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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디어 대북대결의 링에 오르다

미국의 대북압박이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7월 7일, 사상 처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권제재 대상자로 지정하였습니다. 이어 7월 8일,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화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북 대결에 직접 나선 미국
미국의 인권제재발표와 사드배치 발표는 둘 다 하루의 차이를 두고 연이어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 있을까요? 인권제재와 사드배치는 하나의 묶음으로 해석함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았을 때 미국의 인권제재만을 강조하며 미국이 제재를 더욱 강화한다고 보는 해석은 부분적입니다. 미국의 사드배치 발표만을 강조하며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갈등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드를 배치한다고 보는 시각도 일면적입니다. 무기판매 실적을 올리려는 군산복합체의 음모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모두 미국의 기존 한반도 전략(아시아 중시전략)의 틀로 미국의 행동을 분석하는 시각입니다.

미국의 인권제재 발표와 사드배치 발표는 그동안 미국이 취하던 무시전략을 완전히 뒤엎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지도자를 제재대상으로 직접 지적한 것은 사상최초의 일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군불만 지피던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선언한 것도 처음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북미대결의 링 밖에 머물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을 링에 들이밀었는데, 이젠 미국이 직접 링에 오른 것입니다.

미국, 대북대결의 링에 오른 이유
미국이 링 위에 오른 것은 2016년 초부터 줄기차게 이어졌던 북한의 정치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입니다. 북한의 전략적 요구는 무엇인가요? 미국에게는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자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에게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해 남북을 평화적으로 통일하자는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왔습니다. 북한은 1월 6일, 제4차 핵시험으로 미국의 핵독점체제에 파열구를 냈습니다. 2월 7일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에 성공해 미 본토 타격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하였습니다. 미국은 3월 2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해 대북제재에 나섰지만 북한은 3월 8일, 소형핵탄두를 공개하였습니다. 3월 15일에는 탄도미사일 대기권재진입시험을 공개한 데 이어 3월 24일에는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을 공개하였습니다. 북한은 4월 23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였습니다. 북한은 5월 6일, 36년만에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하고 “세계혁명을 추동하는 주인이 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으며 “세계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6월 1일에는 리수용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을 접견했습니다. 북중관계가 복원되면 대북제재도 끝입니다. 북한은 6월 22일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0호’를 고각도로 발사해 고도 1400㎞의 우주상공까지 도달해 중거리탄도탄의 운용능력과 대기권 재진입기술을 확증하였습니다.

4차 핵시험부터 화성 10호까지, 국내언론에 대서특필된 북한의 정치군사적 행보가 6개월 만에 무려 9건에 달했습니다. 이는 지난 북미대결의 20년사에 있은 적이 없는 행보입니다.

   
▲ 지난달 22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 10호' 발사에 성공한 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MBC뉴스 화면 캡처

북한의 대미공세가 이어지자 미국은 언제까지 북한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접근법은 이제 미국 내에서도 비판에 직면하였습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주자는 3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외교전략구상을 밝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이 만약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고 들 것”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는 나아가 방위비분담금을 한국이 더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한반도 정전체제를 통해 동북아 패권을 거머쥐고 있는 미국패권론자들이 뒷목잡고 쓰러질 상황입니다. 나아가 5월 17일, 트럼프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까지 언급하였습니다.

물론 트럼프의 발언은 오바마 행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켜 미국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정치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발언의 진정성을 차치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여론의 입에 오르내리며 시비를 낳는 것 자체가 미국사회 내에서 동북아패권의 균열이 나타나는 징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제4차 핵시험에 성공한 데 이어 화성 10호 발사까지 성공하였습니다. 미국은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대미 대결의 확산
북한의 연이은 대미공세는 당연히 주변국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대표적으로 한반도에 인접하여 미국과 다양한 관계에 있는 중국이 북미대결의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며 중국을 내륙에 가둬놓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는 미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이 있으니, 중국은 남중국해로 진출을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5월 23일, 미국대통령으로는 사상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전면해제하였습니다. 이어 오바마는 5월 27일에는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였습니다. 미국은 바로 중국의 진출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일본과 베트남을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중국봉쇄전략도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리 심각하지 않을 듯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크지 않은 북한의 연이은 대미공세도 정리시키기는커녕 애써 외면하고 때문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침묵하는 한, 미국의 위세에 겁먹는 나라들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미국은 그들이 세계에 유포한 대북우월의식에 의해, 북한을 응징하지 않으면 망신을 당하는 역설에 빠졌습니다.

