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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미중관계의 압력밥솥”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정세토크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국 안보정책의 향방’ 대담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7.04.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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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저녁 평화재단 3층 강당에서 열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주최의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국 안보정책의 향방’ 정세토크. 이번 토크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가 대담자로 각각 참여했다. 다음은 대담록 전문.

조한범 : 오늘 평화재단 정세토크 주제는 매우 위중한 동북아 안보상황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만,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다할 수 있다는 얘긴데,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생태계에 유리한 모든 옵션이어야 하는데, 앞에 수식어가 없어요. 뭐든지 다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전쟁도, 협상도, 뭐든지 가능하다 이런 얘깁니다. 오늘 대담해주실 분은 한동대 김준형 교수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님이십니다.

“한국은 미중관계의 압력밥솥...압력 빼주지 않으면 폭발”

김준형 : 굉장히 위중한 정세인데요. 더 안타까운 건 한국에서 이걸 관리하거나 대처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킨다는 사실이에요. 사실 우리 쪽에서 위기상황을 부풀리고 선제공격론, 전술핵 배치, 핵무장까지 부추기는데, 소위 말하는 보수가 박근혜 씨 탄핵으로 공백 상태가 되다 보니까 안보불안을 확대시키는 것 같아요.

일단 미중의 충돌가능성에 대해서 미리 밝히자면, 미국과 중국은 절대로 충돌하지 않을 겁니다. 두 초강대국의 충돌이 가져올 피해가 어떨지 알기 때문에 충돌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미중은 서로의 의도를 테스트해보고, 이 엄청난 압력을 빼보려고 하는데, 그 지점들이 한반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중국-대만 양안의 4군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한반도가 미중의 패권에 가장 잠재적인 폭발력이 큰 발화점, 또는 단층선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국제정치적으로 한반도에서 주요 단층선이 형성이 되는 거죠. 결국 거기에서 서로를 밀쳐내려는 갈등과 압력이 높아지는 거고요. 한국은 미중관계가 갈등인지 협치인지를 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넘어서서, 일종의 압력밥솥이 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압력밥솥도 조금씩 압력을 빼주잖아요. 안 그러면 터지잖아요. 우리가 압력을 빼주지 않으면, 결국 폭발로 갈 수 있다는 측면도 없지 않고, 저도 일말의 우려가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은 있다”라고 일단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조한범 : 김동엽 교수님, 군사 안보적인 차원에서 동북아의 정세는 어떻게 보시나요?

김동엽 : 크게 다른 얘기는 아닙니다만, 이 지역을 세 가지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 차원, 동아시아 차원, 한반도 차원에서 볼 수 있는데요. 군사안보적으로만 놓고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탈냉전, 90년대 이후 2천 년대로 넘어오면서 세계에서 안보의 관점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죠. 전통적인 안보관, 군사 중심으로 했던 안보 개념, 이게 많이 사라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냉전적인 게 남아 있다고 얘기를 할 수 있고요.

유일하게 이 지역이 갖고 있는 것은, 과거의 군사적 관점에서의 지정학적 특성이 그대로 남아있고, 어떤 면에서 그게 더 심화되고 있다고 봅니다. 세력 전이와 세력 균형이라는 게 같이 갈 수 없는 것 같지만 같이 가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에요. 미중이 싸우고 있는 것 같지만 서로가 없으면 못 사는 이런 관계죠.

아시아에서 미국과 가장 가깝게 손잡고, 영원히 같이 가겠다고 하는 나라는 일본이에요. 그런데 저는 일본이 미국을 가장 배반할 수 있는 나라라고 봐요. 언젠가 한 순간 일본이 딱 돌아설 수 있는 국가라고 보거든요. 미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어느 순간까지 일본을 키워줄까도 문제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관계는 안보의 흐름과는 전혀 반대로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조한범 : 저희가 하도 북한 핵만 보니까, 동북아 차원을 소홀히 하고 있는데요. 냉전붕괴 이후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군사력을 빼고 있는데 남는 군사력을 아시아로 배치하겠다는 게 리밸런싱(rebalancing), 즉 재균형 정책이지 않습니까? 아시아로 들어오는 미국의 커다란 재균형 정책에 대해 중국은 도련선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미·중의 협치, 카르텔을 봐야”

