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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전 북핵특사, 한 입으로 두 말?

북핵 대응 국면이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강행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그 전까지는 대북제재 일변도의 목소리가 많았다면, 5차 핵실험 이후엔 대북협상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차기정부 결정을 한 달여 앞두고 미국에서 이런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대북·대외 정책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우리 정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와 미국외교협회(CFR), 우드로윌슨센터 등은 최근 잇따라 북핵 동결과 이를 전제로 한 대북 협상의 필요성을 기고, 보고서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제기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겸 대북정책조정관 역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며, 북핵 비확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도 대북 제재를 통한 봉쇄보다는 협상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갈루치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로 북한 선제폭격 직전까지 갔다가 그 해 10월 극적으로 북한과 제네바 협의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그런데 <한겨레>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의 기사를 비교하면 갈루치 전 특사의 말은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갈루치 전 특사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것일까.

우선 <한겨레>는 6일 “갈루치 전 특사 ‘북 봉쇄할수록 상황 악화...협상이 최선’” 제목의 특파원 기사에서 “갈루치가 ‘제재 일변도의, 일종의 봉쇄를 지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을 봉쇄할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어렵겠지만 더 나은 선택은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선제타격 등은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의 토론회 때 언급 내용을 전한 <한겨레> 6일자 기사

<경향신문>도 특파원발 기사에서 “갈루치가 ‘북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제 기능을 하면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고 밝혔다”며 “미국이 내년 1월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면 현재의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기류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그러면서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부위원장과 토론회 자리에 함께한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미 전문가들과 면담하면서 북한과 일정 부분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한국보다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의 토론회 때 언급 내용을 전한 <경향신문> 6일자 기사

하지만 <조선일보>는 “美, 한국과 상의없이 北에 당근 제시 안돼” 제목의 기사에서 “갈루치 특사는 ‘미국이 핵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협상에 들어간다 해도 사전에 한국과 상의하지 않고 북한에 당근을 제시하는 위험한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갈루치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당근은 한미 합동 군사연습 중단이며 한미 동맹의 본질을 건드리는 당근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도록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합의 없이 북한과 협상에 들어가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특파원발’이 아닌 ‘국제부발’ 기사다. 워싱턴 토론회 현장에서 보고들은 기사가 아닌 것이다. <한겨레> <경향신문>도 갈루치 전 특사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북한에 줄 당근(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미국은 반드시 한국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했지만 핵심은 ‘한미 정부간 긴밀한 협의’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북한과의 대화’였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핵심은 쏙 빼고 곁가지를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만 보면 갈루치 전 특사가 마치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굉장한 회의론자 내지는 신중론자처럼 비쳐진다. 북한에 대한 대화는 쏙 빠지고 북한에 대한 우려, 신중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의 토론회 때 언급 내용을 전한 <조선일보> 6일자 기사


갈루치 전 특사의 말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동북아 지역문제 토론회에서 나온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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