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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미녀 특집'과 언론의 자극적 보도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탈북 미녀 특집> 방송의 허와 실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밤.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과거 KBS <미녀들의 수다>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MC 역시, 개그맨 남희석, 남아공 출신 미녀 브로닌, 미녀 탤런트 박선영이었고, <미녀들의 수다>와 유사한 게스트 좌석 배치, 친숙한 MC 구성 등등 과거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알고 보니 이 프로그램은 채널A의 교양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탈북 미녀 특집> 방송이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고향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61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못한 대한민국의 13만 이산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난 연말부터 그 동안 이산가족들의 사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기획되거나, 당사자와의 인터뷰 혹은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어왔다. 그러던 중 3월 25일과 4월 1일은 <탈북 미녀 특집 제1탄>, <탈북 미녀 특집 제2탄> 총 2회에 걸쳐 18명의 탈북 여성 게스트들을 중심으로 한 “방송 최초 탈북 미녀 특집” 방송으로 제작되었다.

MC들은 메인 게스트인 탈북 여성들을 ‘현재 진행형 이산가족 탈북자들’로 소개하였다. 이미 다른 방송들을 통해 들었던 가슴 아프고 슬픈 이야기들 보다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탈북자들의 이야기, 나에게도 탈북 친구가 있다면 어떤 얘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방송 첫머리에 제작 의도를 밝히고 있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로 구성된 “평양민속예술단”의 ‘반갑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탈북 여성 출연진들의 북한 고향, 북한에서의 경력, 앞으로의 꿈 등이 소개되었다. 특히, 평양 김정일의 ‘소품조(잘 알려진 기쁨조와는 다르게 비공개 공연을 하는 팀)’ 출신으로 소개된 한모씨는 ‘북한 김태희’라는 별명에 걸맞은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칭찬과 더불어, 그 이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스페셜 게스트(남자 연예인 4명) 중의 한 명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앞에서 공연할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 때 당시는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었는지를 묻자, 그녀는 너무나 떨렸던 당시를 회상하며, 북한에서 어렸을 때부터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 교육을 받고 자랐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 때는 그런 마음 자세일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김정일위원장 앞에서 공연을 할 정도였으면 돈도 많이 벌었겠다는 MC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서, 공연 후 선물을 받았고, 그 중에 통조림도 있었고, 화장품이나 속옷이 들어있는 트렁크 같은 것도 있었다고 답했다.


   
▲ 해당 방송사는 '방송 최초 공개! 김정일 앞에서 노래하던 소품조 출신 미녀!'라고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그런데 이날 방송 이후,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들을 읽으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프로그램의 방영에 앞서, 미모 때문에 더욱 주목 받았던 한모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는데, 기사의 표제에는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외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경제]에서 처음에 보도되었던 표제는 [김정일이 속옷 선물한 ‘소품조女’ 한국 오더니]였다. 거시구조인 표제는 외설적인 상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자극적인 내용이었으나, 미시구조인 본문과는 내용적으로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선정적 표제를 올려놓고 기사 조회 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해당 기자와 신문사는 기뻐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기사를 읽고 상처 받게 될 출연자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겠다 싶어, 트위터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MC 중 한 명에게 이러한 선정 보도를 막아달라고 부탁을 했고, 나중에 동일 기사를 확인해 보니, [김정일 소품조 출신 탈북女, 김태희 닮은 외모 ‘눈길’] 이라고 표제가 바뀌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동아일보 종편 채널A를 소개하는 [스포츠동아]의 기사 표제였다. [<채널A> ‘북한의 김태희’ “김정일이 속옷선물…”]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기사에서 출연진을 배려하기보다 이러한 선정적 표현을 거침없이 내보냈다는 것은 시청률과 기사 이슈화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노린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기자의 보도 윤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출연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보이지 않는 [스포츠동아]의 보도 태도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3월 25일 방영된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이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시청자게시판에도 재미와 감동에 대한 얘기와 칭찬을 담은 소감이 대부분이었다. 여느 예능 프로 못지않은 재미가 있었고(채널A는 이 프로를 ‘교양’으로 분류하고 있기는 하다), 다음 얘기가 궁금하여 다음 주 방송이 기다려진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방송이 나간 후, 제작진에서는 이 컨셉을 이어갈 생각인지, “탈북 미녀들의 출연 신청 및 추천을 받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각종 탈북자 지원 관련 단체들을 통해 섭외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9년째 탈북동포 정착 지원 관련한 일을 해오고 있는 A씨는 이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4월 1일 방영된 <탈북 미녀 특집 제2탄>의 내용을 보고 나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는 것이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출연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중심으로 내용이 진행되었다. 이미 3월 25일 방송 끄트머리에, 아직 북한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분이 있냐는 MC의 질문에 18명 중 7명이 손을 들었다. A씨는 먼저 탈북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TV 출연이 북에 있는 친지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심사숙고 하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하였다. 출연진들 모두 명찰에 ○○○도 ○○시 출신임을 밝히고 있고, 자신의 북한 경력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전달되는 TV매체에 출연한다는 것은 보안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열악한 북한에서의 생활에 대한 회상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에는 일조했을지 모르나, 북한의 입장에서 조국을 배신하고 떠난 자들이 TV에까지 출연하여 재미를 위해 북한을 희화화한 것에 대해 곱게 볼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북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게 될 가능성을 염려하였다.

