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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예언하건대 박 대통령은‘3월초 퇴진’을 말할 것이다

촛불은 매주 토요일 여섯 번 타올라, 마침내 횃불이 되었습니다. 처음만 해도 주저주저하며 조심스레 광화문을 채워나갔던 시민들은, 서서히 광장의 범위를 전국으로 확장시켜 냈습니다. 그 물결을 이기지 못한 내자동 벽은 최후의 저지선인 분수대까지 물러나야만 했고요. 11월 12일 광화문에 백만이 몰려들었을 때만 해도, 그 이상을 감히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2월 3일에 232만이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이보다 더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도 놀라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보다 더한 것에 놀라지 말기,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청와대입니다. 앞서 설명한 촛불의 경이로움은, 실은 청와대의 경이로움 덕이었습니다. 청와대가 보이는 모습이 설상가상 점입가경이니, (민심을)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막는 꼴이 매주마다 반복 심화되었습니다. 최순실 태블릿PC에서부터 시작해 비아그라까지 나온 것도 놀랄 노짜입니다만, 제가 진짜 놀란 것은 청와대 담화입니다. 박근혜 씨는 담화에서 약속한 것마저(검찰수사 받겠다) 아무렇지 않은듯 내팽겨치지 않았나요? 대통령이라는 최소한의 품격마저 저버렸으니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 담화의 특징이 눈에 띄었습니다. 4차 담화는 좀 더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 정도 데이터가 쌓인 덕입니다. 그럼 찬찬히 말씀드려볼까요.

10월말부터 지속된 박근혜퇴진 정국에서 박근혜 일당이 취하는 입장은 한결같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버티고, 버티는 게 안될 거 같으면 미루는 겁니다. 이는 형사소추를 피하고, 재산을 보존하기 위함입니다. 저의 4차 담화 예상도 그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저들 일당 입장에서 봤을 때, 버티고 미뤄내어 형사소추를 피하고 재산을 보존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무엇일까요?

3차였던 지난주 화요일 담화에서 박근혜 씨는 ‘진퇴 여부를 국회가 결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에 화답하듯 친박-비박 할 것 없이 4월말 퇴진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삼았지요. 뭐, 담화에서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것을 보면, 4월말 퇴진도 믿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어쨌거나 4월말이라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검찰인사가 1월, 공무원인사가 2월, 종편재심사가 3월, 예산집행이 4월에 있습니다. 4월까지 버티면 최대 3월말까지 활동하는 특검의 형사소추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정통성을 상실한 박근혜 씨가, 이때까지 대통령의 권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나라를 말아먹으시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형사소추를 피하고 재산을 지켜보시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덕에 탄핵 표결을 한 주 미루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래는 탄핵을 아예 무산시키는 것까지 의도했겠습니다만, 국민의 사상최대 촛불 덕에 한 주 미루는 정도에 그치게 되었네요.

그렇다고 탄핵을 무산시키거나 내지는 미루는 것을 아직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으로 끈질깁니다. 불의한 권력은 불의하기에 더더욱, 그것을 쉽게 내려놓을 생각을 못하는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직 대통령의 권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형사소추를 피하고 재산을 지켜야만 합니다. 평자들의 일반적인 예상에 따르면, 박근혜 씨가 4차담화에서 4월말 퇴진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고 있지요? 하지만 이미 야 3당은 4월 말에 퇴진을 발표하건 말건 탄핵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퇴진 시점이 4월 말보다 당겨진다면, 그것도 찔끔 당겨지는 것이 아니라, 나름 제법 당겨지게 된다면? 야 3당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할지 분명히 밝힌 바가 없어요.

뉴스가 쏟아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소식이 있습니다. 비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 의원 둘의 발언입니다. “대통령이 즉시 하야하겠다고 하면 굳이 탄핵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다. 탄핵 사유가 소멸되는 것이다. 즉각 하야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기 조절이 논의될 수 있다”(12월 5일 CBS라디오, 황영철) “대통령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야기한 ‘1월31일 퇴진’을 받아들이면 여야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탄핵 국면은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같은날 KBS라디오, 하태경)

