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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너무 슬프자나요”한 일본인 청년이 본 탈북자 문제

남북문제는 남북한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국제 문제다. 남북문제는 단순히 남과 북이 “우리 통일합시다”라고 해서 통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외국 청년의 눈에는 남북문제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그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전남 광주의 C대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인 일본인 청년 야마모토 노부히토(27세, 이하 노부히토)를 만났다.

노부히토는 한국에 거주한 지 올해로 3년이 훌쩍 넘어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할 정도다. 어찌나 한국말을 잘하는지 어떤 일본사람이 노부히토를 보고 일본말 잘하는 한국사람이 ‘일본사람’이라고 속이는 줄 알고 화를 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한국말이 유창한, 그리고 한국의 팥빙수를 좋아하는 일본인 청년이다.

기자가 노부히토에게 남북문제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노부히토가 지난 4월 21일 광주역 광장에서 열린 ‘탈북자북송반대집회’에 참석할 정도로 남북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광주 C대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인 야마모토 노부히토씨. ⓒ유코리아뉴스 범영수

노부히토에게 인터뷰 때 질문할 대략적인 문항을 미리 메시지로 보냈더니 노부히토에게 답이 왔다. “이거 대답 잘못하면 한국에서 추방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 하기야 남북문제 당사자인 우리들도 이념논쟁 때문에 남북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꺼릴 때가 있는데 외국인이 그것도 일본인이 남북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훨씬 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노부히토가 한반도, 특히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에서다. 노부히토는 “일본에 있을 때부터 그런 분들과(자이니치: 재일교포) 교제를 많이 했었다. 그리곤 한국에 이런 분들을 연구하는 과가 있어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노부히토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부히토가 본 일본에서의 북한의 이미지는 어떨까. 한마디로 ‘동북아의 문제아’라는 표현을 썼다. 나중에 알고보니 선입견이었다. “집 근처에 조선학교가 있어서 일본 학교 불량배들과 조선학교 불량배들이 매일 싸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분들 밑에서 일을 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이분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구나’라는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 유학 와서 노부히토가 느낀 남북문제의 아쉬움은 바로 ‘대화 부족’이다. 노부히토는 “공부를 하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지난 4~5년 전부터 대화가 거의 없는 상태가 계속되다보니 서로 사이가 안 좋고 서로 이익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남북문제에 대한 한국 청년들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노부히토는 지난 4월 21일 광주역에서 열린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에서 자신이 목격한 한국 청년들의 무관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집회에 참석한 한 국회의원이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조선족과 한족들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하는 등 탈북자가 탈북을 했다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거기서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 힘들어진다'고 얘기를 하면서 울었다. 그런데 그것을 듣고 있던 학생들이 막 웃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을 자원봉사로 대체하기 위해 북송반대 현장에 나왔던 것이다. 노부히토는 “그런 중요한 집회에서 국회의원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북한 탈북자들의 실정이라든지 민감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10명 가까운 학생들이 웃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걸 보면서 '외국인인 나도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탈북자나 북한 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은 어떨까. 노부히토는 “일본인들은 자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남북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자기들의 과거와 관련된 이야기라 민감해 한다"며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괜찮다, 항상 있는 일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어 나도 정말 위험한 건지 안전한 건지 더 헷갈렸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 걱정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노부히토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만난 탈북자는 2명. 한 명은 학교에서 만난 만학도 아주머니였고 또 한 명은 젊은 청년이었다. 둘의 공통점은 ‘외로움’이었다. “학교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성격이 밝으시고, 말도 잘 걸어주시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잘하시고 밝으셨다. 그런데 말투가 북쪽 말투고 주변사람과 나이차도 있어서 거리감을 느끼신 것 같다. 그래서 항상 혼자 계셨다. 친구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또 다른 곳에서 본 젊은 탈북 여성도 주변에 친구가 없어 혼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라도 좀더 그들에게 다가갔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미안하다.”

노부히토는 “적어도 한국인이 외국인보다는 북한이나 탈북자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고 "한국, 북한, 조선족이 서로 전혀 다른 성향으로 변하고 있다. 옛날처럼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보다 더 탈북자나 북한, 통일문제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노부히토. 그의 이런 마음은 어디에서 온 걸까. "형 너무 슬프잖아요.”

노부히토의 이 말은 탈북자,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어쩌면 가장 짧지만 명확한 답이 되지 않을까싶다.

광주=범영수 기자  bumyung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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