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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과 지진, 공통점과 차이점

한반도 상황이 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의 다섯 번째 핵실험이 대화·협상 무용론을 넘어 남한의 핵무장론으로 번지는가 싶더니 경주에서의 지진으로 북핵보다 남한 내 핵발전소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이 삽시간에 뒤덮은 것이다.

12일, 편안하게 저녁시간을 즐기던 국민들이 화들짝 놀랐다. 벽이 흔들리고, 물건이 떨어지고, 기왓장이 떨어져 박살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전국에서 지진의 진동을 느꼈고, 사태 파악을 위해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카톡,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었다. 거기다 국가재난방송사라고 자처하는 KBS는 정규방송을 그대로 진행했고, 종편인 JTBC가 모든 편성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지진 특보를 이어나갔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와 향후 전망, 대피 요령 같은 거였는데, 정작 국가는 작동하지 않았다. 국민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 12일 밤 기숙사에 있던 한동대 학생들이 지진에 놀라 학교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한동대

그러나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지진보다는 북핵에 더 마음이 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당장 우려하는 것은 지진인데 말이다.

정우택 “이번 지진은 북한 핵실험 여파”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지진이 일어난 12일 밤 자시의 페이스북에 ‘하늘도 노한 북한 김정은의 핵실험 도박’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놀라셨죠.. 저도 생전 경험해보지 않은 지진 여진에 깜짝놀랐습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정 의원은 “그런데 문득 지진은 자연현상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이번 지진은 지난 9월 9일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아닐까하는 걱정도 됩니다”라며 이번 지진을 북핵과 연관시켰다. 정 의원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 결과 인공지진이 5.2~5.3 정도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최대 80% 위력...”이라며 “그래서 혹시나 이번 서울에서까지 느낄 정도의 경주 내륙지진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스러운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 12일 지진이 북한 핵실험 여파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

정 의원은 또 “김정은이 제발 하늘을 노하게 하는 짓을 당장 중단하고 남북한 동포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상생공영의 길을 선택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경주 지진이 북핵 때문이라는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네티즌들은 “하늘이 김정은에게 노했다면 북한에 지진이 일어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게 다 나랏님 잘못둬서 하늘이 노하는 거죠” “어떤 생각없는 사람이 이딴글을 썼나 했는데 내 고향 지역구 의원이네”라는 등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내용의 댓글을 정 의원의 SNS에 게재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만 보이나요?”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여야 3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북한은 추가도발도 예고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올 수도 있고, 각종 테러, 국지도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전쟁 발발 가능성을 꺼냈다. 우병우 민정수석 추문, 민생경제 파탄, 사드 배치 논란 등을 ‘북핵 위기론’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13일 오전에도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군은 한미간 군사협조 체제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고 북한이 우리 영토를 향해 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한 발이라도 발사하면 그 순간 북한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고도의 응징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면서 “"북한의 핵위협이 긴박하게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도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실효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와 함께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책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기를 바란다”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만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전혀 고려치 않고 무방비 상태로 북한 도발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노출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들을 지킬 수 있는 모든 것을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핵 개발 능력과 위협이 시시각각 고도화되고 있는데도 우리 내부가 분열돼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어떠한 방어체계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지금은 국론을 결집하고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 해야만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지진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지진을 거울 삼아 원자력발전소, 방폐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함으로써 앞으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더 큰 규모의 지진에도 철저히 대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지진이 감지되면서 국민들도 많이 놀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번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에 있어서 비교적 안전지대라는 기존의 인식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사에 대해 네티즌들은 “북한밖에는 보이지 않나요?” “안보타령하다가 임기 끝내는구나” 등 비판적인 성격의 댓글들을 올렸다.

   
▲ 12일 밤 지진에 놀란 울산시민이 아기를 안은 채 급하게 걸어가고 있다.

 

   
▲ 지진이 발생한 12일 밤 내내 홈페이지가 다운된 국민안전처

여야 “국민안전처 아닌 국민재난처”
하지만 정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핵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3일 오전 열린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국민이 다치고 상한 뒤에 해명, 변명하는 건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 불통, 재난 문자 미발송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안전처를 질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3일 “(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느리고, 구멍 나고, 미숙했다”면서 “국민안전처가 아닌 ‘국민재난처’로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부서 명칭에 맞게 지진, 폭염 그리고 다가올 태풍 등 국민 재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원전 폐기, 재생에너지 대체’라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기보다는 ‘원전 개발’을 고집하고 있는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전면 수정을 주문했다. 기 대변인은 “정부는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신고리 원전 5, 6호기를 또 짓기로 했다. 다중수호기 안전성 평가와 주민의견 수렴도 없었다. ‘설마 별일 있겠어?’란 안이한 사고로는 ‘제2의 한반도 후쿠시마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반면교사로, 독일의 ‘탈 원전 2022 로드맵’을 모범으로 삼아 탈 원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젠 지진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두고 국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의당 생태에너지부(본부장 김제남)도 각각 브리핑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수명연장을 결의한 노후 원전 월성1호기, 원전 건설을 결정한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중단과 원전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 12일 밤 지진 발생 직후 정부의 대책이 전무한 현상을 비판하는 트윗글

