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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정권은 미워도, 北주민 피해는 외면 말아야

네이버 <국어사전>은 ‘인도주의(人道主義)’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인종, 민족, 국가, 종교 따위의 차이를 초월하여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꾀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사상이나 태도.”

지금 대한민국은 또 다시 인도주의라는 시험대 위에 섰다. 유엔피해조사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과 이번 달 2일 사이 태풍 라이언록이 두만강 일대를 휩쓸면서 5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집 3만 채, 이재민 14만 명이 발생했다. 북한은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홍수 피해 속에서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내에서도 북한을 돕자는 목소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9일 아침 모임을 갖고 북한 수해 지원사업을 결의했지만 곧바로 터진 북한의 5차 핵실험 소식으로 중단하고 말았다. 5차 핵실험 국면에서 북한의 수재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업자득’이라며 그냥 팔짱끼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인도주의를 발휘할 것인가. 19일자 조간 사설·칼럼을 들춰봤다.

우선 <경향신문>은 ‘북한 수해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 게 맞다’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수해는 자연재해적 성격이 강하나 북한 당국이 핵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민생을 외면한 결과다. 일차적 책임은 주민을 돌보지 않은 김정은 체제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렇다 해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 수재민 돕기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가 18일 “피해 상황, 시급성, 필요성 등과 함께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검토해 나갈 사안”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민족적 연관이 없는 국가간에도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부의 인식은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설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며 “이렇게 하는 게 지난 4일부터 시행 중인 북한인권법에도 부합한다. 재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 외면하면서 인권 개선을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도 ‘최악의 북한 수해, 인도 지원 외면해선 안 된다’ 제목의 사설에서 “전근대적 자연재해가 빈발하는데도 이에 대비할 생각은커녕 막대한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쏟아붓는 북한 정권의 태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북한 정권이 미워도 북한 주민들을 재해와 기아의 고통 속에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북 핵실험에 대한 제재는 엄격하게 진행하더라도, 수해 피해를 본 주민을 돕는 일은 인도적 차원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민간단체들의 자발적 사업이라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한겨레> 칼럼에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인도적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코리아’에서는 ‘침묵’만이 흐른다. 북한 정권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는 넘쳐나지만, 인도주의의 목소리는 없다. 핵실험을 한 북한 정부가 미울 것이다. 그러나 ‘인도주의’는 한 사회의 품격을 반영한다. 이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안이나 정부의 어떤 제재에도 인도적 지원은 예외다. 통일부는 분명하게 북한 인권 개념에 인도주의를 포함한다고 했다. 입만 열면 인권이요, 예산을 중복으로 쓰는 수많은 북한인권기구들이 존재가치를 증명할 때가 왔다. 인도적 지원을 부정하는 인권은 성립하기 어렵다. 북한인권 담론의 실체를 드러낼 중요한 순간”이라며 북한인권을 강조하는 정부와 보수단체들이 진정한 인도주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홍수 피해가 난 두만강 일대 지역 모습.

<중앙일보>도 ‘사상 최악 북한 수해를 보는 착잡한 시선’ 제목의 사설에서 “수마(水魔)가 남긴 참상을 추석 연휴 기간 텔레비전으로 지켜본 국내 시청자들의 심경은 착잡했을 것이다. 북한 주민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북한 지도자를 생각하면 분노가 솟구치지 않았을까”라면서도 “그러나 주민과 정권의 분리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원칙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수재민 14만 명에게 긴급히 먹을 것을 나눠주고, 국제적십자연맹(IFRC)이 생필품 긴급지원에 나선 것도 이 원칙 때문이다. 북한 지도자의 소행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북한 주민의 고통을 헤아려 당장 필요한 구호품 정도는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해방 후 최악 北 수해, 주민들 고통 보고만 있을 텐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북한이 수해 피해 며칠 만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것에 대해 “정상적인 정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도 국제사회에 수해복구지원을 요청하고 나섰으니 정말 뻔뻔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사설은 “유례 없는 수해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마냥 외면해도 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가옥을 잃은 14만명의 이재민들은 머지않아 닥칠 겨울을 맨몸으로 견뎌야 할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이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는 게 인도적 도리에 맞다.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구별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해온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라며 북한 정권과는 별개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김정은, 핵실험에 쓸 돈 수해복구에 써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핵실험은 마구잡이로 자행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주민의 생존권을 지켜줄 돈이 없다니 이래저래 죽어나는 건 북한 주민들”이라면서 “김정은은 대홍수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고통 속에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제정신이 박힌 지도자라면 이럴 수는 없다. 세계평화를 위해서나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나 김정은 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막을 내리게 하는 게 최선일 듯하다”고 강조했다. 홍수 피해가 난 상황에서 5차 핵실험을 한 김정은 정권을 ‘막내리게 하는 것’이 북한 주민을 위한 ‘진정한 인도주의’라고 보는 것 같다.

<조선일보>, <동아일도>,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조중 접경지역을 다루긴 했지만 두만강 홍수 문제가 아닌 북중 경제 지원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중 교육이 계속 확대되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홍수 피해, 인도주의 얘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조선일보>는 ‘더 붐빈다는 北·中 국경, 선제 타격 제안 나올 수밖에’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일보 취재진이 지난 16일 중국 지린성 훈춘(琿春)에서 북한 나진으로 들어가는 세관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이날 하루 국경을 오간 화물 차량이 1000대를 넘었다”면서 “북·중 교역량은 제재안 발효 직후인 4월과 5월 9.1%, 8.2% 줄었으나 6월 들어 9.4% 증가로 돌아섰다. 이쯤 되면 북·중 국경이 대북 제재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설은 며칠 전 마이크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해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에선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논의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대응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김정은과 그를 지원하는 중국이 자초한 일이다. 북핵이 가상에서 현실이 된 것처럼 이에 대한 각종 대응도 가상에서 현실로 바뀌어 갈 것”이라면서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도 각각 ‘5차 핵실험 제재 실효 거두려면 北-中 교역 틀어막아야’, ‘붐비는 北·中 접경, 中의 북핵 접근 실체다’ 제목의 사설에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의 ‘일탈’을 지적하고,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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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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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6-09-19 19:40:50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말라~!!!! 1980년대중반이전까지 북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때려잡아야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김정은같은 뚱돼지 권력자와 그 최측근인사들이 밉지 그외의 사람들은 하나님이 품어야할 대상들이라는것을 똑똑히 깨닫게되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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