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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힐러리의 대(對) 아시아 정책 예측동아시아재단 전문가 초청 세미나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이례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는 향후 4~8년간의 한미관계, 나아가 미국과 아시아간의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아시아재단은 다가오는 미국 대선이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7월 20일 재단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한국과 미국의 11명의 전문가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국과의 동맹, 북한, 중국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그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TPP는 이번 대선에서 큰 이슈로 대두되었다. 미국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다자주의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가지는 것은 아니나, 여론은 점점 더 무역보호주의로 기울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특히 TPP의 경우 그러한 현상이 뚜렷하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통령은 이런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 TPP를 지지했던 클린턴도 이미 입장을 바꾼 상태다. 향후 TPP를 진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며, 따라서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클린턴과 트럼프의 다자간 무역에 대한 입장 차이는 많이 좁혀졌다. TPP 실행이 지체됨에 따라 대중관계를 우려해 초기에 회원국이 되지 않았던 한국에게는 다시 가입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다수 맺은 한국 입장에서 TPP는 그 중요성이 크지 않다. 한국의 TPP 동참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일본이 가입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에게 있어서 훨씬 중요한 이슈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무역보호주의 영향으로 기존 한미 FTA 개정에 나서게 되는 경우가 될 것이다.

   
 

다음 주제로 미국 대선이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이 최소주의 외교정책을 도입함에 따라 남북 및 한중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일부 진보층은 오히려 환영할 수도 있다. 반면에 클린턴은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계승해 더욱 강경한 외교정책으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에, 당선될 경우 역내 상황이 반드시 개선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원한다는 생각은 미국의 착각이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사실은 한국 등의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한 쪽만 택해야 한다는 흑백논리적 시각은 크게 잘못되었으며,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경제적으로도 미-중 양쪽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토의는 전 국무부 정치 담당 차관이자 힐러리 클린턴의 핵심 외교 책사인 웬디 셔먼의 발언에 대한 논의로 시작됐다. 셔먼은 북한 붕괴에 미국이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미국 지도부 내에서 붕괴 가능성에 대한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북한이 곧 붕괴할 조짐은 매우 희박하며, 특히 정권이 아닌 주권국가로서 무너질 가능성은 더욱 낮다고 의견을 모았다. 북한 문제는 클린턴이나 트럼프에게 있어 우선 과제가 아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차기 정권은 2017년 12월 한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제재와 전략적 인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한국에서 진보파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처럼 대북정책에 있어서 미국과 마찰을 겪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1980년대에 미국이 일본에 대해 느꼈던 위기의식을 방불케 하는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의 정책을 보다 강경한 방식으로 끌고 가거나, 빌 클린턴과 비슷한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중국 문제는 다른 이슈에 비해 중요시되고 있지 않으며, 미국이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한 이후 중국에 대해 느끼는 위협이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미국의 적이 아닌, 미국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스마트한 상대로 본다. 한편 클린턴은 대 중국외교에 있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만 그것을 실행할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느 후보도 선거 캠페인에서 아시아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아, 역내 미국의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좌파와 우파간의 전통적인 대결이 아닌, 엘리트 기득권층과 포퓰리즘간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다. 미국과 아시아간의 관계에 대한 엘리트층의 합의는 대중에게 큰 공감을 받지 못해, 최소주의 외교 정책을 주장하는 포퓰리즘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아시아에 자원을 투자하기 점점 어려운 정치적 환경이 형성될 것이다. 또한 후보가 선거철에 내세우는 공약과 당선 후 제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꼭 동일할 수는 없다. 클린턴과 트럼프 둘 다 인기가 매우 낮기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 앉아도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세미나 참가자 명단
로버트 서터(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
사투 리마예 (워싱턴 동서센터 소장)
문정인(연세대학교 교수)
존 들러리(연세대학교 교수)
최아진(연세대학교 교수)
최종건(연세대학교 교수)
황태희(연세대학교 교수)
김재천(서강대학교 교수)
김준형(한동대학교 교수)
이미숙(문화일보 국제부장)
홍형택(동아시아재단 사무국장)

기사 작성: 김가원 동아시아재단 글로벌아시아 펠로우

김가원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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