이걸 두고 <한겨레>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지난주 채택한 당론인 ‘4월 퇴진, 6월 대선’보다 일정을 앞당긴다면 굳이 탄핵에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범인은 이미 범죄를 예고했어요. 12월 3일 232만 촛불 민심에 놀란 그들은, 그 다음날인 4일 새누리 비박계 40명이 탄핵 찬성에 동참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불타오르는 민심을 일단 식혔어요. 하지만 탄핵 표결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새누리 비박계가 만약 진정으로 탄핵할 생각이 있다면, 12월 9일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 정진석 원내대표를 압박해 당장이라도 본회의 일정을 잡아 탄핵 표결을 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요. 그 사이에 새누리당은, 탄핵을 안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할 겁니다. 비박은 지난주에 그랬던 것처럼, 얼마든지 탄핵 전선에서 회군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씨는 비박의 마음만 돌려도 탄핵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요. 비박이 지난주에는 3차 담화를 명분삼아 회군했으니, 이번에는 4차 담화가 그 명분이 되어줄 것입니다.

따라서 4차 담화는 탄핵을 안해도 될 만한 명분을 새누리당에게 주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건 새누리당의 이해관계입니다만, 다른 한편 박근혜 씨의 이해관계는 앞에서부터 누누히 강조하는 바 형사소추를 피하고 재산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에 입각했을 때 박근혜 씨가 4월말에서 최대한 당길 수 있는 사퇴 시점은 3월초가 될 것입니다! 왜 3월초냐고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박근혜 씨가 형사소추를 피하려면 대통령직은 유지해야 하지요. 형사소추 권한이 검찰에서 특검으로 넘어간 지금, 그리고 특검의 활동 기간이 3월 말일까지니까, 4월까지는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명분에서 4월 말 퇴진론이 처음 나왔단 말입니다. (새누리당과 반기문 씨에게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려는 목적도 동시에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하나 더 함정이 있습니다. 특검의 활동 기간이 3월 말일까지라는 건, 바로 ‘대통령이 허가했을 때’에 가능합니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씨가 연장을 허가하지 않으면, 특검은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시한인, 바로 2월 말일까지만 활동합니다. 박근혜 씨가 그 이후까지만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으면 형사소추를 피하고요. 특검 시한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욕이야 먹겠지만요. (여러분들이 기억하시는대로 박근혜 씨는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비난은 일시적이지만 형사소추만큼은 피할 수 있습니다. 뭣보다, 아시는 바대로 이번 퇴진 정국에서 박근혜 씨가 국민이 욕하는 걸 무서워하지는 않잖아요? 형사소추와 재산 잃는 것만이 무서울 따름이죠. (논지와는 상관없지만, 굳이 더 따지면 사생활 공개도 무서워하더만요) 약속할 퇴진시점을 3월초보다 더 당기는 아이디어도 저들이 검토하겠지만, 이 경우 박근혜 씨의 형사소추를 피할 수 없습니다. 3월초에서 4월말 사이를 선택하는 경우는 여론의 압박을 충분히 물리치기엔 어렵습니다.

3월 초로 확정하는 경우, 박근혜 씨가 형사소추를 피하는 마지노선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4월중 대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제법 ‘질서 있는 퇴진’으로 보일 법 하겠습니다. 4월 말 퇴진-6월 대선론에 비하면 대통령이 통 크게 양보한 것처럼 보일 거예요.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결단한 것처럼 보일 거예요. 현재의 탄핵 일정대로라면 3월 중 대선이 치러지는 반면, 3월 초 퇴진안의 경우 대선을 한 달 늦출 수가 있는데요.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치주체, 그러니까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제4지대에게는 대선에 상대적으로 유리해지지요. 그들의 반대도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3월 초라면, 그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퇴진 약속을 번복하기에도 적당한 시점입니다.

제가 만약, 지금 박근혜 씨의 대응을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김기춘 씨라고 한다면, 아예 3월 초도 아니고 ‘3월 1일’로 확정해 발표하게끔 할 것 같습니다. 3.1절 경축사를 마지막으로 대통령직을 그만두게 되는데 ‘유종의 미’를 보인다고 포장하기 딱 적당하겠죠. 날짜까지 못박으면 퇴진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처럼 가장할 수 있고, 왠지 빨리 퇴진하는 것이 아닌데 빨리 퇴진하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남은 국정과제만이라도 마무리하게 도와달라’고도 덧붙여 볼까요. 살짝 눈물까지 흘려주면 효과가 좋습니다.

