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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탈북 → 망명정부 수립 → 10만 탈북촌 건설’...급변사태 가능성은?

국내 언론에서 ‘탈북자’ 보도는 대개 부정적이다. ‘탈북자 대상 사기’ ‘탈북자 범죄’ ‘탈북자 간첩’ ‘탈북청소년 학업탈락율’ 등 사기, 범죄, 청소년문제 등에서 ‘탈북자’가 제목으로 등장한다. 탈북자가 아닌 남한 사람들도 똑같이 사기, 범죄, 학업포기를 하지만, 유독 ‘탈북자’가 제목으로 붙는 것은 남한 사회가 탈북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편견)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 셈이다.

요즘 우리 언론의 화두는 ‘탈북자’다. 이번엔 범죄가 아니라 김정은체제의 변화, 즉 북한 급변사태론과 닿아 있다.

지난 5일 <중앙일보>는 “김정은 건강 챙기던 간부 베이징서 탈북”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베이징 대표부에서 대표 직함으로 활동해온 북한내각 보건성 출신 실세 간부 A씨가 지난달 28일 부인·딸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중앙일보>는 또 다시 1면 머리기사(“남쪽 가서 공부해랴” 탈북의 진화)를 통해 서울 소재 명문대에 다니는 김모씨, 중국에서 만난 북한 노동당 간부로부터 “내 아이 하나 내려보낼 테니 좀 챙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대북사업가 A씨 등의 사례를 전하며 “먹고사는 문제로 인한 생계형 탈북이나 정치·이념형 탈북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족과 함께 동반 탈북하는 이민형 탈북으로 탈북 패턴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국민일보>는 “‘엘리트 탈북’ 도미니…北이 흔들린다” 제목의 1면 머리기사와 이어진 6면 분석 기사('공포 정치'가 부른 '체제 공포'...北 균열 확산)에서 “중국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무역대표부 파견자들이나 외교관들이 연이어 탈북에 나선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 체제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당장의 체제 붕괴와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르지만 내부 지도층에서부터 체제 위해 요소, 균열 조짐들이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고 밝혔다.

그러자 <동아일보>는 7일자 머리기사(탈북 엘리트들, 美에 ‘北망명정부’ 세운다)와 분석 기사를 통해 탈북자들이 내년 초 미국에서 망명정부를 수립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신문은 “해외 거주 탈북 엘리트들과 한국의 주요 탈북자 단체장들이 연대해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망명정부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경제적으로는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한다는 강령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망명정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부정적 언급도 실었다. 통일부 당국자가 “망명정부는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로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 신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미얀마 망명정부 사례를 들며 “법적 지위보다는 실질적인 반북 활동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일부 탈북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마침내’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탈북자 난민촌 건설계획을 8일자 1면(北급변 대비 '10만 탈북촌' 만든다)에 내보냈다. 북한에 급변사태나 급변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단기간에 10만 명의 탈북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10만 탈북촌 건설 계획을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4만3000명은 폐교와 체육관에, 5만7000명은 신규 임시건물 등에 분산 수용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안보 부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며 “현재 대규모 탈북이 임박한 징후는 없지만 엘리트 층의 잇따른 탈북 등 북한 지도부 균열 조짐이 분명한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댐에 금이 간 자국이 보인다면 홍수를 대비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보도가 불과 며칠 만에 북한 고위층 탈북 → 북한 망명정부 수립 → 10만 탈북촌 건설로 확대된 것이다.

정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찍었다. 박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관계 부처들은 긴밀히 협업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이다. 탈북자 수용 체계와 역량에 대해서는 휴전선 인근 지자체와 연계한 폐교를 수용시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탈북민 수용대책을 세우라고 강조한 것을 대서특필한 10월 12일자 <조선일보> 기사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도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라”며 북한 주민들을 향해 탈북을 권유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 고위층 및 엘리트 층의 탈북이 대량 탈북 사태의 전조일까?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6일자 <국민일보>에서 “황장엽 정도의 인물이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그런 인물이 와도 북한은 (큰 변화 없이) 가는 체제”라고 지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실시한 북한주민의식조사에 의하면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지지도 평균은 61.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김정일 사망 후 작년까지 매년 탈북자 입국 수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는데 작년에 비해 올해 탈북자가 21% 증가했다고 해서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와 ‘대량 탈북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니 상황 판단력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정부의 인식을 지적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저서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역사비평사, 2000)에 따르면 4~5년 이내에 북한의 사태발생을 예고하는 ‘급변사태’ 가능 지표는 군부·정치·경제·사회·대남관계 등 5가지다. 군부 분야에서는 군부 동요나 균열, 정치 분야에서는 당내 권력투쟁, 경제에서는 식량난, 사회에서는 주민소요(주민폭동)와 대량 탈북, 대남관계에서는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열등감 인식이다. 이 5가지 지표의 합이 위기 상황일 때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온 2000년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북한의 식량난이 정점을 지나던 때이다. 이 전 장관은 군부분야와 관련해서는 “이들의 김정일에 대한 충성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고, 정치(당)분야에 대해서는 “별다른 동요현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경제분야(식량난)와 관련해서는 “식량악화는 심각한 상태이기는 하나 급변사태 발생에 임박한 상황까지 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고, 사회분야(주민소요·대량탈북)에 대해서는 “아직도 북한의 기층사회를 통제하는 강력한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아직은 대량탈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종합 결론에서는 “북한체제의 현재상황은 경제 중심으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나 붕괴 혹은 붕괴 직전단계로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대 위기상황이었던 1990년대 후반, 2000년에도 붕괴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종석 전 장관이 분석한 2000년 북한과 2016년 북한의 차이는 어떨까? 군부(군부 동요)·정치(지도층 동요)·경제(식량난)·사회(주민 소요 및 대량 탈북)·대남관계에서 16년 전보다 지표가 더 악화됐다고 볼 수 있을까? 그때보다 모든 지표가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일부 엘리트 층의 탈북은 그야말로 ‘대량 탈북’과는 관련이 없고, 대량 탈북이 있다고 하더라도 5개 지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급변사태’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이 궁금하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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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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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6-10-12 20:30:52

    대량탈북이 언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내년 2017년에는 아무도 몰라~!!!! ㅡㅡ;;;;;;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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