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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이미 90년대에 시작됐다. 탈북자들 통해서.."서울유에스에이선교회 에릭 폴리 목사가 말하는 '남북통일과 탈북자'

남한에서 6년간 지내던 한 탈북여성이 최근 북한으로 귀환해 기자회견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녀는 “남한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서의 생활에 대해 ‘노예’라고 표현한 것은 물론 터무니없는 주장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 탈북자의 북한 귀환은 얼마 전 남한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때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메시지를 남한 사회 전체에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중국 내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에 앞서 남한에 와 있는 탈북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서울유에스에이선교회 대표 에릭 폴리 목사를 만났다. 그는 남한 사회가 탈북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미국인의 시각에서, 또한 목회자의 눈으로 예리하게 지적했다.

   
▲ 서울유에스에이선교회 대표 에릭 폴리 목사. 그는 "통일의 동반자로 와있는 탈북자를 남한 사회는 자꾸 지원의 대상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서울유에스에이선교회 사역을 하면서 10년 전부터 미국과 남한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런데 남한 사람과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탈북자와 식사를 하거나, 심지어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탈북자를 가족이 아닌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폴리 목사가 강조하는 것은 남한 사람이, 특히 그리스도인이 자신이 가진 것을 실제로 탈북자와 나누라는 것이다. 그것이 곧 이사야서 58장에서 말씀하고 있는 ‘응답받는 금식기도’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우리가 금식하며 기도하는데 왜 응답해주지 않습니까?’라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생각하는 금식과 달랐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은 압제받는 자를 자유케 하고, 굶주리고 헐벗은 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기의 동족을 가족처럼 돌보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남한 교회는 이렇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을 하고 있을까. 폴리 목사가 보기엔 아니다. “남한에서는 통일을 위한 기도, 세미나 등 행사를 많이 합니다. 물론 이사야서에 나오는 이들과 달리 탈북자들은 정부로부터 정착금이나 각종 지원금도 받습니다. 하나원을 수료하면 멋진 옷도 선물 받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사야서에서 말씀하시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내가 가진 음식, 내가 가진 옷을 탈북자와 나누라는 것입니다. 내 집을 활짝 열어서 탈북자를 초대하라는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속으로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탈북자 신문’의 기자인 필자도 역시 탈북자를 가족이 아닌 취재의 대상으로만 봐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성장세이던 한국교회의 교인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1990년대 중반부터 탈북자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폴리 목사는 이 두 가지 대조적인 사실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사야서 58장을 떠올렸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을 행할 때 이스라엘의 의를 나타내겠다고 한 말씀. 그러나 남한 교회는 그렇지 못했다. 탈북자를 업신여겼기에 남한 교회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당시 남한 교회는 쇠퇴하고 있는 원인과 대안을 찾기 위해 전세계 교회 성장 프로그램을 찾아다녔습니다. 남한 교회의 쇠퇴와 탈북자의 증가,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사안 같지만 사실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남한 교회는 탈북자를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물론 남한 정부나 교회가 탈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더 늘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원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탈북자를 가족이나 친구로 여기고 집으로 초청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교회 단위가 아닌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탈북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일대일로 친구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폴리 목사는 현재 미국 케이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물론 탈북자 관련 내용이다. 미국 내 탈북자 관련 논문을 전부(약 200편) 찾아 조사했다. 하나같이 탈북자들의 문제점에 대한 내용이었다.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중도 직업 포기,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탈북자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은 전무했다. 폴리 목사가 보기에 탈북자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단 하나, 사람들과의 교제였다.

“그동안 탈북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돈이 있으면 행복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어요. 그들에게 행복했던 기억을 나눠보라니까 하나같이 ‘사람들과 함께 있거나 교제할 때’라고 답했어요. 탈북자도 다른 사람과 똑같아요. 그들의 행복은 곧 돈이 아닌 교제와 관련돼 있다는 겁니다.”

