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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후보의 국정원과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기대하며

서훈 교수님이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오신 2008년 봄은 필자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서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하는 때였다. 대북 정보를 담당하는 국정원 제3차장 출신의 최고 전문가께 배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잔뜩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정원 하면 간첩단 조작 사건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선입견이 컸던 터라 흥미롭지만 호감은 느끼지 못한 채 다소 공격적 자세로 수업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질문에도 번번이 묻어났었는지 교수님은 훗날 사석에서 뭔가 되게 꼬여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죄송했지만 교수님 개인에 대한 억하심정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교수님에 대한 방어적 심리는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최근 서 교수님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지명에 이은 인터뷰에서는 국정원이 “정치 개입 오명을 씻지 못하고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씀과 함께 국내정치와 선거개입, 사찰 등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일에 이용되지 않도록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셨다.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좁은 관문을 뚫고 입사한 인재들이 댓글부대로 동원되거나 민간인 사찰에 투입되는 현실이야말로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다. 북한뿐만 아니라 테러와 국제범죄 등을 전담하고 나아가 해외에서의 안보 전문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마땅한 기관이 정권에 휘둘리게 해서는 안 된다. 안보를 위해 엄선된 최정예 요원들 사기가 땅에 떨어진다면 북한 통일전선부 요원들과의 대결에서 유리할 리가 없다.

2015년 8월 필자는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으로 북-중 국경 탐방 여행을 다녀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님과 서 교수님, 그리고 몇몇 지인들이 함께 했다. 중국 쪽 국경에서는 오랜 만에 바라다보는 북한 땅이라고 하셨다. 1998년 신포 경수로 공사를 위해 파견한 남측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 업무차 2년간 살아 본 경험이 있으신 교수님은 남다른 감회가 교차한 듯 방천 전망대에서 북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시다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셨다. 즉흥적인 기도였지만 절절한 호소가 담겨지고 있음이 와닿았다. 아! 이건 찍어야 해!! 핸드폰으로라도 그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중국 방천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서훈 교수 ⓒ윤은주
두만강과 중국-러시아-북한 접경지역. 강 건너편이 북한 땅이다. ⓒ윤은주
백두산 전망대에서 필자 부부와 함께한 서훈 교수 ⓒ윤은주
윤동주 생가 앞에서 ⓒ윤은주

 

교수님은 알려진 대로 보수적인 신앙인이시다. 우리나라 대북정책 전문가들 중에 김정일을 가장 많이 만나보셨을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최일선에서 목격해오셨을 것이다. 수많은 현장을 겪으시면서 분단 해소가 인력만으로 안 되는 일임을 절감하셨을 터! 서 교수님의 기도는 그래서 더욱 남다르게 느껴졌다. 필자가 북한학을 공부하게 된 동기는 북한을 알아야 통일문제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하는 현실적 필요에서였다. 마치 북한은 존재하지 않는 듯, 혹은 좀 있으면 붕괴하고 말 식물정권처럼 여기는 통일논의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네들의 역사를 비롯해서 정치, 경제, 문화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서 교수님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지북파(知北派)라 할 수 있다. 친북파가 아닌 지북파. 일각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개혁 방안뿐만 아니라 대북철학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볼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물론 국민들의 우려가 한 점이라도 남아 있다면 기회가 있을 때 해소하는 것이 좋다. 필자 역시 교수님 첫 대면 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았던가!(전혀 다른 방향에서이지만) 국정원 제3차장은 대북정보에 있어서는 최고책임자의 자리였다. 그런 경력의 서 교수님을 국정원장 후보로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권력기관 개혁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제대로 상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촛불민심이 낳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야말로 북한이 두려워할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국정원장의 팀플레이가 대북정책에 새로운 지평을 열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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