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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대선 현장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우리가 안보를 상당부분 한미동맹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금의 한반도 상황이 전쟁을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안다지만,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제치고 승리하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다면 차기 힐러리 클린턴 정부(이하 힐러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 지형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어느 나라나 외교의 목표는 국가생존과 국가이익의 극대화에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은 이러한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 건국 이래 형성되어 온 이념적 지향성과 제임스 로스노(James Rosenau)가 외교정책의 분석틀로 제시한 외부적·사회적·정부·역할·개인 등 다섯 가지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결정된다. 힐러리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대외정책 성향과 위에서 지적한 요인들이 반영되어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정책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힐러리의 승부사적 기질 큰 영향 줄 듯

큰 틀에서 힐러리 정부의 대외정책은 이른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대외노선에서 현저히 비교가 되었듯이 민주당은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를 선호한다. 힐러리 후보가 유세 과정 중 동맹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북핵문제에 있어 한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나, 집권 후 대북정책에 있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통한 전면적 대북압박을 펼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민주당의 성향과 부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외교정책의 분석틀에서 볼 때에는 위의 다섯 가지 요인 중 개인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타 요인보다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즉, 힐러리 개인의 강한 승부사적 기질과 전투적 정치 성향 그리고 과거의 외교경험 등이 큰 영향을 줄 것이며, 중국의 입장과 김정은 정권의 향후 행보라는 외부적 요인 역시 대북정책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지하다시피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정부 하에서 전통적인 영부인의 역할을 벗어나 사실상의 공동 국정운영자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국정에 깊이 참여했다. 보스니아 사태와 같은 중대 외교 사안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남편의 퇴임 이후에는 상원의원을 거쳐 오바마 1기 정부의 국무장관을 역임하면서 외교 현안을 직접 다룬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북정책의 구체적 얼개는 대통령 당선 후 취임식까지 약 2개월 간 백악관 참모진과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어떻게 구축되느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이전의 정부들과는 달리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기에는 향후 북한 김정은 정권의 태도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저강도의 도발에 머무른다면 힐러리 정부는 그 동안 중국 등이 제안하고 미국 내 일각에서 제시해 온 북핵 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중간 목표로 삼는 단계적 협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시도하여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경우, 힐러리 정부는 미국 내 여론변화 추이에 따라 선제타격이 포함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결정 과정에서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겪었던 극단의 대북정책 경험이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의 경험이다. 당시 페리 국방장관, 샬리카쉬빌리(John M. Shalikashvili) 합참의장 등 美군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공격하여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미연합군이 승리하겠지만 미군 3만 명과 한국군 45만 명의 인명피해를 예상했었다. 예상되는 민간인의 피해도 극심했을 것이다. 당시 위기는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로 협상국면으로 전환되고 「제네바합의」를 통해 해소되었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클린턴 행정부 말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이루어지고, 미국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이 이루어지는 등 북미관계가 개선되면서 한 때 수교 전 단계까지 이르렀던 경험이다. 

물론 후임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의 약속을 백지화하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면서 북미관계 개선은 물거품이 되고 북핵문제 해결에 암운을 드리우게 했지만, 한때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쌍방의 노력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동결과 평화협정체결 가능성 높다

이상의 분석을 정리하면, 향후 한반도 안보지형은 힐러리의 당선 이후 2017년 취임 시까지는 현재와 같은 대북제재와 압박 국면을 연출하겠지만, 힐러리 정부 출범을 계기로 압박과 함께 북핵 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중간 목표로 삼는 단계적 협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첫째, 선제공격 등 군사적 옵션이 현실화할 경우 이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크며, 미국 내에서도 의회와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을 활용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힐러리 정부로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의 맞교환을 원하는 중국의 입장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김정은 정권 역시 고강도 도발에는 자신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과거 클린턴 정부 말기의 ‘좋은 추억’을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한국의 외교는 어디에 가 있을까?

추원서 / 남북물류포럼 수석부회장

추원서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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