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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다른 것심주일 목사의 탈북일기(22)

1999년 가을, 나는 드디어 대한민국 신분증을 받아 서울 시민이 되었다. 해당 기관에서 일을 끝내는 날, 나를 전문 경호하게 된 경찰이 차로 나를 데려다주려고 왔다. 그 차를 타고 국가에서 준 아파트로 간다는 것이다. 짐은 얼마 없었지만 그래도 그 경찰이 가지고 온 승용차로는 내가 타고 짐을 싣기에는 부족했다.  내가 살게 될 집이라고 소개받은 한 아파트로 가니 이미 영락교회 여 성도님들이 그 집을 깨끗이 청소를 해놓았다. 새 집이었기 때문에 청소도 해야 할 것은 물론이거니와 샤시 창문을 비롯하여 이렇게저렇게 해야 할 일들이 좀 있기는 했지만 너무나도 만족스런 집이었다. 북한 같으면 그렇게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집이 어떻게 내게까지 오겠는가. 평양시 고급 아파트에 비해 평수는 좀 작았지만 우선 더운물, 찬물이 동시에 나오고 아무 때나 가스로 밥을 해먹게 되어 있고 승강기를 타고 오르내리게 되어 있어 불평 불만을 가질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신학대학 입학의 난관들

영락교회에서는 지체할 수 없으니 빨리 입학원서를 작성하여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다. 해당 목사님의 지도를 받아 장로회신학대학에 갈 수 있는 일체 서류작성을 끝내고 목사님과 함께 장로회신학대학에 갔다. 그런데 서류가 한순간에 통과되질 않았다. 우선 이력서를 보니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 졸업증에 대한 원본은 없어도 사본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례받은 지가 5년 이상 되어야 하는데 1년도 안된 사람이 대학에 입학하겠다고 온 것은 학교가 생긴 이래 처음이라는 것이다.

북한대학 졸업증은 대한민국 정부의 해당기관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복사라도 해오면 되는 것인데, 문제는 세례받은 날이 5년이 안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할 것은 다 해야 되니 다음날로 해당 기관을 통해 대학졸업증명서는 복사를 해왔다. 그것도 원칙적으로 하려면 통일부를 거쳐 교육부를 통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돼서 하루만에 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내가 서울 시민이 되기 전에 일하던 국가 기관을 통해 단 하루만에 북한대학 졸업증명서를 복사해 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유력한 일꾼들이 동원되었는데 그것도 하나님이 감동을 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세례 날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쩔 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하나님밖에 의지할 데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아차산 기슭을 내려오면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여기까지 인도해주셨으니 공부하게 해주십시오. 또 공부시키려고 절 여기로 오게 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세례 받은 날이 5년이 안 되어 공부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실 수 있으시니 도와주십시오."

다음날 다시 장로회신학대학을 찾아가 총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총장님께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질문했다. "첫째, 이 학교는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 속에서 이미 평양에서 탄생한 학교이고 나보다 먼저 탈북한 학교인데 왜 평양에서 온 사람은 공부를 못합니까? 둘째로, 이 학교에 와보니 얼굴색이 다르고 한국말도 못하는 외국인들까지 와서 공부하는데 왜 같은 민족인 평양에서 온 사람은 공부를 못합니까?"

나의 질문에 총장님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교수님들의 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총장님은 그 회의에서 '이러이러한 분이 평양에서 왔는데 세례받은 지가 1년도 안된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라고 문제를 내놓자 어느 교수님이 유학생 케이스로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교수님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후에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영락교회 장로님들이 많이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드디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보는 교수님은 나에게 분명히 유학생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를 말할 수 없었고, 다만 "예, 평양에서 유학온 것으로 해주십시오. 저는 언제든 다시 평양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래도 성경종합고사는 봐야 합니다." 이 말을 듣은 순간 나는 "아 하나님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중국에서 성경을 14번이나 읽도록 하셨구나"라고 외쳤다. 참으로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었다.

