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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위기의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30일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를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출처 위키피디아)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가 출항도 전에 난파 위기에 처했다. 최근 고조되는 미·중 경색국면이 그 원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5개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조치로 새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를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의 핵심은 내년 1월 1일부터 북한의 연간 석탄 수출 규모를 액수로는 4억 87만 달러, 양으로는 750만t 이하로 규제한다는 것이다.

새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

북한 석탄 수출 상한제가 핵심

대북 제재 실효성 중국에 달려

북한의 총 연간 수출액은 약 30억 달러다. 이중 석탄 수출액은 약 11억 달러로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가 제대로 이행되면 북한은 연간 8억 달러 수준의 외화 벌이를 잃게 된다. 연간 수출액의 25%가 한순간에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북한의 석탄 수출 제재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는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를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결의안에는 ‘민생목적의 석탄 수출은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이 있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요 수입국인 중국이 이 조항을 근거로 북한의 석탄을 전량 수입해 주었기 때문이다. 안보리가 새 대북제재결의안에서 북한의 석탄 수출 금지가 아닌 상한선 규제를 선택한 이유도 이러한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의 맹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석탄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11억 달러에 이른다. 주요 수입국은 중국으로 대북제재에 있어 중국의 협조는 절대적이다. (연합뉴스 갈무리)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북한의 대외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중국은 안보리의 새 결의안을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11일부터 연말까지 20일 동안 유엔 안보리 2321호 결의 집행을 위해 북한 석탄 수입을 잠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 북한의 석탄 수입량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하나의 중국’ 무시 행보

중국, WTO에 미국 제소

미·중 관계 악화일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에 북한은 유례없는 시련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환율 조작과 고율 관세 부과, 남중국해 요새 건설로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협상하지 않으면서 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우리가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북한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이보다 앞선 2일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대만을 공식적인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역시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국가주석 회동 이후부터 이를 인정해 주었다. 그간 미국 정상들은 중국과 외교 관계를 고려해 대만 총통과 공식적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37년 만에 이러한 관행을 깨트린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인의 언행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이 어떤 형식이든 정부 간 관계와 군사 연계를 반대하며 미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12일(현지시각) “미국이 공개적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다면 중국도 미국이 적대시하는 다른 나라를 지지하고 무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개적으로 포기한다면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수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논평했다.

환구시보 자매지 인민일보는 같은 날, 천펑잉 중국 국제경제관계학회 부비서장의 평론을 인용해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해외 국채 약 20%(약 1조 1600억 달러)를 보유한 제1의 채권국이다. 만약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할 경우 미국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 차기 행정부와 시진핑의 중국이 벌써부터 갈등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트럼프는 연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중국은 WTO에 미국을 제소했다. 양국 간 불편한 관계를 풍자한 뉴욕타임스 만평.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 역시 갈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다음날인 12일(현지시각) 미국과 유럽연합(EU)을 WTO에 제소했다. 15년 전 WTO 회원국들이 중국에게 약속한 ‘시장경제 지위’를 미국과 EU가 거부한다는 이유에서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당시 체결한 의정서 15조를 보면 <중국이 시장경제 조건에 부합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반덤핑 조사를 실시할 때 시장경제국의 ‘제3국’ 가격을 정상 가격으로 적용할 수 있다…이 규정은 가입일 15년 후 정지된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과 미국은 이 15조를 두고 유권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은 15년이 지난 올해 연말, 미국이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중국이 먼저 시장경제 조건을 구비했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중국 측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은 무역상대국의 내수가격이 정부가 아닌 공개경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은 공개경쟁을 통해 값이 매겨진 것이므로,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 등 벌금 형태의 보복관세를 매기기 어려워진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대중(對中) 무역정책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중국 수입품에 45%에 이르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정책이 실제로 이뤄지긴 힘들겠지만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자국 보호무역 정책을 펼칠 것은 자명하다. (출처 픽사베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정부의 국영기업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 중국산 철강의 덤핑 수출 등을 거론하며 중국에게 45%의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이 ‘시장경제 지위’를 얻게 되면 국제법상 이 같은 폭탄 관세 적용은 어려워진다. 중국 역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정식 출범하기 전에 어떻게든 ‘시장경제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향후 ‘중국 때리기’를 위해서라도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거부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보여준 행보를 볼 때 미·중 간 긴장관계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력 언론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각)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시할 경우, 중국은 북한과 합동 군사훈련을 펼치는 등 북한과 결속을 강화하는 ‘북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위에서 언급한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 역시 “중국도 미국이 적대시하는 다른 나라를 지지하고 무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논평했다.

만약 미·중 간 대립구도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는 허울뿐인 종이쪼가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기사 낙수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미·일 6자 수석대표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3국간 공조체제를 공고히 하고,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에 담긴 북한 석탄 연간 수출 상한제를 철저히 검증하기 위한 체계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같은 날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한민구 국방장관과 만났고, 한국의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미·중 간 긴장관계는 고조되는데, 한국 정부는 중국과 척을 지고 노골적으로 한·미·일 동맹체제 품속으로 안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칫 북·중과 한·미·일 대립구도가 고착화 되고, 한반도가 또다시 강대국들의 세력 싸움의 전장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각 정부 부처는 국익을 위한 정책이 과연 무엇인지,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신중한 자세로 고민해야 한다.

약육강식의 국제관계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 거대한 힘의 충돌 속에서, 한반도와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의 운명은 종이배처럼 위태롭고 초라하다.

이민혁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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