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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말하려면 탈북자 친구 한명이라도 있어야"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 와다 신수케씨가 말하는 '탈북자와 통일, 그리고 남한 사회'

일본 유학생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의 탈북자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 탈북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는 어떨까.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의 와다 신수케(50) 씨를 최근 동국대에서 만났다. 교토대를 졸업한 와다 씨는 17년 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10년 전엔 한국 말을 배우러 오기도 했다. 3년 전 동국대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통일은 서로 같이 있고 싶다고 느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남한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통일을 하려는 사람들도 ‘너희가 불쌍하니까 우리가 돕는다’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은 통일이 아니다. 탈북자 정책도 이런 식이다. 그러니 탈북자들에게 돈과 함께 상처까지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남북 통일을 흔히 남녀의 결혼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서로 다르다는 것, 하지만 서로 합쳐야 할 운명이라는 것에서 말이다. 와다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둘이 합해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거나, 아니면 서로에 대해 존경스런 마음을 가질 때 통일이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해 존경할 점이 있을까. 와다 씨는 순수함을 꼽았다. 정치나 경제, 과학 등은 왜곡되고 낙후됐지만 사람들의 순수한 점은 본받을 점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도 미국도 순수한 점이 없어진 지 오래고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1984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판자촌이 많았지만 그래도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자리는 물론 먹을 것도 나눠줬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배운다기보다는 우리에게 없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는 게 바로 북한의 순수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전공인 북한학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그는 “기본적으로는 북한을 우습게 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남한 학생들이 미국학이나 일본학을 한다면 미국이나 일본이 좋아서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학은 북한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대 때 북한학이 시작됐는데 북한을 비판하고 공격하기 위한 게 바로 북한학의 뿌리다. 그렇다보니 북한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물론 정부 당국자도 기본적으로 북한을 우습게 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을 비판할 때 공산주의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와다 씨에 따르면 공산주의는 3가지로 분류된다. 막스 레닌이 말한 공산주의, 그리고 북한식 공산주의, 또 하나는 북한 주민들의 공산주의다. 그는 막스 레닌의 공산주의, 북한식 공산주의를 모두 반대한다. 스스로도 ‘반공주의자’라고 믿는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공산주의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 살아 있는 공산주의다. 이들 사이에서는 ‘함께 나누며 살자’는 공산주의의 원형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와다 씨는 그것을 남한 탈북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탈북자들)의 머릿속엔 김일성, 김정일의 삶이나 사상이 없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공부했지만 남아 있지 않다. 김일성, 김정일주의라고 하는 게 일반 삶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북자들끼리는 서로 돕고 위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동국대 캠퍼스에서 만난 와다 신수케씨. 그는 "북한학도든 정치인이든 적어도 탈북자 친구 한 명이라도 있을 때 통일을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얼마 전 와다 씨는 남한 내 탈북자 관련 논문을 쓰려다가 담당 교수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논문을 위해 탈북자들 인터뷰 하는 건 좋지만 탈북자들의 말을 다 믿지는 말아라.’ 와다 씨의 뇌리엔 그 교수의 앞뒤 말은 다 빼고 ‘믿지 말라’는 말이 선명하게 남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탈북자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니 쉽지 않을 거야’라는 말은 맞겠는데 아예 '믿지 말라‘는 말은 너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탈북자에 대한 남한의 편견을 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때다. ‘북한학 담당 교수의 생각이 이 정도이니 남한 사회가 얼마나 북한 사회를 우습게 여기고, 탈북자를 하찮게 생각할까’라고 생각했던 것.

그는 북한학 연구자나 북한이나 통일 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탈북자 친구를 한 명씩 꼭 사귈 것을 권했다. “대부분 북한학 전공자들의 논리와 주장은 북한학 책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은 주로 막스 레닌의 공산주의, 북한식 공산주의일 뿐 북한의 풀뿌리 공산주의와는 완전 다른 것이다. 자신이 배운 북한 지식이 과연 맞는지 반드시 탈북자를 통해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북한학을 전공하거나 북한이나 통일 관련 활동가, 정치인들은 반드시 탈북자 친구 한 명씩은 있어야 한다. 탈북자 친구가 적어도 한 명이라도 있을 때 통일을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목소리가 거셀 때 와다 씨도 현장에 가서 목소리를 보탰다. 무려 11일간 단식했다. 일본 사람도 탈북자에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탈북자들로부터 칭찬도, 핀잔도 들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줘서 고맙다” “탈북자 강제 북송이 이슈가 되면 오히려 탈북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탈북자들과 친해졌다는 것이다.

북한학과 후배 중엔 탈북자들이 몇 명 있다. 지난해 과 MT 때 탈북자 후배들을 만난 와다 씨는 “처음 만났을 때 난 그 후배들을 친 동생으로 여겼다”며 “그런 인식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통일의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통일은 멀리 있지 않다. 남한 사회에 와 있는 탈북자들을 내 오빠, 내 언니로 여긴다면 그게 바로 통일”이라가 강조했다.

탈북자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인간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사랑이지 인권은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 정말 탈북자를 내 형제로 여긴다면 인권을 외칠 게 아니라 ‘차라리 나를 대신 잡아가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곳곳에서 인권이란 말을 외치는데 그것은 돈이나 정치적 입장을 앞세우는 말처럼 들려서 거북스럽다.”

와다 씨의 특이한 점은 가수 이은미씨 라이브 콘서트 현장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반 CD를 알리는 일도 하지만 탈북자 초청을 와다 씨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은미씨 콘서트엔 지금까지 약 150여명의 탈북자들이 초대됐다. 일본 공연 통역을 계기로 만나면서 와다 씨의 권유를 이은미씨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는 “은미씨의 노래는 주로 고난과 슬픔, 외로움을 딛고 일어서는, 탈북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들”이라며 “그래서 많은 탈북자들이 은미씨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논문을 남겨 놓고 있는 와다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탈북자들을 위한 아이스크림 가게도 열고 싶고, 책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일본인이지만 남북 통일을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은 와다 씨. 그 시작은 바로 남한 내 탈북자들을 친 형제처럼 대하는 일이었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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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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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k 2012-07-20 12:23:52

    “인간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사랑이지 인권은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 정말 탈북자를 내 형제로 여긴다면 인권을 외칠 게 아니라 ‘차라리 나를 대신 잡아가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신 말씀에 공감합니다. 꿈꾸고 기대하고 계신것처럼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해 좀 더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삭제

    • 2012-06-19 21:22:54

      기사 감동깊게 잘보았어요. 정말로 많은것을 깨닫게 해주는 감동 그자체였어요. 선배님 같으신분들이 계시기에 탈북자들에게도 희망이 있는겁니다. 비록 지금은 초행길이라 자꾸 넘어지겠지만 언젠가는 우리새터민들이 만들어 놓은 그길로 북한에 우리형제들이 웃으며 거닐수 있는 날이 꼭 올거에요. 남한분들도 함께 손잡고 그길을 만들어 간다면 그길은 더 빨리 닦아질것이고 그날은 더빨리 오겠죠^^   삭제

      • 선배님 화이팅 2012-06-19 17:11:40

        자랑스러운 선배님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어가는 것은 바로 우리 동국대 북한학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우리들의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위해 평화를 위해 큰 발걸음을 떼어보아요.
        화이팅!!!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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