남한은 전세계에서 탈북자에 대한 지원이 제일 많은 나라다. 전세계 어디에도 남한만큼 탈북자를 많이 지원하는 곳이 없다. 그런데도 탈북자들은 왜 자살하려 하고, 다시 제3세계로, 북한으로 가려는 것일까. 개인적인 교제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은 주지만 마음은 주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 목사는 다시 교회의 예를 들었다. “대부분의 대형 교회는 탈북자 예배가 있습니다. 그런데 찬양 인도자나 사역자나 모두 남한 사람입니다. 탈북자는 그저 예배의 구경자일 뿐입니다.”

폴리 목사는 남한 교회가 북한의 지하교회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남한 교회의 쇠퇴 원인과 부흥의 비결도 외국 교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북한의 지하교회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남한 교회는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믿음을 지키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비록 그들에겐 목사도 교회 건물도 없지만 하나님 보시기엔 그들이 훨씬 귀합니다. 남한 교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교회 재건은 말도 안되는 것입니다.”

폴리 목사가 북한 지하교회 사역을 시작한 건 남한 여성인 폴리 현숙과 결혼한 지 얼마 안된 2001년부터다. 프로미스키퍼스 사역과 NGO 컨설팅을 할 때였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던 그가 꿈을 꿨다. 별로 관심이 없던 북한에 대한 내용이었다. “무서운 꿈이었어요. 현숙과 제가 가진 걸 다 버리고 북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주위 건물은 다 무너져 있었어요. 그것은 거대한 악의 세력에 완전히 폐허가 된 광경이었어요.”

이어 부인이 설명을 이어갔다. “꿈을 꾸고 난 후 남편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심각한 얼굴로 저를 쳐다봤어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우리가 가진 것을 다 버리고 북한을 위해 헌신하게 될 거’라고 했어요. 엄마가 개성 출신이고 전쟁 때 아버지와 동생을 잃었지만 평생 북한 사람이라고는 만난 적이 없었어요.”

   
▲ 에릭 폴리 목사 부부. ⓒ유코리아뉴스

그렇게 해서 북한 사역이 시작됐다. 2003년엔 3대째 북한 지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뭐가 필요하냐’고 했더니 ‘너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 충격이었다. ‘핍박받는 신앙인들의 믿음이 우리의 믿음보다 훨씬 좋구나. 우리는 비록 물질적으로 잘 살고 있지만 믿음은 죽었구나.’ 마음으로 회개했다. 그때부터 폴리 목사 부부는 북한 지하교회를 비롯해 전세계 핍박받는 이들의 믿음을 교회마다 찾아다니며 도전하고 있다.

폴리 목사는 탈북자가 남한 교회를 부흥시킬 핵심키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부흥은 건물이나 목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에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을 통해 가능성도 이미 확인했다. 서울유에스에이선교회는 매년 탈북자를 대상으로 1년 과정의 UU 선교학교(Underground University)를 개최한다. 탈북자를 선교사로 양육하는 훈련이다. 선교학교의 마지막 과제가 각자 제출하게 되어 있는 북한선교 프로젝트다. 북한선교의 방법에 대해 각자의 계획을 적어서 내는 것이다.

폴리 목사는 “탈북자들의 마인드는 온통 북한에 맞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아이디어도 굉장히 창의적이고 실제적인 게 많다”며 “탈북자들, 지하교회가 북한선교의 주역이 되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일은 이미 시작됐다.” 폴리 목사가 끝으로 강조한 말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대량 탈북자 입국을 통일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남한 사회가 미처 간파하지 못한 내용이다. 그는 “통일이 됐는데도 깨닫지 못하고 엉뚱한 데서 통일을 찾고 있다”며 “그래서 남한 사회, 남한 교회가 아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유에스에이선교회는 남한 내 탈북자와 북한 지하교회 돕기 사역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공식 발간한 ‘조선어 성경’을 북한에 되돌려 보내는 사역을 벌이고 있다(seoulusa.co.kr).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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