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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에겐 없고 탈북자에겐 있는 것일본인의 눈으로 본 남한 그리고 북한(1)

“일본인인데 탈북자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뭡니까?” 한국에서 통일 관련 세미나나 연구모임에 가면 인사 후 꼭 듣게 되는 말이다. 그만큼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일본인이 드물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해봤다. 어떻게 해서 일본인인 내가 남북 통일이나 탈북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답은 한 가지가 아니다. 머리가 약간 복잡해진다. 이번에 유코리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는 것도 그 답 찾기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러 답변 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것은 ‘좋은 탈북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1998년, 2003년, 2008년에 각각 방북했다. 그때 느낀 북한에 대한 인상은 ‘매우 좋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방북시 특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의 방문객과 똑 같이 북쪽에서의 일상은 늘 안내인이 동행했다. 자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내가 가본 곳은 주로 북한이 자랑하는 시설들이었다. 잘 갖춰진 시설을 보고, 친절한 현지 사람들과 교제를 한 뒤 나쁜 인상을 갖고 돌아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해외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만큼 북쪽은 ‘나쁜 나라’가 아니다. 제도와 경제면 등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실제로 가보면 귀신이나 악마가 사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에 있을 때는 북한에 대해 무수한 비난을 듣고 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러 차례 방문해서 보고 느낀 북한은 내가 일본에서 듣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 와다 신스케

나는 2000년에 한국에 와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 따라서 2003년 방북 때는 어느 정도 북한 사람들과 회화가 가능했다. 그들은 일본인이면서 한국에서 한국어(조선어)를 공부한 나를 환영해주었다. 그들과의 대화, 환영을 통해 안내원이나 매점의 여성들은 얼마나 평범하고 좋은 사람들인가 하는 걸 느끼게 됐다. 물론 그들은 교육받은 대로, 지시한 대로 움직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말을 통해, 표정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평소 기억하고 있는 영화 대사에서 배우의 성격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마치 오래 전 일본에서 본 흑백영화에 나오는 옛 선생님만큼이나 좋은 인상이었다.

2008년, 내가 세 번째 방북했을 때는 70세를 넘은 북한 연구자와 일주일 동안 동행했다. 기회가 되면 그분에 대해 따로 말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한마디로 그분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연구자로서는 매우 깐깐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끝까지 부드러운 태도로 우리를 대해 주신 분. 그에 대한 나쁜 인상은 하나도 없다.’ 그분은 몇해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북한에 대한 인상은 북한의 지도자나 체제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왔다. 내가 북한에서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같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 그것이 나에겐 북한의 실제이다.

이런 말이 있다. “아프리카의 궁핍한 사람에게 기부할 수는 있어도 근처 아저씨의 병문안은 하지 않는다.” 일본이 그렇다. 먼 나라의 재해를 위해서는 선뜻 의연금을 보낸다. 그리고 감사의 대답이 날아온다. 쌍방 모두 기분이 좋다.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그렇지만 그것은 자칫하면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내 가까이서 일어나고 있는 어려운 일을 돕지 않아도 괜찮게 느껴지게 할 수 있다. 사람이란 멀리 있고, 안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양심적으로 행동할 수 있지만, 가까이서 냄새까지 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양심적으로 행동하기가 어렵다. 그럴 경우 내 가까이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문제들은 덮으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탈북자들이 이런 말을 한다. “옆 아파트 사람이 죽어 있는데 모른다는 일은 믿을 수 없어요. 한국은 그런데 일본도 혹시 그래요?” 유감스럽지만 일본에서는 벌써 40년 전부터 그랬다. 최근 십수 년 사이에 한국도 이런 소식들이 종종 나오는 걸 보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부디 탈북자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류를 좋아하는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 사람의 인간성도 존경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한국 사람의 인간성은 ‘정의감, 따뜻함, 다정함’이다. 그것을 드라마나 노래에서 느끼는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연예인뿐만 아니라 친절한 길거리 사람들로부터도 느끼고 돌아간다. 그것은 정(情)을 접한 보통 인간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1985년 처음 한국에 왔다. 그때는 버스를 타도 가방을 받아주는 것은 물론 먹을 것도 나눠주던 한국인이 있었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한국은 지금 그 정이 없어지고 있다.

그런 한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나는 한국인이 잃어버린 그 인간미를 탈북자들 속에서 보다 강하게 느낄 때가 많다. 정은 조선 민족 고유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을 탈북자로부터 느끼고 싶고 배우고 싶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불행하게도 60년 이상 분단 속에서 쇄국 생활을 할 수 없이 강요당했던 북한 사람들은 일본이나 미국, 서양으로부터 문화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것이 조선 민족으로서 좋은 점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260년간 쇄국정책 결과 지켜진 일본 전통 문화를 ‘아름답다’고 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본다.

와다 신스케(和田晋典)
일본 교토대 임학과 졸업.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 수료.

와다 신스케  nohos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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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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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6-04-30 01:44:06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나 체제선전만 없었어도 우리나라의 1950년대~1970년대를 연상케하는 정문화가 넘쳐났을 나라였지~!!!!   삭제

    • 아구아구 2012-09-13 15:56:17

      현대 한국인들이 잃어버리고 만 '정'을 갖고 있는 북한사람들. 과연 그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그 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아니면 현재 한국인처럼 점점 정을 잃어가는 걸까....   삭제

      • 언젠가는 2012-09-03 16:00:36

        이방인으로써 느낀 북한사람에 대한 인식.
        너무 안타까운 현실.
        언젠가는 올 그날을 간절히 기대하면서 ㅠㅠ   삭제

        • 귀가있는나무 2012-08-28 18:32:08

          기대됩니다. 한국인은 죽어도 모르는, 북한, 북한 사람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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