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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프로세스의 대한민국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신의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하여 신뢰의 자본을 역설하면서 국민행복의 시대를 약속하였다. 신뢰는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상징적인 키워드였다. 신뢰를 통해 남남갈등은 물론이고 남북갈등까지도 극복하면서 통일대박의 국가를 약속하였다. 문제는 신뢰를 어떻게 축적하느냐에 있다. 이에 대해 권력은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습니다”라고 소통자본론을 주장하였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그러나 신뢰로 시작한 박근혜 정부는 불통과 불신의 정부로 전락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시작된 신뢰프로세스는 불신프로세스로 반전되고 있다.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불신공화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상호불신의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신뢰로 시작한 역사가 불신의 역사로 치닫고 있다. 약속으로 시작한 역사가 배신의 역사로 치닫고 있다.

신뢰의 근본은 약속에 대한 믿음이다. 백성의 믿음은 나라의 근본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백성들을 배신하고 기만하였다. 책임은 무시하고 법적 권한만 주장한다.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직은 공직자의 기본이다. 그래서 백성들은 절망하고 분노한다. 분노와 울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위대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위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가존립의 근본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국가 전체가 분열하며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를 ‘사회적 자본’으로 규정하면서, 국가발전의 핵심자산으로 간주하였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대한민국을 ‘신뢰가 부족한 저신뢰 사회’로 규정한 바 있다.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에 의해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단계를 지나 선진화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발전단계론이 주장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발전은 저신뢰에 기반한 비정상적인 거품성장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비정상의 출발은 분단이었다. 분단은 분단친화적 반공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의 본질로 정상화하는 동인이었다. 대한민국 비정상의 근본은 타자에 대한 불신과 부정의 반(anti)문화였다. 분단시대는 대한민국 반문화의 비정상이 정상으로 누적된 역사였다. 반문화의 정상화는 일상화를 통해 문화로 정착되었다.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 역사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반문화의 역사는 배신의 누적을 통해 총체적 불신의 막장문화로 고착화되고 있다. 불신도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마저 지독한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불신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 불신의 악순환으로 사회적 자본이 고갈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도록 만드는 상호신뢰와 협력, 소통 네트워크 등을 일컫는다. 사회적 자본이란 신뢰와 배려, 참여와 소통 그리고 협력과 나눔을 바탕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망을 말한다. 따라서 신뢰의 공동체는 배신하지 않을까 염려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늘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믿음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의 고갈은 공동체의 해체를 동반하는 위험사회를 의미한다.

이제는 비정상의 불신문화의 프로세스를 차단하고 신뢰문화를 통해 정상적인 나라로 바꾸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은 국력을 넘어 국격이자 국가브랜드이다. 사회적 신뢰의 출발은 남의 탓을 하지 말고 나와 우리, 그리고 시민사회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촛불문화는 배신의 상실감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자발적 참여시민을 통해 정치적 자본의 축적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성숙한 탈분단의 시민의식에서 정치사회적 자본의 벽을 뛰어넘어 통일자본의 희망을 보고 싶다. 하루빨리 분단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분단이미지로부터 벗어나야 저신뢰사회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현수 / 한국 OGKM이사, 평통기연 운영위원

정현수  hsysc783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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