김준형 : 저는 미중이 좋게 말하면 협치, 좀 더 나쁘게 말하면 카르텔을 형성하는 부분도 있다고 봐요. 미중 관계의 양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월마트 같아요. 월마트 아시죠? 한국시장에서는 적응을 못해서 철수했지만, 월마트가 미중관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물건 값이 가장 싼 할인점이지요. 미국에서 고용인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소위 The biggest employer에요. 고용을 가장 많이 창출하는 곳이죠. 그런데 월마트 제품의 90%가 중국제이고, 그 싼 중국제 때문에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값싼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이지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죠. 그런데 트럼프가 45%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었습니다. 근데 실제로 이런 관세를 부과하면 물론 단순한 계산이지만 월마트에서 파는 제품들의 가격이 45% 오른다는 거고, 그럼 바로 트럼프를 찍었던 사람들이 가장 고통받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두 국가는 서로를 가장 큰 위협으로 얘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충돌할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한범 : 미국 군사력 증강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중국이 항공모함만 띄워도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들거든요. 13억이 넘는 국가의 국방비가 180조원이 안 되는데 미국은 680조라는 거죠. 4배예요. 김동엽 교수님은 해군이셨잖아요?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김동엽 : 여러 가지 문제 중 군사력만 본다면 중국이 꼬리를 내리고 있죠. 우리는 미국 하고 대결할 의사가 없다고 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이 군사력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684조라는 것과 181조라는 건 1/4 차이가 나긴 하지만, 군사력이 1/4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684조는 투명한 684조입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의 군사비는 북한이 얼마라고 하면 우리는 믿지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군사력은 우리하고 계산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통상적으로 숨겨진 국방비라고 이야기합니다.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684조입니다. 그러나 아직 중국은 그렇지 않거든요. 결국 이 숫자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과 군사적인 대결이 아직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하고 있어서 미국이 상당히 버거울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는 중국의 홈그라운드 이점도 있고요.

김준형 : 지난 10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심리적 변화의 추이를 살펴봐야 하는데요. 오바마 초기 후진타오 말기에 미국은 중국을 G2라고 격상시켜줍니다. 당시 중국은 그러나 자신은 G2로 불릴 수가 없고, 제3세계라고 했어요. 미국이 앞에서는 국격을 올려주면서, 실제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하는 것을 알고 거절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시진핑에 와서 완전히 바뀝니다. 중국이 스스로 대국임을 천명하는 대국굴기를 내세웁니다. 2013년 시진핑이 미국으로 방문해 캘리포니아의 ‘란초 미라지’(Rancho Mirage)라는 휴양지에서 오바마와 정상회담을 합니다. 회담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넥타이를 풀고, 정상회담장 주변을 같이 산책도 합니다. 여기서 중국은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제의합니다. 소위 신형대국론을 주장하는데, 핵심내용은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않으면 중국도 미국 패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상당히 간단하고 깔끔한 것 같죠? 중국은 기분 좋게 돌아갔어요. 근데 미국은 ‘쟤네 뭐라 그러는 거지?’ 일단 중국의 핵심이익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회의적으로 변합니다. 중국이 결국 우리하고 세계를 나누자는 얘기인데, 그냥 둬서는 안 되겠구나 라고 미국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조한범 : 김동엽 교수님은 해군 출신이신데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나 중국이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제해권을 가질 수 있나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김동엽 : 난사군도가 지정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고요. 실제 지정학적 말고 지형적으로 그 자체가 바다에 있는 거 같지만 그 자체 안쪽에 암초도 있고 수로도 좁습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게 3개밖에 없어요. 3개의 수로가 정해져 있는데 난사군도를 장악한다는 것은 3개의 수로로 들어오고 나가고를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남중국해의 문제가 아니라 동중국해에서 남중국해를 지나서 말라카로 들어가는 것, 중국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느냐 없느냐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미국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죠.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힘이에요. 미국 달러는 미국 국립은행이 아니고 유태인이 찍어내는 거예요. 그래서 미국이라는 본토와 중동이라는 곳과 연결하는 길이 패권의 파이프였어요. 저는 유럽으로 돌렸던 미국의 패권파이프가 환태평양으로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에서 돈이 많이 들어온다? 아시아에 군사력을 많이 투자한다지만 저는 실제 그 본질적인 목적은 중국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중요한 파이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그 안에서 보일러가 터지고 있어요. 지금 내부적으로 곪아 터진 게 많기 때문에 이 고름을 빼지 않으면 중국은 절대 미국을 넘어설 수 없어요. 그런데 이 고름을 빼는 중국의 아이디어는 원래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이었어요. 국내에서 엄청난 건설, 돈, 이게 곪아터졌어요. 중국 가면 아시겠지만 엄청난 빌딩이 다 공실이에요. 50∽60층 건물이 다 공실이에요. 이게 감당할 수 없는 거예요. 이러한 돈과 건설 붐을 ‘일대일로’로 따라가겠다는 게 고름을 밖으로 빼겠다는 거였거든요. 이런 개념으로 동아시아를 봐야 해요. 결국은 사드도 그 개념에 있다고 봐요. 사드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이게 아니라, 중국도 역시 내몽고 쪽의 미사일이 들킨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것 때문에 중국이 반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 관점으로 보시면 사드의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고요. 또 이 판을 좀 더 읽을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조한범 : 한미동맹은 사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미 양자의 동맹입니다. 이 범위는 한반도거든요. 근데 미국은 아시아 전체를 지역동맹으로 전환해서 중국을 압박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이런 미일 동맹체제에 한국이 딱 부딪치거든요.

