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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평화체제2016년 북미대결 중간평가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가 끝났습니다. 당대회를 기점으로, 북한은 이제 적극적으로 대화 제의에 나서고 있습니다. 6월 1일, 리수용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리수용 부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하였다고 합니다.

한 번 살펴봅시다. 올해 1월에 제4차 핵시험이 있었고 2월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했습니다. 3월에는 소형핵탄두와 탄두대기권 재진입기술, 고체연료 로켓기술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공개하였습니다. 4월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였습니다. 5월에는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를 개최하였고 6월에는 중국 방문으로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산시켰습니다.

평균적으로 1달에 1건 꼴로 북한발 중대뉴스가 터져나왔습니다. 1월부터 4월까지는 주로 군사분야의 소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5월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대화 관련 소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북한의 행보가 한반도, 그리고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동북아 체제 전환을 노린 두드림
북한의 행보는 분명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이제 1달에 1건 꼴로 북한발 주요뉴스가 타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시험이나 인공위성 발사는 한미연합군의 대북압박에 대응하는 차원이었습니다. 한미의 압박에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북한의 정치군사적 행동은 최소한으로 억제되었습니다. 군사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북한은 전력을 최대한 숨기는 ‘베일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한미연합군이 대북전쟁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을 방해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을 기점으로 북한의 행보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1월에 핵시험을 하고 2월에 인공위성, 3월에 ICBM을 공개하고 4월에 SLBM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이제 ‘베일전략’을 벗었습니다. 심지어 앞으로 북한이 자신의 핵탄두 개수를 발표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개별 사건들을 분리해서 독자적으로 분석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연이은 순차적 조치들을 하나로 묶어서 그 배경과 전망을 논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시험과 장거리 타격수단을 연이어 공개하는 행위는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동북아 안보체제를 전환하려는 공세입니다. 보수진영은 지금껏 북한이 군사적 행보에 나설 때마다 “내부 체제결속용”이라고 하였지만 2016년에 들어서는 그런 묘사도 불가능해졌습니다. 한미연합군 앞에서 다달이 군사적 행보를 펼치는 것은 “내부용”이 아니라 명백하게 “외부용”입니다.

미국의 대북압박정책 파산을 선언
북한의 일련의 정치군사적 조치는 첫째, 지난 과거의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총파산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너무나 명백하게, 북한의 군사적 조치는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파산하였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북-미 군사대결에서 북한의 확고한 자신감은 지난 2013년 3월 31일에 선언하였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 때에 벌써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사실상의 핵증산 선언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대응은 어땠나요? 백악관은 4월 6일에 대북전략실행지침인 “더플레이북”을 중단시켰습니다. 이어 4월 8일에는 미국의 ICBM인 미니트맨 발사시험을 연기하였습니다. 북한이 핵증산에 나서는데 미국은 대북군사행동을 뒤로 물린 것입니다. 이때로부터 오바마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는 전면화되었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그 자체가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 대북정책이 없는 미국의 현 상황을 묘사한 말에 불과합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핵증산을 하는 데에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우두커니 지켜보기만 한 것입니다. 이제 북한은 마음먹은 대로 핵시험에 나서고 장거리 타격수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총파산하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스스로 동북아 중심국임을 주장
북한의 일련의 정치군사적 조치는 둘째, 북한은 현재 동북아의 주변국이 아니라 중심국에 진입하였다고 선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의 압박공세에 대응하는 전술로 핵시험을 하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8일의 제4차 핵시험은 북한이 주도적으로 결행하였습니다. 3월의 ICBM 기술 공개와 4월의 SLBM도 마찬가지입니다. 5월의 7차 당대회도 북한의 주도적 행사입니다. 2016년의 북한의 연이은 조치들은 한미당국의 공세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틀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이슈를 형성하였다는 점이 예전과 다릅니다.

더욱이, 북한은 일련의 정치군사적 초지를 취하면서도 국제사회로부터 심각한 압박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1월 8일에 제4차 핵시험을 단행하였지만 북한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습니다. 조치가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가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정도입니다. 수소폭탄을 시험했다는데 그 대응이 확성기에 불과하였다니, 북한은 거침없이 2단계로 나아가자고 결심하였을 것입니다.

2월 7일에 광명성 4호를 발사하였지만 그 대응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선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북한보다 오히려 남측의 개성공단 관련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월 2일에 어렵사리 타결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3개월도 채 못가서 흐지부지되고 있습니다. 6월 1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접견하였습니다. 앞으로 중국발 고강도 대북제재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모여서 남북한을 어떻게 관리한다는 논의는 무의미해진 것입니다. 2016년 상반기에 걸친 북한의 일련의 조치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36년만에 당대회를 개최하고 대규모 대표단이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이제 북한 스스로 동북아 중심국임을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또한 북한이 무려 36년 만에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하게 된 주요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동북아 정세 주도’ 선언
북한의 일련의 정치군사적 조치는 셋째, 앞으로 동북아의 정세를 북한이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조선노동당 7차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우리는 세계자주화위업실현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하며 세계혁명을 추동하는 주인이 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북한이 세계혁명을 추동하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총화보고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주변관계가 어떻게 바뀌든 자주, 선군, 사회주의의 불변침로를 따라 곧바로 나아갈 것이며 자주와 정의의 수호자로서 세계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세계자주화를 위한 선구자적 역할은 미국의 세계패권이 집중되는 동북아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 체제에서 미국의 세계패권은 동북아 패권에서 출발하며 미국의 동북아 패권은 주한미군을 서울땅에 주둔시키게 된 제도적 근거인 정전협정에서 출발합니다.

결국 북한의 주장은 앞으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목적과도 연결됩니다. 북미관계에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관계에서는 6.15/10.4 선언 이행을 통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 한미동맹이 존재하는 이상,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와 떼어서 바라볼 수 없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도 조국통일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결국 북한의 향후 동북아 행보는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밝힌 “세계 자주화를 위하여”와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격변하는 동북아
북한은 이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씨름을 시작한 듯합니다. 지난 기간을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시기’라 한다면, 2016년은 북한에게 ‘본격적으로 미국과 대결하는 시기’로 보입니다.

평화협정과 관련된 북-미간 물밑 접촉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월 2일, <뉴욕타임즈>는 북한이 7차 당대회 이후 북미대화를 제의해오면 오바마 행정부는 그에 응해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5월 4일,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이 방한해 한민구 국방부장관, 국정원,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북미평화협정을 논의한다면 한국정부가 어디까지 양해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한낱 정치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미 공화당의 트럼프 대선주자는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5월 31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원하는 결과는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정신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주목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 외로울 정도로 대북제재의 효과와 필요성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하였지만 박근혜 정부는 단호히 거부하였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물밑에서 북한과 접촉을 하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과연 언제까지 대화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지난 5월 2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 함정간 충돌이 있었습니다. 남측은 북한함정이 NLL을 넘었다고 주장하고, 북한은 우리 함선이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주장합니다. 남북군사회담을 계속 외면하다가는 서해에서 원치 않는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남북군사회담을 필두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요구할 것이고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을 통해 6.15 정신에 의거한 통일을 이루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야흐로 한반도 평화협정과 조국통일이 구체적 형태로 타진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곽동기  dkkwak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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