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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참 나쁜’ 선택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6.07.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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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7월 8일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무기 체제를 2017년 말까지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하여, 사드 배치 결정은 전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조치이며,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하루 전 중국과 러시아에 사드 배치 결정을 통보했다고 했지만, 중·러는 매우 강경한 톤으로 항의하고 있다.

13일에는 그동안 거론되던 칠곡과 음성 등 여러 지역에서 배치 반대 시위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국방부는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했다고 공개했다.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며 성주가 최적 후보지라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과 여론 주도층을 비롯하여 국론분열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무수단 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 기술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대응차원의 안보적 조치라면 우리 국민 누구도 이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오히려 한반도 안보정세가 더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국내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사드 배치 결정의 배경과 과정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세심한 전략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조급하게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동아시아 패권유지를 위한 중대한 수단으로 추진해 왔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발생할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손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전략적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어야 했다. 미국이 사드 포대와 레이더 장비를 들여오고 한국은 부지와 기반 시설만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주한 미군이 운용하게 될 사드 경비는 결국 우리가 지불하는 분담금으로 충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장관은 주권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했지만,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지휘·통제권이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이익이 더욱 미국에 의해 구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오면서 9월까지는 소기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한 기대가 사실이었다면, 사드 배치문제도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 네트워크를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북·중관계가 복원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대북 제재 전선에서 중국이 이탈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9월 이후로 사드 배치 결정 발표를 연기했어야 했다. 또한 중국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견된 남중국해 해양분쟁 관련 상설중재재판소 판결 직전에 사드 배치를 발표하여 중국의 전선을 분산시키려는 미국의 전략 의도에 이끌려 서둘렀다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미·중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남중국해 사태에도 휘말려들게 된 것이다.

둘째, 사드 배치가 한국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전략이익 보호 차원에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국방부는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로는 수도권을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드의 배치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 패트리어트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촌극에 가깝다. 국방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패트리어트로 해결될 일을 굳이 사드를 배치하여 이 난리를 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동안 공들여 온 북핵 국제공조체제를 이완시키고 국론분열을 야기하면서 대다수 국민이 사는 수도권 보호는 불가능한 무기체제를 조급히 들여오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셋째,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정을 보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원칙’ 있는 외교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대중 편향외교 비판을 감수하면서 중국과 관계발전을 도모해 왔다. 지난 해 9월 미국 동맹국 지도자 중 유일하게 박 대통령은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국의 항일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하기까지 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중국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미국과 안보협력 강화로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겠다는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환이다. 이제 북핵 문제의 해소는 물론이거니와 탈북자 한국 송환 등 당면 현안, 나아가 통일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원칙 없이 외세에 의존하여 ‘우왕좌왕’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대국민 설득 노력 없이 밀실에서 조급하게 결정함으로써 정부 부처간 엇박자를 낳고 국론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전자파, 소음공해 등 주민 건강과 환경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배치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설명과 동의절차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발표함으로써 정쟁을 야기하고 있다. 국민의 삶과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설득 노력이 있어야 했다. 당장에 대통령 외유 중 반발여론 무마를 위해 성주를 방문한 총리일행이 성난 주민들에게 감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는 마당이다.

사드 배치 결정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당일부터 중·러가 매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발표 불과 30분 만에 성명을 발표하여 단호히 반대(堅決反對)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장수 주중 대사를 두 차례에 걸쳐 소환하여 항의했다. 중국 국방부도 국가전략 안보와 지역전략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미·중간 전략균형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는 1962년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로 인한 미국의 안보위기로 비유하면서, 경제제재와 군사적 타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우선 러시아와 군사협력 확대와 북한과의 관계복원에 나서고 있다. 중·러는 사드 배치 발표 직전 공동성명을 발표(6.23, 6.25)하여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바 있고, 사드 배치 발표 이후에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기 위해 군사동맹 체결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정책변화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북·중 동맹조약 체결 55주년을 계기로 시진핑은 북한에 축전을 보내 동맹의 의미가 내포된 전통우호협력관계 발전과 전략소통 강화를 제안하였고, 대북 제재조치 국제네트워크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미·일 대 중·북·러간 냉전시대의 대립구도가 동북아에서 부활할 것은 불문가지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북한은 사드 배치 발표 직후 SLBM을 발사하고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으며, 미국과의 접촉채널을 전면 차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삼아 북한은 핵무장을 더욱 정당화할 것이고, 이는 남북간 군사대결을 심화시키고 북·미간 적대관계를 더 고착화할 전망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도 우려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사드 배치가 한반도와 동북아 냉전질서를 부활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통일에 장애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인 중국이 경제제재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사드에 대해 중국이 경제제재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경제 성장세가 크게 저하되는 ‘뉴노멀 시대’에 진입해 있고, ‘브렉시트’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가 성행하는 등 어려운 국제 경제환경 속에서 중국이 경제수단을 보복조치로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사드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서두른 이유는 단순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려는 데에만 있지 않다. 자신의 동아시아 전략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동북아에서 미국 항모와 군사기지를 겨냥하는 중·러의 전략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남중국해 사태와도 연관시켜 사드 배치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한국 내에 AN/TPY-2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하여 운용할 수 있게 되면 역내에서 미 항모전단 견제를 위한 중국 동북지역 배치 동풍-21 미사일 기능이 무력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만을 겨냥해서 추진해 온 단견적이며 좁은 시야의 외교안보를 탈피해야 한다.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과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우리 국가안보와 생존을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간다는 자주적이고 넓은 시각으로 외교안보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미·중관계에 연동된 하위변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이제 우리는 사드 위기사태라는 엄중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정부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온 북핵 국제공조체제를 균열시키고, 동북아 냉전질서를 부활시키고, 한반도 분단 고착화를 자초할 위기에 처했다. 북핵을 인정하는 구도가 자리잡을 가능성도 내다보인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의 새로운 위기상황에 대한 초당파적 국가전략구상 마련을 정부와 정치권에 주문하고자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과의 대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위기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까지 포함한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남북대화가 이루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파격적인 남북정상회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드의 배치 및 운용 시기까지 남은 대략 1년 반의 시간 동안 현 논란의 원인인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소를 위한 창의적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의 명분이 무색하게 되는 상황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 국민에 대한 설명과 동의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주변 강대국의 수요와 입장만을 고려한 결과,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하고 사드 배치지역 주민들은 물론 상당수의 국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깊이 있는 신뢰를 받고 정쟁의 소지를 제공하지 않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 없이 사드 배치가 강행된다면, 그 결과는 소모적인 정쟁과 국론분열로 상처받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안보를 명분으로 한 결정이 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결정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2017년 말까지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내년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해다. 따라서 내년 대선과정에서 사드 배치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배치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분열양상이 더욱 증폭될 것이다. 내년 대선이 사드문제에 매몰된다면, 뉴노멀 시대와 고령화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꿈은 멀어지고 말 것이다. 국내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 시기를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의회의 지혜를 빌리고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타개책이 나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yoomik@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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