박근혜 씨가 미국에 갔을 때, 한·미·일 군사협력강화가 필요하고 그러니까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게 된 거고, 그러다가 위안부 문제가 콩 볶듯이 진행이 된 거죠. 결과적으로 우리의 본질적인 딜레마는 뭐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사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결국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양자동맹을, 중국에 대응하는 한·미·일 지역동맹으로 전환하는 이 두 개가 충돌하는 게 아닌가 보는데요.

김준형 : 결국 해석은 같다고 봅니다. 미국이 일본을 필요로 한 건 예산을 줄이면서도 중국을 봉쇄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최고의 대중전략의 아웃소싱 카드는 일본이라는 얘깁니다. 일본 또한 왜 미국이 최고의 카드냐고 하면 이때가 아니면 일본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다시 말해 재무장할 기회가 없습니다. 왜냐, 지금까지 미국의 안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혹시라도 미국이 떠나거나 약해지거나, 아니면 미·중이 친해져버리면 일본은 완전히 중국의 세력 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아베에게는 지금의 미·중 갈등시기에 미국의 필요를 채우면서 재무장 해놓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이 또 그렇게 역할을 자임해주니까 비용은 적게 쓰면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지요. 이것이 지난 8년 오바마 정부에서 미일관계가 더할 나위없이 좋았던 근본적인 이유였어요. 그 사이에 애매하게 던져진 게 한국이에요. 미국 보기에 한국의 입장은 일본과 비교해서 애매한 거죠. 반대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은 아직 미국으로, 또는 미일동맹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지요. 한국을 두고 벌어진 이 치열한 싸움이 지난 5∽6년간 있었던 거죠.

“사드는 한미일 군사협력 위한 미국의 대못박기”

조한범 : 김동엽 교수님, 청중 분들께 사드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죠.

김동엽 :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친하게 지내는 게 중요해요.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고 승인받고 보통국가 시키는 데 가장 핵심이 한국이거든요. 한국을 중간 보스인 일본의 핵심 하수인으로 만들어야 되거든요. 지정학적으로도 그렇지 않습니까? 두 번째, ‘약속을 지켜라’ 한 것은 한일 위안부 협정을 지켜라 한 것도 있지만 그 속에는 사드도 지켜라 라는 걸로 보였습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을 의심합니다. 미·일이라는 틀 속에서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걸로 보는 거예요. 한국이 중립국으로의 이탈이 아니라 친중국으로의 이탈이라는 거예요. 사드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미국의 대못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한범 : 강대국 등위에 올라타는 외교를 밴드웨거닝 band-wagoning이라고 합니다. 편승전략이라고 하거든요. 그 다음에 강대국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외교를 헷징 hedging이라고 합니다. 균형외교라고도 하죠. 이 딜레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준형 :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대북 및 외교카드가 처음부터 없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동북아의 복잡한 상황에서 가능한 많은 카드를 갖고 있어도 살아남기가 힘든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난 9년 동안 카드를 사실상 모두 폐기해버렸어요. 먼저 개성공단과 금강산이라는 대북카드를 버렸죠. 위안부합의로 말미암아 대일 카드를 버렸습니다. 대미 카드도 마찬가지예요. 사드부터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무기구매까지 다 버렸어요. 대중 카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승절에 갔지만, 곧바로 다음 달 방미해서 방중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폐기해버렸어요. 미국의 동맹국들 중에 유일하게 갔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에게 빚진 것인데, 사용도 못하고 버린 셈이지요. 따지고 보면 결국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진영논리를 위해서 외교가 이용되었던 겁니다. 한국이 현재의 위중한 동북아국제정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폐기된 카드를 복구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결코 쉽지 않아요. 일단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고, 안보는 미국에 대한 의존 쪽이 너무 크고, 안보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구조가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는 힘들어요. 결국 우리 중심으로 한다는 미중 사이에서 배타적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복잡한 방정식과 정교한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너진 한국외교를 회복하려면 5년도 10년도 부족해서 한 30년 집권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조한범 : 김 교수님,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미동맹체제에서 자주국방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까?

김동엽 : 정치권에서 한쪽은 ‘안보는 경제다’라고 얘기했고 또 한쪽에서는 ‘평화는 경제다’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둘 다 경제로 결론지었는데 저는 두 개가 다 거북하게 들려요.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인데 먹고사는 문제로 양쪽 다 국민을 협박하는 거예요. ‘안보가 경제다’라는 건 경제 필요 없다는 소리거든요. 안보 안 되면 다 죽어야 하는 거예요. 평화도 다르지 않아요. 이쪽이 안보 무능이라고 하면, 저쪽은 안보 불임이에요. 안보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개념을 못 잡고 있어요.

