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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통일에 관심이 없다?민들레학교 학생들 '통일코리아' 방문, 오성훈 목사와 즉석 '통일 토크' 개최

기독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의 민들레학교 학생 12명이 서울로 나들이를 했다. 통일의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1일 이들이 방문한 곳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과 큐티진 ‘통일코리아’의 서초동 사무실. 숙소는 서울 한 교회의 조그만 교육관. 잠을 거의 못잤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21일 ‘통일코리아’ 사무실을 찾았다.

민들레학교는 오전엔 공부, 오후엔 각자 관심에 따라 농사, 제빵, 건축 등의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1년에 7차례 정도 주제 현장학습이 있다. 지난 3월엔 핵문제를 주제로 정해 핵발전소를 다녀오고, 비핵평화대회에도 참석했다. 이번달엔 통일을 주제로 정한 것이다. ‘무슨 얘기부터 시작할까’ 잠깐 생각하는 것 같던 ‘통일코리아’ 발행인 오성훈(44) 목사가 먼저 ‘통일코리아’ 얘기부터 꺼냈다.

   
▲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통일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한 민들레학교 학생들이 오성훈 목사와 통일, 북한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남북 통일을 위해서는 기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통일이 순탄하게 되려면 민족과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개입하고 인도해주셔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도하고 싶어도 뭘 어떻게 기도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기도제목과 북한 정보, QT가 담긴 잡지를 만들게 됐답니다.”

1996년 선교한국 대회에 참석해 북한선교의 소명을 받고 세미나, 훈련 등을 받으며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왔던 자신의 이야기도 곁들였다. 오 목사는 “지난해 6월 독일 통일현장을 방문해 동독 사람들을 보며 느낀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말로만 하는 복음이나 형식화된 예배, 교회가 아니라 살아 있는 복음, 원수도 사랑하는 리얼한 복음이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목사는 “북한은 2009년 말 화폐개혁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생명 걸고 돈을 벌었던 사람들에게 더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지금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사상이 아니라 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미리 적어온 20여 가지의 질문이 적힌 종이를 오 목사에게 건넸다. 학생들의 질문을 한데 모은 것이다. 하나같이 민감한 질문들이라 난색을 표하면서도 오 목사는 차근차근 답변을 풀어갔다.

다음은 학생들이 적어온 질문과 오 목사의 답변 내용.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을 평가한다면?
큰 틀에서 봤을 때는 후퇴한 면이 많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교류와 통일에 대한 공동선언을 이끌었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을 계속 펴왔기에 그런 남한의 정책도 북한 사람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걸 바꾸려면 결국 북한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냉전 시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통일을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은?
통일은 분단을 반대로 풀어가는 것이다. 분단은 한꺼번에 된 것이 아니라 몇 단계에 걸쳐 됐다. 우선 영토 분단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영토 분단이 됐다. 영토 통일을 이루려면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만나면서 사람의 통일, 마음의 통일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 두 번째 단계는 정치의 분단,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의 통일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한 나라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남한엔 남한 정부, 북한엔 북한 정부가 서로 당분간 공존하면서 합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북한이 현재의 세습체제를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하나?
‘내가 그리스도에게 끊어질지라도 동족의 구원을 바란다’는 바울의 마음을 적어도 북한을 생각하는 남한의 그리스도인이라면 가져야 한다. 내가 속한 PN4N에서는 북한의 리더십 교체를 위해 계속 기도해왔다. 북한의 새 리더십, 그들을 우리는 파워벨트라고 부른다. 그들은 외국 경험도 있고, 복음을 알고 있고, 북한의 나아갈 방향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통해 북한의 세습이 멈춰지고 북한이 비록 공산주의 형태는 가질지라도 정신이나 마인드는 바뀌어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통일을 위한 개인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할까?
‘샬롬의 영성’이 필요하다. 부모, 형제,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샬롬의 영성을 잘 준비하고 그게 커지다보면 북한이 아무리 나쁘고 이상한 짓을 해도 그들을 품을 수 있게 된다.

-북한의 통일관은 뭔가?
남한은 통일과 관련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북한은 단 하나의 통일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제의 압박에서 남조선을 해방하는 것’이다. 북한은 통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적화통일이다. 통일을 위해 이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남한도 김일성 수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민족은 김일성 수령의 가르침을 받아야 같은 민족이 된다는 것이다. 그 가르침을 거부하면 적이고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본다. 수령론에는 사회생명체론이란 게 있다. 부모로부터 받는 생명도 있지만 정치적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 수령을 거부하면 얼마든지 죽일 수도 있다. 북한에서 그렇게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이유다.

-북한의 이념 사상과 우리의 이념 사상이 통일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자유민주주의냐 공산사회냐의 선택인데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한 이념이다. 물론 자유민주주의의 단점도 있지만 잘 극복하는 게 관건인 것 같다. 그것은 통일세대인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 오성훈 목사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민들레학교 학생들. ⓒ유코리아뉴스

-중국은 왜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나?
중국으로서는 국가 이익을 위해 북한이 필요하다. 북한이 강력한 것보다는 지금처럼 약한 게 좋을 것이다.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어떻게든 탈북자를 강제 북송한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탈북자 강제북송이 국제이슈가 되어 부담스러울 때는 제3국을 통해 보내주기도 한다. 그동안 중국이 암암리에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지 않고 남한에 보내준 경우도 있다. 강제북송 반대운동은 몇몇 드러난 사람들은 살리지만 수많은 감춰진 사람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에 지혜롭게 해야 한다고 본다.

