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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갈퉁의 <중앙일보> 인터뷰를 읽고서

오늘 6월 17일자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가 요한 갈퉁과 가진 인터뷰 기사(김영희 묻고 요한 갈퉁 답하다 “북한 붕괴보다 붕괴론이 먼저 무너질 것”)에서 눈에 확 들어온 내용이다. 그는 국민(Nations)통일과 국가(States)통일을 구분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 상반된 방식의 통일을 주장하는 통일정책을 버리라고도 충고했다. 하긴 우리 정부 수립 전 1947년 3월 1일 발표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 한창이었던 당시에도, 임수경의 1989년 평양방문 어간에도 남북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던 노래였다. 남북이 관계가 좋았던 시절에는 만날 때마다 목청 높여 부르기도 했다. 축구나 탁구 등 남북공동응원을 펼칠 때에도 마지막은 으레 이 노래로 마무리 하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열렬한 통일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70여년이 넘도록 아직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

   
▲ 평화학자 요한 갈퉁 ⓒ<주권방송> 갈무리

사람들의 마음이 통하고 하나가 되어야 진짜 통일인데 국가 차원에서 통일담론이 형성되다 보니 통일은 정치체제 대결이 전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전쟁을 겪고 난 후 안보담론은 통일담론을 훌쩍 뛰어넘곤 했다. 특히 북측은 ‘남조선 혁명론’을 폐기하지 않은 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국주의 미국의 식민지인 남조선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동안 뜸하다가 다시 등장한 이 논리는 정권의 백두혈통 적통을 주장함과 동시에 정당성을 획득하는 통일론이다. 북측 정권으로서는 남조선 혁명이 가능하지 않다면 굳이 통일을 거론할 이유가 없다. 정권유지 차원의 선전선동으로만 활용될 뿐이다. 북측 주민들은 고단한 삶의 연속이다. 허리를 졸라매고 70일 전투, 200일 전투에 동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에서 남조선 해방을 목표로 하는 통일론은 기실 정권 강화를 위한 통치이데올로기로 타락했다.

남측에서 뿌리깊게 자리 잡은 붕괴통일론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의 반영이다. 7.4남북공동성명 이후 거듭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 원칙이 천명되었지만 기회를 엿보다 등장하곤 하는 ‘붕괴 후 흡수통일론’은 통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평화학자 갈퉁의 눈에도 이러한 남과 북의 한계가 딱 눈에 보이는가 보다.

“평화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한반도에 평화를 실현하려면 서로 상방된 방식의 통일을 주장하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정책을 버려야 합니다. 통일이라는 단어가 남북한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남북한이 지금의 단계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통일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입니다.”

얼굴 붉어지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에서 정권 차원의 통일논의는 이제 염치없는 명분싸움이 되었다. 진정성 있는 접근을 하려면 먼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 서로가 자기 세계로 끌어오려는 허망한 노력을 포기하라! 그저 이웃한 형제국가로서 냉철하게 발전전략을 새롭게 구상하라! 남과 북, 군비를 축소하고 국민의 일상을 돌아보라! 중국과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변화하고 있는 때에 틈을 타서 우리 스스로 민족화합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무리하게 상대방의 정체(政體)를 뒤흔들려는 시도를 멈추고 평화협정이든 평화조약이든 체결해야 한다. 다시금 장기집권 토대를 구축한 북한 정권을 누가 상대할 것인가? 5년 단임 남한 정부로서는 한계가 있다. 남한 주민들이 나설 때가 되었다. 남북한 정권과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평화적 상생의 길을 열자고 주장할 때가 되었다. 남한 시민사회 각처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미시적 기점들이 형성돼야 한다. 그리하여 요한 갈퉁에게 평화학의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수 있기 바란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전문기자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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