이 틈을 비집고 시진핑 정권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패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거두고, 대북대결을 선언했습니다.

싸움의 기술
미국이 북한지도자를 인권제재명단에 올리는 순간, 북미대결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은 7월 7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이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는 특대형범죄를 감행하는 것으로써 우리와의 전면대결에서 《붉은선》을 넘어선 이상 우리는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들을 다 취해나갈 권리를 정정당당히 보유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싸움은 타이밍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타이밍이 미국에게 불리합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를 마치고 6월말에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국가전반의 체계를 정비완료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차기대통령을 뽑는 대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대선이 벌어지면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임무는 대선의 안전관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총공세에 나서니, 지금의 타이밍은 오바마 행정부가 잃을 것은 많은데 얻을 것은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싸움은 기세입니다. 북한은 올 들어 36년만의 당대회를 개최하고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지난 6개월간 9차례의 정치군사적 행보를 다그쳤습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지속적으로 평화적 행보를 걸었습니다. 이란과 대화하고 베트남과 화해하였으며 히로시마를 방문하였습니다. 향후 북미대결이 벌어진다면 오바마 행정부 내에 소수 대화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중국해에서 갈등하는 중국이 북한과 손잡을 가능성이 갈수록 짙어집니다. 싸움의 기세를 보아도 미국이 그리 좋은 기세는 되지 못합니다.

이제 북한은 드러내놓고 대미공세를 펼쳐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사회의 독특한 체제특성상 미국이 인권제재명단을 발표한 순간, 2500만명이 넘는 북한주민들은 이제 연일 목청을 높이며 각지에서 대미총공세를 부르짖을 것입니다. 북한은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심지어 북미간 핵전쟁이 박두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와 접촉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6월 22일에 발사한 북한의 탄도미사일(무수단)은 화성 10호였습니다. 미국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북한은 열병식장에서 화성 13호까지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대선국면에서 뉴욕 앞바다에 화성 13호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미국사회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보다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부터 전쟁위기가 고조될 것입니다. 재일본 <조선신보>는 미국의 제재명단 발표를 두고 “오바마 정권이 조선의 최고수뇌부를 건드린 것으로 하여 미국은 자기 목숨을 내건 위험한 도박을 시작하는 꼴이 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정치군사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까지, 대북채널이 모두 끊어졌다는 점입니다. 밖에서는 북한의 물리적 조치가 이어지고 시진핑 주석이 옆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안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맹공격을 펼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풀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문제가 어느 정도껏 어려우면 어깨를 으쓱이며 풀어보겠는데,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나면 자괴감을 느끼거나 열을 받습니다. 수학문제 틀렸다고 우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성이 안 되니 감정이 제어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그 어렵다는 소련문제도 풀어내고 동구권문제도 풀었지만 북한은 70년째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북한핵문제는 20년째 풀리지 않는 난제입니다. 북한이 정치군사적 수단을 갖추고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니 오바마 행정부는 언제까지 북한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왜 가장 안 좋은 타이밍에, 가장 안 좋은 형세에서 북미대결에 나선 것일까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머리가 혼란스럽듯이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도 대북정책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환상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밖에서도 쥐어터지고 안에서도 쥐어터지는 임기말 정권입니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요구하니 내부격론이 벌어지다 대결론자들이 일시적으로 득세한 듯합니다. 이는 미국이 지난 70년간 유지해 온 대북적대정책의 관성일 뿐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기회로 전면적인 대미공세에 나설 기회를 잡았습니다. 북한의 행보가 이어질수록, 워싱턴에서는 다시 대화론자들이 득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를 주물렀다는 미국이 반미국가의 대미공세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은 미국패권의 몰락을 더욱 자초할 뿐입니다.

지난 2013년의 북미대결에서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획득하였습니다. 2016년의 대결에서 북한은 무엇을 얻으려 할까요?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동북아패권이 갈수록 약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끝>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위 원고는 <민플러스>에 기고한 원고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곽동기  dkkwak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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