4월 1일 방송에서 MC는 출연진들에게 “왜 탈북하게 되었고,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A씨는 현장 활동가들도 탈북자들과 라포(rapport)를 쌓기 전에는 섣불리 묻지 않는 질문을 TV 프로그램에서 너무 쉽게 던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인간 이하의 생활과 인신매매 경험, 꽃제비 생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가족들을 지켜봐야했던 경험, 강제북송 과정 등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이는 출연진들 중에는 아직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 분명한데, MC의 질문이 이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탈북 여성들이 나눈 이야기들은 출연 자체부터 모두 자발적인 것이었겠으나, 해결해줄 수 없으면서 아픔을 상기시키는 것이 이들에게는 잔인한 처사일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탈북 미녀 특집>방송은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방송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이전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실상을 실제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접하고, 현재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은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이제까지 다큐멘터리나 신문 보도에서 접한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암울하고 비참하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버텨 낸 인간승리의 낯선 느낌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탈북 여성들의 다양한 끼와 재미있는 일화들을 통해, 이들의 존재가 편안하게 다가오게끔 밝게 표현되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 제작진과 언론의 측면에서 몇 가지 제반 조건들이 향상될 필요가 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단순한 ‘재미’ 보다는 출연진을 더욱 배려한 내용 구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고, 프로그램의 홍보도 좋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출연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선정적 보도를 스스로 자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간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한 TV 방송 프로그램이 드물었고, 이 프로그램이 “방송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안 자체가 보안 측면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고, 남한 사회 분위기가 이들의 이야기를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할 정도로 이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비록 공중파는 아니지만,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탈북자들을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시리도록 아프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들의 이야기가 정중한 예의와 따뜻한 배려 속에 향기롭게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김단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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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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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5-05-06 20:31:38

    북한영화나 드라마 혹은 공연실황때 출연한 여배우들의 외모들을 보면 무용배우들일 경우 몸매가 날씬하고 얼굴도 뾰족한데 문제는 전반적으로 키가 작고 왜소하다는거~!!!!   삭제

    • 박혜연 2014-05-13 11:30:03

      탈북미녀들 우리나라의 미인대회출신의 여배우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미인이라고 부를수없는이유가 이들은 키도 작고 왜소하고 몸매도 통통하거나 말랐잖냐?   삭제

      • ㅈㅈㅈ 2013-02-03 01:25:56

        구체적인 예시와 설명이 있으니까 주장하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네요..선정적인 상업적 기사 보도는 탈북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문제라는 점도 알아줬으면 합니다.그러니까 제말은 차별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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