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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의 통일정책 꼼꼼히 따져보니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통해 남북한 전면 교류 확대 등 획기적인 정책 담아

“통일을 힘있게 추진하려면 보수든 진보든 상대 세력을 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입니다.” “(통합의 리더십은) 안철수 개인보다는 시대적 요구라고 봐요. 그 요구에 맞는 이미지가 안철수라는 말이죠. 통합의 리더십, 그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법륜(평화재단 이사장) 스님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의 대담집 <새로운 100년>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2012년은 중국, 미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리더십 교체와 함께 국내 리더십이 교체되는 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올 12월에 선출되는 18대 대통령은 국내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이 힘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화해와 교류를 통해 통일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2012년이 ‘새로운 100년’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법륜 스님은 진보, 보수를 아우르고, 남북한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꼽았다. 법륜 스님은 ‘안철수의 멘토’로 통한다. 그렇다면 통일에 대한 안 원장의 생각은 뭘까. <새로운 100년>과 같은 형식의 대담집으로 최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을 훑어봤다.

안 원장은 ‘정의로운 복지국가’ ‘공정한 복지국가’를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국가 형태로 제시했다. 이것을 위해서는 평화, 즉 남북간 화해와 교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복지와 정의는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으니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위한 기존 정치권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현재의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의 의견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데,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서 복지, 정의, 평화의 시대적 과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법륜 스님의 ‘통합의 리더십’에 화답하듯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의 생각> 곳곳엔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만약 안 원장이 이번 대선에 출마한다면 가장 큰 화두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보수, 진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저는 이 두 진영이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호보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쪽이 소통하고 타협해야 한 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도전과 발전의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사회는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이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협력을 막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선진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념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과제가 시급합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한 챕터를 북한과의 관계, 즉 통일 문제에 할애했다. 복지와 경제 문제에 비해서는 분량이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이 구상하는 통일정책의 큰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 안철수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표지

우선 대북 관계에 있어서는 ‘관계 개선을 통한 평화협력과 통일 추구’를 방향으로 제시했다. 안 원장은 “북한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선물일 수도 있다”며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면 서독과 동독이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 비용을 줄인 것처럼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통일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정부의 통일 정책과 관련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교류협력으로 남북 긴장 완화의 성과를 거둔 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 갈등과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서는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향후 통일 정책과 관련해 안 원장은 “지난 15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대북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북한의 붕괴를 전제한 봉쇄정책은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시키고 평화를 훼손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한 붕괴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쟈스민 혁명’ 같은 민중 봉기의 가능성이 북한에서는 어렵다고 봤다. 이유는 쟈스민 혁명을 촉발했던 SNS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반이 북한에는 전무하고, 강력한 통제체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 이것은 국내 탈북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북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안 원장은 “외부에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봉쇄해도 중국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고립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1994년 김일성 사망, 그리고 작년 김정일 사망 당시에도 국내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붕괴를 기대했지만 그런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일을 ‘사건’이 아닌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일시적인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되어가는 게 통일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 붕괴 등을 전제하고, 후자는 북한과의 교류 자체를 통일의 시작으로 본다. “통일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통일을 점진적인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통일을 사건으로 보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시각인데요. 통일세 문제를 꺼내는 것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닥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합니다. 남북 간의 경제교류가 진전되면 서로에 대한 의존도도 커지죠. 개성공단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런 협력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개성공단은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한의 타지역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할 것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남북 경협 기업들이 급작스런 상황 변화에 따라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남북 관계를 구조화, 제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목표”라고 못박고, 6자 회담을 통한 국제적인 해결 노력과 함께 남북간 경제 접촉의 창구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식량난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 지원의 분리를 제시했다. 안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긴장이 생기면 정부의 공식 지원은 재고하더라도 민간 차원의 지원은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통일을 하려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누구든 기본적으로 생존이 가능해야 변화를 희망할 수 있다”며 “물론 식량 배분 등의 과정에서 군량미 전용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 제도를 요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 관계에 대해서는 균형 외교와 다자 외교를 제시했다. 대미, 대중 외교의 적절한 균형과 함께 러시아, 일본 등과의 외교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원인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나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면서도 “다만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합리적 의문’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탈북자 강제 북송 등 탈북자 인권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안 원장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는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며 “탈북자들의 북송은 생명과 인권이 달린 문제이니 중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북송을 막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지난 3월 4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9일째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고 있던 탈북자 이애란(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박사를 찾기도 했다.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 박사를 향해 “많이 힘들겠지만 조그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방문했다”며 “인권과 사회적 약자보호는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가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혁 쪽 인사로 분류되던 안 원장이 보수 쪽이 주도하던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시위 자리에 참석한 데 대해 당시 언론 등 일각에서는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비록 제한된 지면이긴 하지만 안 원장이 대담집을 통해 밝힌 통일정책의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햇볕정책의 보완과 이를 통한 남북 교류 △경제협력 대폭 확대 △남북 교류의 제도화 △대미·대중 관계의 균형 △대북 민간지원 상설화와 모니터링 강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집권 기간인 지난 5년간 중단됐던 남북 교류를 전면 복원,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야말로 실제적인 남북통일을 구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 원장이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실제 대선에 뛰어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한 달 반 동안 9차례에 걸쳐 2~3시간씩 안 원장을 인터뷰했다는 언론인 출신 제정임 세명대 교수 역시 <안철수의 생각> 책머리에서 “인터뷰가 마무리된 이 순간까지도 나는 그가 대선에 출마할지, 하지 않을지 솔직히 알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멘토’ 법륜 스님도 안 원장의 불출마 가능성을 굳이 닫아놓지 않고 있다. ‘안철수 같은 새로운 인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100년>에서 법륜 스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안철수 씨가 앞으로 정치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하면 그를 중심으로 시대의 요구가 움직이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민심이 다른 대안을 만들어내겠죠. 참신하고 좋은 이미지만 갖고는 안되니 조금 더 현실적인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쪽으로 민심이 돌아갈 수도 있는 거죠.”

남한의 진보와 보수, 남한과 북한을 한데 아우를 통일한국의 지도자, 통합의 리더십을 위해 누가 나설 것인가. 2012년 여름,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열망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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