제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3, 4년 전에 국회에서 정보부장이 국방부에, ‘지금 미국을 빼고 북한과 한국이 맞짱 뜨면 어떻게 되냐?’라고 질문을 했는데 ‘우리가 진다’라고 답했어요. 정말 저는 분이 끓었어요. 국방비 예산이 많습니다. 북한보다 많아진 지가 상당히 오래 되었어요. 지난 수십 년 동안 들어간 군사비 다 어디 썼습니까? 군사비 10조면 뭐하고 40조면 뭐합니까? 떼어먹지 말아야죠. 미국이 없으면 우리나라 못 지킨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한미 동맹의 성격이 바뀌었어야 합니다. 군사적인 일방적 동맹보다 건강한 동맹으로 바뀌었더라면 지금보다 좋은 모습이면서 일본을 끌어들이지 않고 한미 동맹만으로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동맹으로 남았을 거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안보의 새가 더 높이 멀리 날기 위해서는 오른쪽에는 국방, 왼쪽에는 외교라는 두 날개가 균형 있게 날갯짓을 해야 더 높이 날 수 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양쪽 날개보다 남북관계라는 꼬리날개가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 날개가 균형을 못 맞추면 대한민국이라는 안보는 절대 못 날아갑니다. 이게 다음 정부가 누가 되든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지난달 23일 평화재단 3층 강당에서 열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주최의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국 안보정책의 향방’ 정세토크 모습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광화문 촛불, 분단체제까지 끝장낼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야”

조한범 : 귀한 두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경력이 더 훌륭한 분들도 청중석에 계십니다. 짧게 질문이나 소회를 받겠습니다.

질문1 : 북한을 협력구도에 어떻게 밀어넣을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건강한 한미동맹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 남북문제를 해결해기 위해서 전략을 만들어야 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외교 전략을 어떻게 남북에서 만들어 나갈 것인가? 일단은 한미간의 관계를 전통적으로 유지하면서 또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미국과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가?

질문2 : GSOMIA 어떻습니까? 연도별로 통보하면 3개월 전에 할 수 있죠. 금년에도 7월에 통보가 됩니다. 새 정부가 그 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두 번째는 전작권 문제로 괜히 박근혜 정부에서 조건을 이상하게 걸어서 무한정 갈 수도 있는데 이걸 핵문제에서 떼어내면 언제든 환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실 이게 미국이 너희가 가져가라 해서 시작된 문제니까 우리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질문3 : 한국 해군의 미래 비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동엽 : 북한 밀어넣기, 저도 얘기했지만 답이 없어요. 결국 미·중·북이죠. 이 세 자리를 깔아주는 건대요, 그렇다고 3자 회담은 아니고, 가장 중요한 건 미·북이죠. 미·북의 수교라든가, 우리가 좀 손해 보더라도, 좀 긍정적으로 가야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김준형 : 저는 좀 긍정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첫째 트럼프가 인선을 마무리하기 전에 우리가 빨리 정권이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스럽게도 시간적으로 골든타임과 공간적으로 에어포켓이 생겼다고 봅니다. 둘째 우리가 관련국들에게 불편한 상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불편하지 않게 출발하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레버리지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에게 다 불편해야 합니다. 한국의 국정공백 상황을 이용해서 미국은 사드알박기를, 일본은 위안부합의 재확인 등을 통해서 압박을 합니다만, 이것을 역으로 보면 한국의 정권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권교체 전에 서둘러 기정사실화하는 행보라고 볼 수 있지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미일의 불편한 심리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연계전략입니다. 강대국들과 이슈별로 싸우면 우린 백전백패합니다. 이슈를 연결시켜야합니다. 사드와 북한 핵문제 연결시키고 심지어 방위비 분담금까지 연결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분담금 100% 감당할 테니 대신 사드 배치하지 마라, 분담금 인상할 테니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라 등. 넷째 고차방정식을 실행할 수 있는 특사팀을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처럼 한사람씩 따로 특사를 보내는 게 아니라 같은 특사팀이 북한에도 가고 5개국 모든 나라를 차례로 가서 고차방정식을 풀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저는 광화문의 기적을 외교에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광화문의 기적이 박정희의 산업화 유산을 이번에 확실히 종식시켰습니다. 그러나 분단체제까지 극복하진 못했습니다. 이제 광화문의 촛불이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남북한문제를 해결하는 힘으로 작동하도록 끌어낼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조한범 : 안보는 결국 균형 잡힌 전반적인 국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과연 미국에 편승하는 게 한국의 안보와 경제, 국익에 맞느냐, 아니면 균형을 갖추면서 살아가는 게 맞느냐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봅니다. 무거운 주제지만 진지하게 고민해봤던 시간이었습니다. 전문가 두 분 그리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staff@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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