-언론을 보면 굶주림이나 압제 등 북한 주민들이 힘들게만 살 것 같은데 실제 생활은 어떤가?
북한도 사람 사는 사회라는 건 분명하다. 우리가 남한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듯 북한도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도 행복이 있듯 북한 사람들도 행복한 면이 얼마든지 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이 지금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아마 탈북하지 않고 북한에 계속 살았을 것이다.

-북한에도 교회 같은 종교단체가 허용되나?
북한엔 지금 공식적으로 봉수교회 칠골교회 두 곳의 개신교회가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예배가 드려진다. 목사, 전도사도 있다. 북한에도 분명 교회가 있다. 1907년 대부흥 당시 부흥을 경험하고, 공산치하에서도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이밖에 성당도 있고, 정교회 건물도 있다.

오 목사의 긴 답변이 끝났다. 이제는 학생들 차례다. 오 목사의 질문은 ‘통일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였다. 먼저 민들레학교 조진혁 선생이 자신의 얘기부터 꺼냈다. “대학교 때는 통일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기도도 하고, 남북나눔운동 정기후원도 했죠. 그런데 교사가 되고, 결혼도 하고 하면서 그때 같지는 않죠.(웃음)”

이어서 학생들이 차례로 답변했다. “원래 북한에 대해서는 한 민족이었다가 갈라졌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북한 관련 영상도 보고 사진이나 글을 보면서 북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원래 한 민족이었으니까 두 민족을 하나로 합치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닌 나 자신, 우리 모두의 일로서 헤쳐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이세호)

“이런 주제로 공부하기 전에는 통일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수록 북한이 어렵다는 걸 알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권예찬)

“북한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전쟁을 일으켰고 우릴 괴롭혔고 그래서 인식이 별로 안좋았던 것 같다. 이번 계기로 북한에 대해 좀더 관심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일세대가 되면 음악치료사가 되어 북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탈북자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치료를 통해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김주애)

“어렸을 때부터 통일에 관심이 많았다. 할아버지가 북한에서 내려오셨다. 이번에 리서치 프로젝트로 평화통일, 북한이란 주제가 잡혔을 때 흥미가 돋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평화통일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나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박지수)

“어렸을 때부터 북한에 대해 관심 없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북한을 더 알아가고싶다.”(전찬호)

“리서치 하기 전엔 북한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계기로 많이 배웠다.”(홍은찬)

“아버지가 군인인데 전쟁을 통한 통일은 반대한다.”(하홍빈)

“북한에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 리서치도 왔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최명주)

“예전 학교에서 통일에 대해 많이 얘기해서 들은 것은 많은데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조사하게 되어서 익숙하긴 한데 그래도 잘은 모르겠다. 통일은 일단 하면 좋겠다. 통일 과정에서 치르는 대가는 나중에 생각해봐야겠다.”(한지선)

“통일이 된다면.. 글쎄 뭔가 기대가 되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남한비)

“전쟁영화를 많이 봤는데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냥 이렇게만 생각해선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통일 되면 경제강국이 될 거고, 그걸 위해서는 북한과 교류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오태욱)

“중1 때까지는 북한을 꺼리고 통일이 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글쓰기 할 때도 통일에 대한 반대를 강조했었다. 통일이 되면 세금도 내야 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와서 더 어려워지니까. 중2 때 아빠의 인도로 광성교회 드림센터에서 탈북자들과 같이 기도하고 찬양한 적이 있다. 그 이후 탈북자들을 계속 만나다보니 북한 사람도 우리랑 다를 바가 없고 합쳐지면 억양만 다를 뿐이지 말도 통하고 같이 있으면 괜찮다는 걸 알았다. 북한과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와 다른 게 없으니까. 물론 도와줄 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심재원)

   
▲ 즉석 '통일 토크'를 마친 뒤 '통일한국의 주역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민들레학교 학생들. ⓒ유코리아뉴스

10대는 대체로 통일에 무관심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절대 다수가 통일을 원하고 있었다. 적어도 민들레학교 통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12명의 학생들은 말이다. 이들에게 오 목사는 다음과 같이 도전했다.

“통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여러분들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만난 사람들은 ‘비록 지금은 통일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뤄야 할 통일을 우리가 담당할 수 있어 기쁘다. 누군가 져야 할 무거운 짐을 우리가 지는 게 기쁘다. 우리는 고생하겠지만 후대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남한의 기성세대는 자꾸 통일을 미룬다. 지금은 힘드니까 나중에 하자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짐은 고스란히 여러분들이 져야 한다. 지금부터 선배들한테 친구들한테 통일 하자고 얘기하길 바란다. 통일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걸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내 별명은 ‘통일을 앞당기는 목사’다.”

학생들의 눈빛이 그제야 반짝 하고 빛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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