기업도 들어오고 거기서 나오는 물건을 북한 내수시장에서도 판매하게 하면 어느 한쪽이 깨는 게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고경빈 이사: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에서 3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남북관계가 온탕 냉탕을 오가면서 2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하나는, 우리의 평화통일역량이 100이라면 절반은 남북교류, 절반은 남남갈등 극복에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남갈등 극복이 필요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동일한 인식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론통일은 자기정체성을 재구성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남남갈등 극복을 위해서는 진보 보수간 대북관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다양한 입장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남남갈등의 절반은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적이면서 우리의 동반자라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이다. 어느 하나를 포기하고 갈 수가 없다. 진보 보수가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 즉 교집합이 아닌 합집합 개념으로 통일논의를 모아가면 좋겠다.

△김은주 소장: 북한사회는 변화하고 있고 북한 주민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변화 속에 좀더 나은 미래가 있기에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념이나 진보, 보수는 그들(북한주민들)에게 아무 문제가 안된다. 특히 장마당 세대인 20대 초중반, 탈북여성은 자기들 생각이 이렇게 달라졌고, 그럼에도 김정은의 공포정치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40대가 되면 북한이 그렇게 바뀌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이념, 정치성향 등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앞으로 남북교류는 변화의 지점을 찾아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청진에서 분유 장사를 하는 여성의 경우 하루에도 20번 트럭을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그런데 북에 분유가 필요하다고 해서 분유를 대량 지원할 경우 그녀는 분야장사를 망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와 연계된 수많은 북한군인들을 어렵게 만들게 된다. 우리는 항상 북한은 우리 밑에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우리가 북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정낙근 수석연구위원: 교류협력 활동과 단체의 다양성을 모색해야 한다. 관념적 차원의 민족동질성 회복에만 갇혀 있지 말고 실천적 측면의 경제안보, 인간안보, 자연안보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소프트한 교류협력 활동과 조직이 필요한 때이다. 다양한 교류협력 단체와 활동이 이루어질 때 북측의 파트너 역시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 결국 많은 사람이 만나고 또 자주 만나게 되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동질성 회복과 다양성 존중도 가능할 것이다.

△이태호 위원장: 시민사회, 기술, 자본을 포함해 남한은 북한에 비해 훨씬 큰 역량을 가지고 있다.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GDP 그 이상이다. 남한이 북한의 열세를 역지사지 안하면 우리가 한반도 사정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이념이 어떻든 ‘우리가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합의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서로 논쟁할 것은 논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한 사회 내 분명한 합의를 위해서다. 우리가 원하기에 북한을 흡수하거나 안정화할 수 있다는 만용은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라크는 초토화되고 북한보다 훨씬 화력이 약한데 지금 미군과 대치중이다. 북한은 점령될 수 없다. 미국도 북한을 점령할 수 없다. 이걸 북한이 70년 전에 착각해 남한을 침략했다가 큰 코를 다친 것이다. 남한에서 적어도 북한을 흡수통합하지 않고, 북한을 점령하지 않고, 무기로 북한을 위협하지 않는 것은 적어도 남한사회에서 합의가 되어야 한다. 나는 적어도 이걸 위해 싸우는 평화주의자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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