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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법부에 촉구한다

‘하야(下野)하라’ ‘탄핵(彈劾)하자’는 함성이 온 거리에 넘치고 있다. 그 소리는 지역과 세대간의 차이를 넘어서고 있다. 정치권은 역풍을 맞을까봐 움츠린 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민초들은 연호하며 나라 주인된 책임에 나서고 있다. 나 또한 박의 하야로 헌정 중단 사태가 초래될는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때껏 불통으로 일관한 그가 이번만이라도 국민의 뜻에 순응하는 것으로 그의 불통을 속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대구 경북의 지지율마저 한 자리수자로 내려앉은 이 시점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나라를 아예 말아먹겠다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쉽게 보일 것 같지 않다.

다소 엉뚱한 말이 되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책임이 크다. 선거법 위반 사실을 파헤치는 데 앞장섰던 채동욱 검찰총장과 윤석열 검사가 법과 정의를 제대로 세우려다 한계에 직면한 것은, 그들이 검찰이기에 이해한다 치자. 그러나 지난 대선 때에 경찰과 군대,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서 조직적인 선거부정을 자행했는데도 그걸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은 사법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불법적으로 관여하면 어떻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법관들이, 민주주의의 토대인 선거에 대한 통렬한 인식과 법과 정의에 입각해서 선거법을 다루었다면 이 정권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작게는 판결을 맡은 법관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넓게는 행정부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할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못한 사법 당국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사법부가 아직도 미적거리는 것이 있다. 아마도 하야 요구 정국이 자신들의 무능을 덮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법관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2013년 1월 초에 유권자 수천 명이 제소한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이다. 6개월 이내에 완결해야 할 그 소송은 그 6개월이 여섯 번 이상 경과했는데도 아직 재판개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게 양 아무개가 이끄는 한국의 대법원이요, 국민의 정의감을 능멸하는 그들의 작태다. 그 사법부가 대선무효소송과 관련해서는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이해할 수 없다. ‘하야’니 ‘탄핵’이니 하는 그런 어려운 절차보다 이런 사태를 말끔하게 처리하는 방안은 무효소송의 처리라고 본다. 왜 이것을 아직도 외면하고 있는지 다시 묻는다. “아직도 선거소송 이야기냐”고 지겨워하는 고상한 국민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선거소송을 분명히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가 공명해지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이런 문제제기에 핀잔을 주려고 하는가.

지금이라도 그 선거무효소송을 제대로 처리하면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법과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만큼 희망을 주는 것은 없다. 무효소송이 완결되면, ‘하야’니 ‘탄핵’ 요구에 관계없이 물러나야 할 사람이 있다. 그 효과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무효라는 불법을 자행한 정치세력에 대한 응징이 뒤따르게 된다. 그것은 바로 MB 정권이 아닐까. MB정권을 법정에 세우지 않고 어떻게 이 시대가 역사에 떳떳할 수 있겠는가. 선거무효소송에 해태했던 법관들도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소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겠지만, 불법정권하에서 행정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사건들 중에는 복권의 기회도 가질 사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만열 /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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