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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정상외교 끝? 이제부터가 북핵 외교의 시작이다

“자위적인 방어조치로서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의 기본 입장을 정상 차원에서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6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현지 언론 브리핑이다. 이 말 속엔 지난 3일 한러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5일 한중 정상회담, 그리고 6일 한미 정상회담, 7일의 한일 정상회담 등 한반도 주변 4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종합 평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사드 배치는 미국 입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신문들이나 전문가들의 정상회담 평가는 청와대 외교안보 담당자의 말과는 사뭇 다르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이번 4강 연쇄 정상외교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한국일보>는 ‘성과와 숙제 함께 남긴 4강 연쇄 정상외교’ 제목의 8일자 사설에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를 강행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4강국의 분명한 반대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이번 4강 정상외교의 의미를 평가했다. 아울러 “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의 굳건한 공조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불용’의 한목소리를 이끌어 냈다”며 “지난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하루 만에 만장일치로 규탄 언론성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성과에 힘입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문은 곧바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북핵이 해소되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펼쳤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의 ‘사드 배치 반대’ 입장에 막혀버렸다는 것이다.

4강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다른 언론에서도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북핵 위협에 맞선 韓美日 공조만큼 우리 내부는 탄탄한가’ 제목의 8일자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드 반대를 거듭 강조해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나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북핵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8일자 ‘북핵 국제 공조와 국론 결집 노력 병행하길’ 제목의 사설에서 <서울신문>도 “한·미 정상이 그제 사드 배치와 확장억제를 통한 한·미 연합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지만 만시지탄이란 느낌이 들 정도”라며 “한·미 동맹 강화만으로 완벽한 북핵 해법을 구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사드 문제를 논의할 한·미·중 3자 채널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을 거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미·중·일과 연쇄 정상회담에도 걷히지 않은 안보불안’ 제목의 8일자 사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사드가 순수한 방어체제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정상 차원에서 미국의 기존 입장을 확인한 것이자,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사드 갈등은 한·미동맹 강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신문은 “하지만 두 정상이 군사적 대응 외에 근본적인 북 핵·미사일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답답한 일이다. 군사적 대응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사드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인식을 과소평가한 한국 외교의 실패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연쇄 정상회담 결과 사드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으로 인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외교 전문가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7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북핵 해결되면 사드 철수? 한국은 권한 없다")에서 박 대통령이 러시아·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에 대해 “인식 지평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지금처럼 북한을 대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해결된다고 해도 사드는 쉽게 철수시킬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미국 돈을 들여 배치하는 사드인 만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우리가 마음대로 철수할 없고 우리는 그저 장소만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또 박근혜 정부가 ‘북핵’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유럽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배치하는 것처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본, 한국에 MD를 배치하고 있고, 그 핵심에 사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 흐름을 보면서 우리가 어떤 정책 대안을 선택할지 탐색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세계 정세와 동북아 정세, 북한을 조그마한 '대롱'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옆에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핵과 사드 문제를 판단하다 보니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북한이 붕괴할 것이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식의 착시 증상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동방경제포럼과 중국 G20 정상회의, 라오스 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일 오후 출국하기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꽉 막힌 사드 배치, 출구는 어디?
이렇게 보면 이번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청와대 외교안보 담당자의 반응은 ‘자화자찬’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북핵’에만 몰두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강대국 사이의 거대한 대결 국면으로 스스로 빠져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각에서 주장하듯 핵추진 잠수함이나 핵무기를 도입해야 할까.

북핵 관련 ‘외교적 노력의 한계’를 지적한 <동아일보>는 “정부는 단호한 자세로 사드 그 이상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의 핵·미사일에 대처하는 독자 역량을 키우는 데 국방예산도 집중 배정해야 한다. 우리 내부가 탄탄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일 공조에만 매달리기에는 대한민국의 안위가 너무나 엄혹하다”고 했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핵무기 도입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정치학)는 8일자 <매일경제> 기고문(항저우 G20 정상회의, 한국외교의 득실은)에서 ‘한미일 연대’ 한 가지만의 방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남중국해 문제 등이 한반도 문제와 어떤 형태로든 연동되는 일은 우리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보다도 월등히 풍부한 외교자원을 보유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외교전을 전개해야 하는 국가적 운명에서 한·미·일 연대만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우리의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미·중·일·러가 모두 조금씩 다른 한반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교집합을 만들어낼 당사자는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정세현 전 장관과 함께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한 이병철 평화협력원 부원장은 ‘시간 끌기’를 통해 사드 배치를 지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원장은 “올해 말에 미국의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내년에 한국도 대선에 들어서면서 정치적인 교체기를 맞이한다. 이때 사드 배치 대신 다른 무기를 구입하는 것으로 미국의 사드 요구를 무마시키는 일종의 시간 끌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지연을 통해 중국에게 우리의 노력을 보여줄 수 있고, 미국에게는 다른 무기 구입을 통해 시간 끌기를 하다가 미국과 한국의 국내정치 변화의 계기가 생기면 사드 배치 결정도 바꿀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주변 4강 정상과의 연쇄회담을 거친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제부터가 외교·안보 능력의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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