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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5차 핵실험 정국의 해법

9일 있었던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정부는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추진할 태세고, 여야 정당,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북한에 대한 규탄과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5차 핵실험 정국에서 우리는 어떤 스탠스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전반적으로 정부 당국자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지만 북핵의 본질, 답답한 한반도의 해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들도 이들 전문가들의 견해를 한번쯤 곱씹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北 5차 핵실험은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의 실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 9일 <연합뉴스>에 “김정은이 자기 방식대로 가겠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봤다. “빈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 미국에 맞설 수 있다는 지도자라는 것, 그리고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의 붕괴 운운하지만 자신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의 강력한 군사적 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북한이 그동안 핵 능력 강화를 공언해왔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도를 더해가는 상황에서 예고했던 대로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으로서는 제재 압박에 맞서는 정치적 핵실험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우리 정부나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압박 정책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분석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후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채택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북한의 제5차 핵실험으로 다시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도 10일자 <중앙일보> 칼럼에서 “김정은이 ‘우리도 핵국가’라고 선언할 수 있을 때까지는 국제 제재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압력도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 공급 전면 중단이 동반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민들이 고통을 받는 지금 김정은에게 실전배치 수준의 핵·미사일은 그의 ‘위대한 업적’으로 선전되면서 폭압정치의 고삐를 죌 수 있는 수단”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하고, 오히려 김정은의 지배력 강화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다.

   
▲ 라오스에서 조기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 5차 핵실험 관련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안보 딜레마 상황’으로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 그에 대한 북한의 대응속도도 빨라져 제재 이전보다 안보가 더 불안해진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예고된 결과”라며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도입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이런 경쟁을 계속해야 하느냐에 대해 착잡한 마음이 든다. 이 길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이렇게 가면 다 죽는다”고 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양자(한미)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정상적 정부라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해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근본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정부 성명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정부는 보수단체가 아니다. 규탄이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한다. 규탄해서 해결된다면 나도 서명하겠다”고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곽태환 미국 이스턴켄터기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9일 러시아 통신사 <스푸트니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적들에게 포위돼 있다고 느끼는 감정 상태(siege mentality)’로부터 궁극적으로 벗어나 ‘어떤 경우에도 생존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까지는 절대 핵개발과 핵 과시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5차는 물론 6차, 7차, 8차 그 이상의 핵실험도 북한은 계속할 거라는 것이다.

곽 교수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2270)에는 경제제재를 하되 대화를 유도하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데, 한미 양국은 ‘제재’에만 무게를 싣고 있다”면서 “누가 봐도 미사일방어체제(MD)의 일환인 사드(THAAD) 배치만 밀어붙이는 경솔함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이 북의 잇따른 공세에 대화 대신 비난과 제재로만 맞서고 있는 현 상황은 북한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이는 북한의 핵능력 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차 핵실험 정국의 해법
그렇다면 북한의 5차 핵실험 정국에 대한 해법은 뭘까?

김영희 대기자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사드 같은 수세적 억지력보다 공세적 억지력 강화가 급하다”면서 “미국이 유사시 본토, 괌, 오키나와의 전략자산을 총동원할 의사를 분명히 밝혀 확장억지력이 빈말이 아님을 북한에 인식시켜 공포의 균형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한핵에 대한 공세적인 억지력 강화다. 그는 또 “킬체인 완성과 원자력잠수함 보유”를 주장했다. 김 대기자는 “둘(억지력 강화와 원자력잠수함 보유)은 한·미·일·중·러 5개국이 북핵 상시협의체를 만들어 대북 외교자산을 총동원해야 한다. 거기에는 북한 비핵화의 종착역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이 포함된다”고 했다. 대북 억지력 강화 등 방어수단 강화를 통해 결국 평화협정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장 실장은 한국의 핵무장을 주문했다. 정 실장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북한의 대남 핵 우위는 순식간에 붕괴되고, 북한에게는 멀리 있는 미국의 핵이 아니라 남한 핵이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한이 더 이상 미국과 일본 본토를 겨냥한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미국과 일본 본토는 지금보다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핵 보유로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사라져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한국정부가 또 다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효과가 매우 제한적인 대북 제재에 또 다시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세계 제6위의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 북한보다 핵보유 능력에 있어서도 확실하게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정부는 사실상 ‘대한민국 비핵화 선언’으로 전락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폐기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즉각적으로 NPT 탈퇴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연철 교수과 곽태환 교수는 지난 6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마마 대통령이 언급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것은 핵우산을 제공할 테니 핵무장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입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을 비판해야 하고 또 정부의 정책실패도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야당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 재개, 평화체제 등 한반도 냉전 구조 극복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야당이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확장 억제’라는 말은 미국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과 조기경보체제 등 가용한 군사력을 총동원해 북에 대해 ‘선제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는 ‘핵 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며 “한국에 ‘핵 우산’이 제공된다면 한미 양국이 사드 정도의 미사일 방어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느냐 마느냐의 논란은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그 동안 미국은 군사전력적 가치가 큰 일본에 대해 완벽한 ‘핵 우산’을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해왔고 일본도 이를 반겼는데, 한국에 대해 ‘핵우산’ 제공 의지를 밝힌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봐야 한다”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핵 우산’을 제공하는 상황은 미중 및 미러 사이의 군사안보 전략적 균형이 재설정된다는 의미로, 사드 배치는 지엽적 이슈로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라오스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은 ‘사드배치’ 유보 또는 철회를 위한 출구전략의 계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게 곽 교수의 분석이다.

국내에서 나오고 있는 핵 보유 주장에 대해 곽 교수는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론은 냉전시대의 ‘균형논리’로, 현재 남북관계에 적용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2005년 북미간 9.19 공동성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에 국한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 비핵화를 통해 북미평화협정 등으로 진전하는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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