면접이 끝나는 즉시 밖에 있던 한 여성분이 나에게 면접이 잘 되었는지 물어왔다. 잘 된 것 같은데 성경종합고사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여성분은 나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서 기출문제집이라는 아주 두꺼운 책을 보여주면서 성경종합고사라는 것이 성경에 대한 시험인데, 이미 지난 기간에 시험을 치른 문제들이 이 책에 다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은 지난날 시험을 치른 문제이고 이제 시험을 보아야 할 문제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으니까 그것은 없다고 했다. 기출문제집을 보고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험문제가 좀 달라진다고 해도 그 기출문제집만을 통달하면 얼마든지 패스한다는 것이다.

"아, 이것이 북한과 다른 것이구나." 주저할 것 없이 기출문제집을 그 자리에서 1만원을 주고 샀다. 북한은 기출문제집이라는 것이 없다. 그 대신 시험문제를 이미 내준다. 내준 시험문제라야 이미 배운 것 일체를 다 준다. 그리고 거기에서 보통 세 문제가 시험문제로 나온다. 그 세 문제 때문에 전체 학기에 배운 것 또는 연간에 배운 것이나 대학 전 기간에 배운 것을 다 통달해야 한다. 북한의 시험은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은 다 필답으로 시험을 친다. 그리고 단답형이다. 그러나 북한은 구답으로 시험을 본다. 보통 시험관은 3명이다. 그 시험관들 앞에서 자기가 뽑은 시험표에 있는 문제를 구답으로 답변해야 한다. 이 방식의 장점이 있다. 만일 시험을 보는 학생이 알고는 있는데 문제를 헷갈려 하면 시험관들이 힌트를 준다.

대한민국에서의 시험 보는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방법이 어떻든 저 기출문제집만을 통달하면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나를 경호하는 경찰분께 일주일 동안 집에 문을 잠그고 공부를 하겠으니 나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집의 문을 안으로 잠그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방법은 북한식으로 완전히 기출문제집을 통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은 구약성경부터 친다. 시험문제집을 다 나누어준다. 시험관이 기도를 한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을 이야기해준다. 문제는 90문제가 나왔고, 성경요절 암기 주객관 각각 10문제가 나왔던 것 같다. 시험문제를 보니 문제마다 답이 떠올랐다. 한 문제의 답을 쓰고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또 한 문제의 답을 쓰고는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다. 이렇게 하여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다 써냈다.

그런데 시험 채점을 컴퓨터로 하는 것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시험문제도 컴퓨터 채점에 쓰이는 펜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 펜으로 다 필답형식으로 문제의 답을 써냈던 것이다. 내 시험용지를 받은 시험관은 깜짝 놀라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온 분인지 의아해하며 물어보기에 "평양에서 왔습니다"라고 답변을 하니 시험관은 더 놀랐다. 그리고 모르면 물어봐야지 그냥 이렇게 시험을 보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 그런데 내가 사전에 뭘 알았어야 물어도 볼 것이 아닌가.

신학대학 합격통지서

다음 시간 신약성경을 시험 보는데 그때에는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컴퓨터 싸인펜 이용법을 배워서 신약성경은 그대로 시험을 보았다. 나는 그날로 성경종합고사 신, 구약성경을 패스했다. 

내가 머리가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성경종합고사가 끝나고 합격한 다음, 언제 그렇게 성경을 보았냐고 물었다. 평양에서부터 보기는 했지만 모든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라고 대답했다. 뭐 달리 이야기할 수가 없었고,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 나의 집 우편통에는 장로회신학대학 신대원에 합격했다는 합격통지서가 날아왔고, 나는 그때부터 장로회신학대학 2000학번, 96기 학생이 되었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앞으로 이 학교에서 공부할 생각을 하니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계속)

심주일 목사의 ‘탈북 일기’는 책 ‘멈출 수 없는 소명’(토기장이)에 나온 내용을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요약, 연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부천 창조교회 담임목사>

심주일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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