 

   
 

 

   
▲ 12일 밤 지진 발생 직후 정부의 대책이 전무한 현상을 비판하는 트윗글

 

   
▲ 정부의 지진 대처를 비판하는 트윗글. 그 아래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트윗글
   
▲ 한반도 동남부일대 주요 활성단층대와 지진 진앙지, 원전 위치도 ⓒ환경운동연합

녹색당은 13일 ‘핵발전과 핵무장 향한 경고를 직시하라’ 제목의 성명에서 “북한이 핵실험으로 지진을 일으키더니 남한에서는 핵발전소 밀집지역에서 지진이 났다”며 “재차 단언컨대 한반도는 지진대”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이제 한반도가 지진대임을 인정하고 내진설계 강화 등 안전정책의 전반적 재설계를 추진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핵발전소를 폐쇄해나가야 한다”면서 핵발전소 신규 건설 일체 백지화, 가동중 핵발전소의 점진적 폐쇄를 요구했다.녹색당 “핵무장론자들의 히든 카드인 원전이 지진 위협에 노출된 것”
녹색당은 핵발전과 함께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대응으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성명은 그러면서 “공교롭게도 이번 지진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31명이 남한 핵무장을 떠든 시점 직후에 일어났다. 진앙지에서 가까운 월성원전의 가압중수로 4기는 남한의 핵무장 시나리오에서 중대한 위상을 가진다. 여기서 추출가능한 준무기급 플루토늄으로 5년 이내 수십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핵무장론자들로서는 더더욱이나 핵발전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할 개연성이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핵개발에 쓰든 그냥 발전에만 쓰든 지진대에 선 핵발전소는 사실상의 자폭무기일 뿐이며, 핵무장은 방사능무장을 불사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또한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에 따른 국제사회의 고립은 차치하고, 당장에 핵실험을 어디서 어떻게 할지도 답을 하지 못할 게 아닌가. 핵실험 없는 핵무장도 있는가? 결국 이게 다 국내정치에 써먹을 안보포퓰리즘이 아니던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녹색당은 “핵무장론자, 당신들의 히든 카드인 월성원전 가압중수로는 지진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과 남한의 핵무장 그리고 핵발전을 모두 종식시켜야 한다. 이번 지진을 ‘자연의 경고’로 읽을지 말지는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기자회견, “활성단층 종합 조사” 촉구
환경운동연합도 12일 밤 발표한 ‘지진공포에 빠진 대한민국, 원전 안전성 전면 점검하라!’ 제목의 성명에서 “지진의 진행경과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서 당장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원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앙지가 활성단층대인 양산단층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지진의 진앙지는 양산단층대 부근인데 두 번째 지진은 양산단층대와 일치한다”면서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83개 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최소 규모 7~7.5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진에 취약한 노후핵발전소를 폐쇄하고, 더 이상 신규 건설을 늘리지 않아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가동중인 핵발전소의 순차적 중단 △핵발전소 밀집지역의 활성단층 종합 조사 △수명연장 가동중인 경주 월성1호기 폐쇄 △지진발생 위험지역에 10개를 밀집해서 짓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지진과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가동중인 핵발전소의 순차적 중단 등 핵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환경운동연합

 

   
▲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지진과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가동중인 핵발전소의 순차적 중단 등 핵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환경운동연합

북핵과 지진의 공통점과 차이점
북핵과 지진의 공통점은 순식간에 우리의 터전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차이점은 북핵은 대처 방법이 있지만 지진은 대처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다. 북핵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특사를 북한에 파견해 핵무기의 평화적 이용, 혹시 모를 대결·긴장을 막을 수 있다. 그게 어렵더라도 미국이 핵억지력(핵우산) 강화를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섣불리 공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진은 다르다. 5.8보다 더 강한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건물 붕괴와 인명 피해는 물론 통신·교통 두절로 대한민국 전역이 그야말로 재난지역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민간건물의 80% 이상이 내진설비가 안되어 있다고 하니 민간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요 몇 년 건설 경기 부양으로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북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오는 사드는 지금 당장 주민 협의가 되어서 배치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내년 말께나 도입된다. 하지만 지진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현재 우리가 가진 기술로서는 감 잡을 수가 없다. 그러니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이다.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은 북핵도 막아야 하지만 지진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북핵은 지금 당장 대화를 통해 유보케 할 수도 있고 중장기적으로 막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진은 지금 당장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욱 면밀한 계획과 당장의 시행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부는 북핵도 막아야 하지만 지진 방지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북핵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참에 한반도 긴장과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북핵도, 지진에 치명적인 핵발전소도 모두 폐기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모아가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 모두가 가야 할 여전히 유효한 로드맵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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