이것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사실인데요. 3차담화에서 범국민적 박근혜 퇴진 전선의 일부가 허물어졌습니다. 11월 30일 <리서치뷰> 조사를 볼게요. 다른 회사 여론조사와는 달리, 이 조사는 대통령 지지율뿐 아니라 3차담화에 대한 평가도 국민들에게 물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7.5%를 기록했어요. 다른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3차담화에 대한 응답은 좀 달랐습니다. 박근혜 씨 담화 중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18.0%였습니다. 같은 담화에서, 박근혜 씨가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제안한 것에 긍정한 사람은요? 18.7%였습니다. 탄핵 여부에 대해서는요? 박근혜 씨가 그리 말했으니 탄핵하지 말자고 한 사람은 18.4%였습니다. 이런 18, 18, 18! 여전히 적은 숫자이기는 하겠습니다만, 같은 조사에서의 박근혜 씨 지지율 7.5%에 비하면 이 수치는 꽤 높은 것입니다. (리서치뷰 조사결과는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당에 짠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조사는 박 대통령 3차 담화 발표 다음날인 30일 오전 전국 성인 휴대전화가입자 1천91명(목표할당 : 1,00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한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은 15.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이미 3차담화만으로도 18%는 탄핵 전선에서 이탈했어요. 여기서 더 나아가, 4차담화에서 퇴진 시점을 제법 당겨서 구체적으로 못박는다면, 현재 형성된 범국민적 박근혜 퇴진 전선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해 탄핵 전선에서 이탈하는 국민들은 좀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래,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할 법 합니다. 외견상 크게 나빠 보이지 않거든요. 이만하면 이긴 것 같거든요, 촛불정국이 너무 길어지는 건 피곤하기도 하지요. 보수언론은 혼란이 계속되는 것보다는 슬슬 ‘질서’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옆에서 맞장구를 쳐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적는 것입니다.)

언론에는 이르면 오늘 중에 4차담화를 발표할 것이라고 흘리기는 했는데요. 만약 저보고 날짜를 고르라고 한다면, 오늘 발표할 것 같지는 않아요. 내일쯤 하겠죠. 지난주에도 화요일에 했는데, 이번주에도 오늘 화요일에 하면 속 보이겠죠? 또 하루 정도 더 묵혀야 ‘국민의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민심을 숙고했다’고 포장하기 좋겠죠. 내일은 마침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최순실 청문회의 핵심증인이 등장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몇몇 내용은 또다시 국민의 분노를 자아낼 텐데, 이걸 물타기할 만한 다른 뉴스가 필요한 날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더 늦춰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비박이 박근혜 씨에게 요구한 퇴임시기 공표 시한이 마침 내일(7일) 오후 6시이기도 합니다. (저는 비박이 퇴임시기 공표 시한을 7일 오후 6시까지로 잡은 것도,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래야 9일로 예정된 탄핵 표결일을 당기지 않을 이유가 되니까요.)

위에서 설명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이렇게 미리 저들의 속셈을 폭로해야 해요. 제가 글을 쓴 것도 그런 목적에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은 속히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사퇴 외 어떠한 퇴진일정도 합의 안한다’고 선언하십시오. 이것을 선언할 수 없다면 저들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야권 공조가 무너지는 길입니다. 또다시 국민의 염원이 미뤄집니다. 우리를 더 이상 낙담케 하지 말아주세요.

저쪽은 탄핵 표결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무슨 수를 쓰려 할 것입니다. 심지어 탄핵 표결 당일에도 저들은 퇴진일정을 재차 삼차 당겨서 탄핵 찬성표 이탈을 획책할 것입니다. 심지어 탄핵 표결 당일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까 저는 조마조마합니다. 적당한 핑계를 잡아 탄핵 표결 당일에 계엄령을 선포할 수도 있거든요. 일단 계엄령이 선포되면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한다손 치더라도, 탄핵안을 다시 발의하고 표결하려면 다시 일주일이 미뤄지겠지요. 그런 치사한 것마저 할 수 있는 깡다구와 배짱을 가진 것이 바로 현 집권 세력입니다.

야 3당 공조체제의 한 축인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하는 바만 말씀드려야겠네요. 탄핵을 앞두고 국민의당 선장이 바뀌었어요. 박지원 의원에서 김동철 의원(3선, 광주 광산갑)으로 말이지요. 박지원 의원이 야3당간에 기존에 합의했던 내용을 바꾸기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입니다. 김동철 의원은 마침 공교롭게도 ‘4월 퇴진론자’입니다. 만약 박근혜 씨가 3월 초에 퇴진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면, 김동철 신임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당의 반응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정국진  lovision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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