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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산물 치유하는 여정, 평화열차WCC ‘평화열차’ 답사 동행취재기④
  • 모스크바=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7.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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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모스크바.                                                                                            독일 베를린에서의 일정을 무사히 마친 평화열차 프로젝트 답사팀은 31일 저녁 베를린 HBF역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났다. 독일에서 답사팀은 동서냉전의 상징과도 같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적 현장을 체험했다. 통독 과정에서 이뤄진 독일 교회의 다양한 기여와 역할도 확인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냉전의 산물이 치유되는 역사다. 한국 교회는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사명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 러시아 역사박물관 전경. ⓒ기독교연합신문 최창민 기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기차는 폴란드와 벨라루스를 지나 냉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벨로루스까야역에 도착했다. 26시간의 기차 여정은 답사팀을 노곤하게 했지만, 그보다 더 끈끈한 우정이 쌓였다. 답사팀은 김정규 선교사(감리교)의 안내에 따라 스몰렌스까야역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모스크바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특히 지하로 120~130미터씩 파고 들어간 지하철은 장관이었다. 러시아 지하철은 1901년부터 기획돼 1930년대에 개통됐다. 전쟁에 대비해 깊은 곳까지 들어간 것이었다. 그 시대에 이렇게 깊이까지 파내려가 이 같은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역사 안은 충분히 넓었고 대부분 대리석으로 치장돼 있었다. 각 역사에는 근대미술 작품으로 추정되는 독특한 벽면 그림이 걸려 있었다. 곳곳에 조각상도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겉치장과 달리 지하철 내부는 다른 칸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했다. 또 덜컹거리고 소음이 심했다. 숙소에 도착한 답사팀은 여정을 풀고 잠을 청했다.

   
▲ 모스크바 다닐로브스키수도원에서 열린 한반도평화열차 협의회의 모습. ⓒ기독교연합신문 최창민 기자
2일 러시아 정교회.
답사팀은 이른 아침 러시아 정교회와의 협의를 위해 뚤스카야역에 위치한 다닐로브스키 수도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13세기 후반에 세워진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이다. 타타르족으로부터 모스크바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이 수도원은 요새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높이 솟은 성벽, 그 안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이 수도원은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사회주의 국가가 되면서 대부분의 수도원이 박물관, 공장 등으로 바뀌었지만 다닐로브스키 수도원은 폐쇄된 후 1983년 수도사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문을 열어 그 명맥을 계속 유지해 왔다.

답사팀은 WCC 중앙위원 넬류보바 마르가리타(러시아 정교회 대외협력국)의 소개를 받으며 수도원 곳곳을 둘러봤다. 수도원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성령강림주일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몸에 성호를 그리며 들어온 사람들은 교회당을 장식한 성화에 입을 맞췄다. 악기 없이 목소리로만 이뤄진 찬양이 교회당의 울림통 구조를 타고 온 몸으로 전해졌다. 맑고 깨끗하게 들려오는 찬양소리가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교회당마다 피우는 향과 촛대 모양이 달랐다. 그리고 각 처소마다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 개인 기도소에서는 사람들이 몇 시간씩 혼자 서서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러시아 정교회의 신성함과 신도들의 신실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수도원을 둘러본 답사팀은 대외협력국 회의실로 이동해 러시아 정교회와 함께 평화열차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회의실에는 대외협력국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총무, 드미트리 시조넨코 간사, 알렉산더 바시우틴 아시아 담당 국장 등이 답사팀을 맞이했다.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총무는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평화열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러시아 정교회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또 “평화열차가 북한을 통과하는 문제와 관련해 북한 정교회를 통해 설득할 것”이라며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를 포함한 평화열차 참가자들의 비자 취득 문제를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또 모스크바에서 진행되는 평화마당 행사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예배는 러시아 정교회 예식으로 진행하고, 정교회가 운영하는 호텔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한편, 300명 규모의 세미나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으로 인해 답사팀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이번 답사 일정 중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답사팀은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어진 한인 선교사들과의 만남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모스크바 한인 식당에서 답사팀을 맞이한 한인 선교사들은 WCC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한 선교사는 “WCC는 다원주의적인 신앙관과 성경관을 가지고 있다”면서 “평화열차에서 평화라는 단어도 불편하다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박도웅 총무국장은 “한국 내에서도 논쟁이 있지만, 참여하시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WCC 총회가 분열이 아닌 일치와 협력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회의 보편적 지향점이 되어야할 평화를 위해 교단의 입장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선교사는 찾기 어려웠다. 해외 선교사회는 대부분 보수교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고 참여시키는 일은 앞으로 평화열차 준비팀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 모스크바 붉은광장 입구에 서 있는 2차 세계대전 영웅 주꼬프 동상. ⓒ기독교연합신문 최창민 기자

3일 붉은광장.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국토는 우리나라의 170배, 인구는 3배 정도라고 한다. 수도 모스크바는 소비에트 시대에 정치, 문화, 경제, 교통의 중심지로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거대 도시답게 거리에는 차들로 북적였다. 러시아 민족을 상징하는 베료스카(자작나무의 일종) 나무가 가로수를 장식했고, 거리에는 솜털처럼 생긴 토플리 나무의 홀씨가 흩날렸다. 간혹 터져나오는 재채기가 이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스크바 거리의 오묘한 풍경이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늦은 밤까지 대낮처럼 밝은 백야도 진풍경이었다.

답사팀은 모스크바의 심장과도 같은 붉은광장을 찾았다. 붉은색은 러시아에서 아름다움을 의미했다. 크렘린과 레닌의 묘, 바실리 성당 등 러시아를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붉은광장은 예부터 선포나 판결, 노동절 행사, 사열식 등이 이뤄졌던 곳이다.

광장 입구에는 2차 세계 대전에서 히틀러의 독일을 패퇴시킨 ‘주꼬프 장군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러시아를 구한 구국의 영웅이다. ‘부활의 문’을 통과해 광장 안으로 진입하면 다갈색 포석이 깔린 광장이 나온다. 광장 너머로 보이는 바실리 성당에 눈길이 간다. 바실리 성당은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 예술품’이라고 불린다. 성당 건축을 지시했던 이반 대제가 또 다시 이처럼 아름다운 건물이 지어질 것을 두려워해 건축가의 눈을 뽑아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레닌 묘가 있는 크렘린에는 트로츠키, 스탈린, 흐루시초프 등 정치가의 흉상과 무덤이 있었다. 러시아혁명을 통해 소비에트연방을 창설한 레닌은 1년여 뒤인 1924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스탈린은 정치적인 선전을 목적으로 레닌의 시체를 영구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특수 방부 처리된 레닌의 시신은 붉은 광장에 안치됐다. 붉은광장을 돌아본 답사팀은 모스크바 카잔스카야역을 출발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까지 대륙횡단 장정에 나섰다.

<기독교연합신문 기자>

모스크바=최창민 기자  nrprin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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