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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왕자의 난'이 온다고?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인터뷰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저는 그 누가 원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후계자는 할 생각이 없습니다. 북한 차기 지도자는 저로서는 감당할 수도 없고 자신도 없는 위험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할지라도 타인의 기대를 충족해 주기 위해 제 인생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거든요.”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말이다. 진심일 것이다. 흔히 북한의 ‘3대 세습’을 꼬집지만, 사실 북한은 김부자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왕국은 이미 아니었다. 김정남이 지도자의 자리를 ‘위험한 자리’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생존을 위해 극도의 아첨으로 살아가는 간신배들, 자신의 안락만을 추구하며 국사를 거짓으로 논하고 주민들과 지도자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 자들은 부친과 후계자 주위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들은 북한의 발전과 후계자의 앞날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김일성 3대가 북한을 휘어잡고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이들에겐 다소 충격적이기도 할 것이다.

   
▲ 고미 요지 지음.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보태준다는 데서 반갑다. 책의 내용이 100% 진실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몰랐던 김정남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적어도 김정남이 자신이 대외적으로 어떤 사람으로 비쳐지길 원하는지,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저자인 고미 요지는 <도쿄신문>의 기자출신으로 한반도 정세를 취재한 베테랑이다. 그가 김정남과 150여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고,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이 담겼으니 눈여겨 볼 정보들이 많다.

우리에게 알려진 김정남의 모습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다. 2001년 그는 일본 나리타공항에 아내와 자식을 데려와 자신을 ‘김정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이 위조였다. 결국 입국관리국에 의해 구속되었고, 강제 퇴거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때문에 아버지(김정일)의 눈 밖에 나 후계자 후보에 탈락했다고 알려졌다. 도박광이라 마카오를 자주 찾는다는 소문은 또 어떤가? 이에 대한 김정남 본인의 생각은 이렇다.
“북한 여권을 들고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만약 북한 여권으로 전 세계 여행이 자유로웠다면 제가 철없이 도미니카 공화국의 위조 여권을 들고 일본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러 갔겠습니까? 제가 마카오에 자주 가는 이유는, 가족이 거주하는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자유분방한 곳을 찾기 위한 것뿐입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죽자, 김정남의 발언과 행동이 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자신의 생각을 곧잘 공개하던 그는 동생에게 조언을 하기도 했다. 
“동생이 후계자로서 북한 주민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동생이 제 진심을 이해할 수 있는 도량 큰 인물이라고 믿습니다. 제 동생이 이 말을 오해하거나 이 말을 듣고 좋지 않은 감정을 품는다면 도량이 작은 사람인 셈이고, 저는 무척 안타까울 것입니다.”

김정남은 북한의 3대 세습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면서도, 어쩔 수없는 모국의 현실을 이해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조언에 국내외 언론사들은 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북한판 왕자의 난’이 시작되었다는 둥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김정남의 표현). 김정남을 인터뷰한 이 책의 저자가 함정에 빠진 부분도 이 지점이다. 그는 노골적으로 ‘김정남 옹립 시나리오’를 결론부에 집어넣었다.

김정은 체제가 파탄 날 경우, 중국은 사상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김정남을 평양으로 돌려보내 차기 지도자로 세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중국이 쥐고 있는 마지막 북한 압박용 카드라고 할 수 있다. (…) 권력을 쥐고 있는 김정은과, 중국의 후원을 등에 업고 와신상담하고 있는 김정남. 두 사람의 갈등은 엄숙한 긴장을 잉태한 채 수면 아래 잠들어 있다.

있는 그대로의 김정남을 취재하고 전달하던 저자의 결론은 '꺾기도'가 되고 말았다. 자신이 인터뷰한 내용도 까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자의 난’ 시나리오에 대해 김정남은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한 바 있다.
“동생에 대한 저의 순수한 마음이 일각에서 ‘북한판 왕자의 난’이니, ‘김정남이 동생 정은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니 오도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안정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평화통일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북한 내부 혼란을 들먹이는 것을 볼 때 그들의 진심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것(혼란)을 너무 우려하여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되길 바라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저자에겐 김정남의 대답은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그리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다이내믹한 영화를 예고하듯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은이 형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북한 인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날이 오면 꽤나 안타까워 할 것처럼 말이다. 김정남의 말처럼, 상황을 너무 우려하여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인지 나도 헷갈릴 때가 많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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