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남북관계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색평화재단 2017 기획칼럼 <2017 한국, 무엇을 해야 하나?> - 북핵문제 하에서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색을 위한 제언

남북경협 재개 논의 재검토

최근 경협재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논의는 주로 북한지역에서의 공단 건설과 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관련 제안들이다. 이들은 2007년 10.4 선언 또는 박 전 정부의 Vision Korea Project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의 일부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들 사업은 대북제재 해제 또는 북핵문제 해결 등을 전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재개는 5.24조치 해제를 전제로 추진하며, 그 외 경의선 연결,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의 대형 인프라 건설은 북핵문제 해결 국면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은 유예된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핵문제 해결 또는 대북제재 해제 등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대북 인도적 지원 또는 사회문화 교류 외에는 이렇다 할 남북경협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향후 5년 동안 아무런 경협사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남북경협 추진’은 현실적 제약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5.24조치를 철폐한다 해도, 유엔 안보리의 제재와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가 남아 있다. 이들 제재로 인해 정상적인 대북 금융거래가 어렵고, 대북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유엔 안보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분간 대북제재는 강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개성공단 재개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경협을 재개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한편, 대부분의 기업은 개성공단 중단을 계기로 남북경협 참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지금까지 대북사업은 대부분 실패해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북사업이 동남아나 중국에 대한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다 해도 한순간 자산을 몰수당할 수 있음을 목격했다.

그러나 이런 접근방식이 최선의 결론인가?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강화를 고려하면, 남북경협의 역할이 제한적이란 점을 인정할 수 있다. 심지어 남북경협이 핵개발을 도왔다는 평가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경협 중단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 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도 사라졌다. 남북경협의 딜레마다.

이 지점에서 남북경협의 출발점부터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의 목적이 무엇인가? 기존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남북경협은 1) 남북 상호간의 신뢰와 이해 제고 2) 쌍방의 경제적 이익 도모 3) 장기적으로는 민족경제공동체 형성의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타당하지만, 지금과 같은 핵 정국 하에서는 현실감이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 단계의 목표, 특히 딜레마 해소와 관련된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최근 남북경협 재개 논의는 북한의 비핵화와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병행론’은 작은 교류협력에서 시작하여 점차 군사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접근법이다. 이는 군사문제가 해결되어야 남북관계 진전이 가능하다는 연계론과 대립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립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 위기관리를 남북경협의 목표에 추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남북경협은 북핵문제가 야기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을 억제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한편, 향후 본격적인 남북경협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남북경협의 모색

현 단계 남북경협의 목표를 한반도 위기관리를 토대로 향후 본격적인 남북경협 준비에 둔다면, 경협의 재개는 장·단기의 안보와 경제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핵문제의 장기화 전망이다. 한동안 북미갈등은 한층 심화되겠지만, 미국의 Red Line을 고려할 때 향후 5년 내에 어떤 형태로든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지난했던 북핵협상을 돌이켜보면, 북핵문제 해결이 마무리되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한반도 리스크, 특히 기업들이 느끼는 대북사업의 리스크는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문제의 현실 제약을 고려할 때, 향후 5년의 남북경협은 북한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과거의 경협 방식에서 탈피해, 중국 등 주변국을 활용한 간접 경협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지역보다 접경지역인 단동, 연길이나 훈춘 등에 거점을 마련하고 다자간 협력 방식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견인하면서, 향후 북한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이다. 성장 동력이 소진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인상이 초래할 가계부채 위기 및 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위기가 중첩되면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 중의 하나는 청년 실업문제라 할 수 있다. 올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12.5%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9년 수준에 비견할 만하다. 가계부채, 중국의 보복 등의 위기를 극복한다고 해도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실업문제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북한은 북한당국의 시장 규제 완화로 외부 정보 유통이 확대되고, 군사적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과학기술 혁신으로 여타 후진국보다 높은 IT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정보의 확대와 IT 기술의 발전은 특히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궁핍한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과 개혁개방 확대 요구로 외부세계에 대한 동경 역시 커질 것이다.

남북경협은 장기적으로 남북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경협이 되어야 한다. 남북경협이 남한경제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음을 고려하면, 단기에 청년실업을 완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일이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되듯이, 북한개발과 통일은 실업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접경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남북경협은 북한개발과 통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한국의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4차 산업혁명만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부족할 수 있다. 신기술 도입이 실업 특히 청년실업 문제와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북한개발과 통일은 4차 산업혁명 추진과 상호보완적인 성장동력으로 기여할 수 있다. 남북경협 재개가 북한개발과 통일로 이어진다면, 남북경협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새로운 경협의 기본 전략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개혁개방과 북한 진출의 토대, 남북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통일의 토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이를 위한 전략으로 플랫폼 전략을 제시해 본다.

플랫폼이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토대이자 참여자들을 견인․연결하고 그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열린 생태계의 구심점이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첫째, 참여자들의 문제(pain points)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특성상, 접경지역의 플랫폼 구축은 현 단계 위기를 관리하면서 본격적인 경협 확대 및 북한 개발을 준비하기에 적합하다.

우선, 해당 지역 참여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위기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 동북3성은 중국의 여타 성들에 비해 성장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외자 유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투자는 동북3성의 외자 수요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THAAD 배치 문제로 인한 한중 갈등을 완화해 줄 수 있다. 한편 남한 기업들은 동북3성에 대한 투자가 북한에 대한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인 기업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플랫폼은 다양한 사업과 본격적인 남북경협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북·중무역이 북한의 시장화를 촉진해 왔고, 이들 지역은 북·중무역의 주요 통로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따라서 북한의 개방과 개발이 본격화된다면 접경지역의 플랫폼은 경협 확대의 출발점이자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의 형태를 제시하는 것은 추후의 과제지만,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해당 지역의 특성상 생산과 물류가 복합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생산의 측면에서는 개성공단과 유사하지만, 중국 등 주변 국가들도 참여하는 개방된 공단이란 점이 다르다.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는 한반도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R&D, 창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교육문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추가될 수 있다.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부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통일시대를 선도할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조성될 플랫폼은 해당 지역의 경제발전과 함께 일자리 문제의 해결과 청년 창업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수준을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만 동북아의 진취적인 청년들이 노동․학습․협력하는 네트웍을 구축하고, 이러한 네트웍은 점차 동북3성과 북한 내부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시작부터 클 필요가 없다.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면 된다. 하나의 씨앗이 숲을 이루듯,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협력과 화합의 정신을 퍼뜨릴 수 있는 모델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동북3성과 북한 내부의 경제개발구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방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고 그러기에 희망을 주는 방안이다.

慧然 / 평화연구원 연구위원

慧然  staff@peacefoundation.or.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